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하얀 저고리 입은 찔레꽃 무더기에서 꽃잎이 빛난다.소박하고 정갈한 꽃잎하나하나에서 고향의 냄새가 상그럽게 퍼진다. 산들 바람에 홀려 냇둑위로 날아다니는 연두색 향기를 맡으며 나는 어느새 하얀 그리움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어디쯤에서부터 기억일까. 해가 뜨고 그림자가 생기기 시작할 때 고향집 마루에 누워 뻐꾸기울음을 감상했고, 뻐꾸기 울음 따라 동무들 손잡고 뒷동산에 올라 산 버찌를 땄다. 하교 후엔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보다는 뒤란에 떨어진 감꽃을 주워 꽃목걸이를 만들었고 토끼풀 꽃으로 꽃시계를 만들어 친구의 팔목에 채웠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로 불리는 현생 인류 중 가장 위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한 인물로 평가받는 한 특별한 인물이 500년 전(1519. 5. 2.)죽었다. 르네상스인의 전형이 된 그의 이름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1452년 4월 15일 토요일 이탈리아의 빈치에서 태어나 1519년 6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후 반세기라는 가늠하기 어려
'조카가 응시한 사실을 알고도 면접위원으로 참여’ ‘직원 자녀를 당초 자격미달로 불합격처리했으나, 같은 해 최종합격’ ‘자격증 없는 직원의 자매·조카·자녀에게 응시자격 부여해 최종 합격’···. 얼마 전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 1205곳을 전수조사 한 결과 나타난 채용비리 사례다.이번 조사에서는 서울교통공사, 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 산업인력공단, 한전KPS 등 국감에서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5개 기관은 감사원 감사가 별도 진행 중이라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더 많은 비리가 추가로 밝혀질 것으로 예상
봄꽃내음이 솔솔 풍겨와 마음이 화사한날, 교정에서는 꽃 심기를 합니다.따스한 봄 햇살 가득 받아 피어난 팬지, 데이지, 금잔화, 패랭이가 모처럼 맑은 꽃바람에 한들거리는 오후, 군 양묘장에서 키운 꽃들을 지원받아 자원 봉사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꽃 심기에 한창 분주하네요. 애들은 호미질이나 삽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일은 아직 서툴지만 잔디를 뗘내고 화단 정리도 제법 하니 꽃밭이 만들어졌어요. 하트를 만들고 동그란 꽃밭을 만들어 포토에 있는 꽃모를 하나씩 빼어 색색별로 모아 모종을 하니 그럴싸합니다. 남학생들인데도 연실 꽃 이
가상화폐 시장 이야기가 아니다, 클래식 음악시장 이야기이다.정규교육 과정에 언급되는 음악의 시대는 보통 바로크, 고전, 낭만주의, 그리고 근, 현대로 구분한다. 수많은 작곡가들이 작품들의 ‘넘버’를 갖게 되면서 필요한 음악을 찾아 듣는 시대가 되었고, 근래에는 중세 가톨릭 수사들이 부르던 그레고리오 성가 같은 고(古)악보까지 복원해서 음반으로 낸다. 경우에 따라서는 괴상하게만 느껴지는 현대음악까지 참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시대의 다채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곳이 클래식 음악시장이다. 그러나 그저 과거에 잠시 있었던 음악이었고 이미 유행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실외활동 자제, 마스크 착용, 대중교통 이용,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최악의 미세 먼지로 국민 일상이 무너지고 생명과 안전마저 위협을 느끼는 대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연일 사상 최악의 초미세먼지가 엄습하면서 국민들의 일상도 변화됐다. 당연했던 일상이 이대로 