살다 보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이 있다. 조금 시간이 지난 이야기지만 핼러윈 기간에 일어난 참사로 아직까지 사람들의 마음속에 치유되지 못한 상처들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런 슬퍼해야 할 일들을 살아내는 데는 모두에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슬픈 일을 애도하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국가 애도 기간엔 조기를 게양하고 먹고 마시며 즐기는 일을 자제하
징크스란 사전적인 의미로 불길한 일,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일컫는 말로 어떤 사물이나 현상 또는 사람과 연관지어 불길한 예감을 먼저 가지는 심리 현상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징크스는 조심하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으로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징크스의 반대말은 루틴으로 좋은 결과를 위해 해야만 하는 행동을 의미하며 긍정적인 징크스라
산도 들도 온통 가을 속에 물들어 오색 창연한데 세상은 슬픔에 젖었다. 단풍잎은 나날이 붉어져서 지는 노을만큼이나 아름다웠건만 그 아름다움이 눈 속에 와닿지 않는다. 바람에 나뒹구는 갈잎들이 더없이 애잔하니 마음이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고 겉으로만 맴돈다. 고운 단풍으로 충만한 이 좋은 계절에 좋은 추억 하나를 얻어야 하는데 두고두고 잊지 못한 아픈 기억
지방자치단체마다 가을 축제가 잇따라 열리는 시기에 지난 7일 조합원들과 계룡 ‘세계 군문화 엑스포’를 다녀왔다. 오전에 계룡시 두마면에 소재한‘사계고택’에 들러 조선후기 예학의 대가인 김장생 선생이 머물렀던 은농재를 비롯한 다양한 고건축의 기풍을 감상하였다. 하늘은 마치 푸른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아름답고 사계고택의 주변 코스모스는 우리를 가을로 안내하였다
2022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 중이다. 8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20일 만에 점령했던 전적으로 봤을 때, 올해 우크라이나 침공도 길지 않은 기간에 우크라이나의 함락으로 끝날 것이라고들 예상했었지만 수많은 희생자를 남기며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음악의 역사에서도 전쟁과 혁명은 꽤 밀접하게 궤적을 같이한다. 오페라의 혁명을 가져온
뜻하지 않게 올해 한국문인협회 음성지부에서 사무를 맡게 되었다. 하루 여덟 시간은 직장에 매여 있어야 하고 나머지 시간을 이용해 올해 안으로 수필집도 출간해야 하는데 협회 사무까지 겹치니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써야 할 판이었다. 더욱이 봄부터 서서히 코로나로부터 한껏 자유로워진 탓에 그동안 꽁꽁 묶여있던 온갖 행사들이 문을 열고 나오는 중이었다. 반기문
선배 한 분이 대전충남무역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 분은 수출입 관련 사업을 하시는 분이다. 최근 들어 달러강세로 인하여 사업에 여러모로 차질이 생긴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우선 달러 강세로 인하여 수입 의존성이 높은 원재료 수입에 고초를 겪고 있다고 했다.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달러의 가치가 2002년 이후 최고치인 1300원을 돌파하며 1400원대 턱밑까
실내 흡연을 다룬 80년대의 기록 영상이 화제다. 당시 시내버스 안에서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는 직장인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물인데, 온라인에선 몰상식하다느니, 말도 안 되는 기초 소양의 부족이라느니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또 당시 드라마에선 설거지하는 남편을 본 어르신들이 혼비백산하며 며느리나 딸자식을 쥐 잡듯 다그치는 모습이 나온다.20세기의 대표적인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의 대표작 ‘말과 사물’에는 ‘에피스테메’라는 용어가 나온다. 본래는 그리스어로 지식을 뜻하는 말인데, 미셸 푸코는 이를 특정 시대를 무의식적으로 규정하는
어느 해 추석이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주방을 오가며 부산을 떨었다. 혹여 잊을까 싶어 며칠 전부터 목록을 적어가며 준비해 둔 찬거리를 챙기고 소소한 물품들을 다시 살폈다. 그날은 아침 일찍 시댁에서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는 친정 식구들과 집 근처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 추석 달맞이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해마다 추석이면 아침 일찍 시댁을 다녀와 곧장 친정으로 내달리곤 했다. 부모님께 잘 어울릴법한 옷을 사고 사과를 비롯한 과일 상자를 선물로 챙겨 길을 나서면 마음에도 산뜻하니 청량한 바람이 불었다. 친정 가는 길이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
뜨겁게 대지를 달구던 여름도 기세가 꺾이는 시기가 되었다.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가 지나면서 더 이상 열대야와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올 여름은 각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호우로 몸살을 앓았다. 지친 몸과 마음은 신선한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처서 밑에는 까마귀 대가리가 벗겨진다’는 속담처럼 초가을 햇볕이 따갑게 느껴지는 시기이다. 이쯤은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해야 하는 시기이다. 주말을 이용해서 벌초를 했다.추석을 2주 정도 앞두고 벌초를 하는 것이 조상에 대한 예의로 배워왔던 터라 주말을
필자는 대학교에서 학생 오페라를 매년 지도한다. 겨울방학부터 거의 반년 가까이 연습해서 무대에 올리는 과정이다 보니, 그 어떤 연주보다도 연주자들의 표정이 오랜 시간 훈련되어 자연스럽고 예쁘다. 그래서 영상이나 홍보물을 만들기에도 좋은 표정이 많고 장면의 완성도도 높다.작년까지만 해도 작품을 하나 끝내면 메이킹 필름을 만들거나 홍보물에 삽입될 연습 사진을 구하기가 매우 쉬웠다. 학생들이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시시각각 장면과 순간을 담아내고 있어, 연주가 끝나면 이것저것 다양한 설정을 부여하며 써먹을 사진이 무척 많았다. 그래서 공연
드디어 아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훤칠한 키에 단단한 어깨를 으쓱이며 얼굴은 거뭇거뭇 건강한 모습이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든 피해갈 수 없는 입영통지서를 받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세월은 화살의 속도로 전역의 날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늘 직장 업무에 시달리는 남편으로 인해 금쪽같은 아들과는 어려서부터 많은 시간을 공유했다. 녀석도 남편보다는 내게 이것저것 소소하게 말을 많이 걸어왔다. 일곱 살 때 근처 공원에서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쳤고,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해 매년 봄이 되면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요즘 각 행정동 단위로 주민총회가 열리고 있다. 지역금융인 한 사람으로서 지역공동체 일원으로 참여하였다. 과연 주민 참여와 관심이 얼마나 많으며, 주민총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또 합리적 의사결정이 되는가, 생활자치 실현에 주민의 권리를 다하는지에 대한 호기심도 앞섰다. 그래서 지역 내 초청받은 몇 군데 주민총회에 참석해 보았다. 주민총회는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의사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민투표를 통해서 자치계획을 수립하고 실행방법까지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의 장이며 주민의 공론장이다. 주민이 직접 제안한 주민
학교를 입학하거나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면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서 반가운 만남을 갖는다.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이니 딱히 왕래가 잦지 않았던 사이라면 대부분 근황을 묻는 말로 손에 꼽히는 말은 “요즘 뭐 하고 지내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제 결혼 안 하니”. 이 정도 말을 꼽을 수 있겠다. 그리고 이 두 질문은 명절 때 가장 스트레스받는 질문 1, 2위를 늘 다툰다.단번에 입학과 취업에 성공했다면 의기양양하게 대답하겠지만 요즘 세상 뭐하나 쉬운 게 있던가. 설사 입학과 취업에 성공해서 전공과 직종을 이야기하게 되더라도 그다음 따라
함께 글을 쓰며 알고 지낸 지 수 년째인 그녀는 오늘도 새벽 네 시에 일어났단다. 블루베리가 익어가는 철이라 요즘은 동도 트기 전에 농막에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두어 시간 남짓 열매를 따고 나면 멀리 보이는 앞산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는 장관이 볼 때마다 새롭단다. 새로움은 늘 그녀에게 삶의 활력소인 듯 볼 때마다 씩씩한 모습이다. 바쁜 아침, 출근을 서두르는데 그녀는 새벽에 땄다며 블루베리 한 통을 내 차에 실어주고 유유히 사라졌다. 소박하게 즐기듯 농사를 짓고 틈틈이 농막에서 열심히 글을 쓰며 이순의 나이를 멋지게 사는 그
얼마 전 가까운 사람의 형제가 아까운 나이에 세상과 작별하였다. 착하게 살아왔고 인정이 많으며 늘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이였다고 한다. 암 투병으로 2년 이상을 고생하다가 호스피스 병상에서 의료진의 통증완화 서비스를 받아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가족과 친인척들 앞에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였다고 들었다. 먼저 떠난 이를 보며, 슬퍼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죽음에 대한 이해와 언젠가는 그 누구도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에 숙연해진다. 이제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현실로 직면해야 할 시점이다. 나는 한때 삶의 중심
초여름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요즘이다. 앞으로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올 생각을 하니 벌써 필요없는 걱정의 그림자가 엄습한다. 개인적으로 여름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친정어머니의 생신이 한여름 이어서 어릴 때는 그 여름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가 너무나도 길고 먼 여행을 떠나신지 몇 년이 되었기에 여름은 나에게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의 계절로 바뀌었다. 그리고 여름에 한창인 노란 참외를 보면 어머니가 그리워 울컥하는 마음이 밀려와 여름이라는 계절은 즐거움보다는 나에게 조금은 버겁고 힘든 시간으로 다가온다
음악계엔 유명한 ‘9번 교향곡의 저주’가 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악성(樂聖) 베토벤이 9번 합창교향곡을 작곡하고, 10번 교향곡의 스케치만 남겨놓고 죽고 난 후, 이후의 작곡가들도 10번 교향곡을 작곡하기 전에 사망한다는 징크스다.교향곡은 모든 작곡가가 꿈꾸는 기악곡의 끝판왕이다. 주제를 발전시키는 형식의 변화와 구성을 정의한 소나타 형식이 완성된 이후부터는 모든 작곡가는 자신만의 관현악법과 음악 세계를 나타내는 종합 완성작품으로서 교향곡을 작곡했다. 당대의 유명 작곡가들도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을 일생의 숙원으로 여기며 단 하나의
아버지를 모시고 당일치기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라기보다는 그 옛날 아버지가 올망졸망 자식들 키우며 살던 고향을 돌아보고 왔다. 며느리도 사위들도 끼워 넣지 않고 오로지 시간이 되는 자식들만 동행했다. 남동생이 운전하고 나는 아버지 옆에 앉아 참새 노릇을 했다. 이것저것 준비한 간식거리를 내밀며 종알종알 옛이야기를 꺼내 추억을 소환해내는데 아버지의 눈빛은 줄곧 창 너머 바깥 풍경에 가 닿아 있었다.두 시간 남짓 차를 몰아 도착한 고향 마을은 변해 있었다. 마을을 지키는 입구의 커다란 등나무는 여전히 초록의 잎을 달고 바람결에 춤을
흔히들 오페라라고 하면 화려한 무대와 서양식 귀족 문화를 떠올린다. 커다란 샹들리에가 걸린 화려한 로비를 지나면 서양식 이브닝코트로 대표되는 연미복이나 턱시도 차림의 남성과 드레스를 갖춰 입은 여자들로 가득한 객석을 떠올린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오페라 극장에 들어갈 때 드레스 코드를(특정 형식을 갖춰입을 것을 지정) 요구하는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상류사회의 전유물이나 서양 사대주의 문화쯤으로 비치면서 정권이 바뀌거나 문화예술 정책이 수정, 또는 재정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올라 난도질 당하는 게 클래식이다. 여
아주 오래전 일이다.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생활한 지 몇 해 되지 않던 어느 날 아침 사무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아주 작은 소리였다. 우리 반에서 개구쟁이로 소문난 일곱 살 난 남자아이의 엄마였다. 아이의 엄마는 아주 조심스러운 말투로 내일이 어린이날인데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장면을 한 그릇 사 먹이고 싶다며 물었다.어느 이른 초봄 아이의 손을 잡고 유치원으로 입학원서를 쓰러 온 분은 아이의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께서는 아들 내외가 이태 전 이혼을 했고 아들은 저 멀리 다른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그대여 우리 이제 손잡아요/ 이 거리에 마침 들려오는 사랑 노래 어떤가요/ 사랑하는 그대와 단둘이 손잡고 알 수 없는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봄소식을 알리는 최고의 전령사 벚꽃 노래‘벚꽃앤딩’의 일부이다. 10년 가까이 서정적 가사와 감칠 맛 나는 감성의 목소리로 봄 정취를 알린다. 속절없이 벚꽃을 떨어뜨리는 비바람이 야속하다. 흩날리는 벚꽃의 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벚꽃 개화시기에 맞추어 해마다 대전 근교 벚꽃 명소를 찾아가곤 한다.
4월 18일 자로 인원 제한과 시간제한이 없어졌다. 2년을 옭아매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이 나면서 우리 사회는 새로운 실험 중이다. 과연 코로나 19와 앞으로의 나날을 공존할 수 있을까.음악 악상기호 중에 늘임표 기호는, 이 기호가 쓰인 부분에서 ‘잠시 멈춤’을 뜻한다. 원어인 이탈리아어로는 ‘정지’라는 뜻인 페르마타(Fermata)가 원래 표기지만 정작 이탈리아 사람들은 머리 위에 왕관을 씌워놓은 모습이라 하여 코로나(Corona)라고 불렀다. 그리고 말 그대로 코로나 시국에 모든 것이 정지하고 말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유명한
토요일 오후 앞집에 사는 할머니께서 봄나물 한 바구니를 주셨다. 푸릇푸릇 푸른 기운이 도는 싱싱한 냉이와 달래였다. 그러잖아도 요즘 입맛이 없어 오늘은 무얼 먹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냉이는 냉이대로, 달래는 달래대로 근처 마트에서 손쉽게 사다 먹는 나물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그 향이 깊고 진했다. 역시 시골의 봄은 꽃보단 나물이라는 말이 제격이다.할머니 덕택에 저녁 준비에 속도가 붙었다. 우선 쌀을 씻을 때 남겨두었던 쌀뜨물에 집된장 몇 숟가락을 풀고 깨끗이 다듬은 냉이를 넣어 된장국을 끓여냈다. 순식간에
SNS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너무 극명하게 갈린다. 일상을 일기 쓰듯 올려놓으면 수년이 지나서 어떤 순간을 상기시켜주기도 하고, 발자취를 돌아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를 소환하기도 한다.디지털 원죄라는 개념이 있다. 사회학자와 미래학자들이 제기한 문제인데, 우리 아이들은 본인의 의사결정권 없이 부모의 의지만으로 신상이 SNS에 공개된다는 문제의식이다. 신생아 탄생의 순간부터 100일/돌 스튜디오 사진. 심지어는 세상에 나오기 전, 자궁 속 초음파 사진부터 아이는 만나본 적 없는 부모의 지인들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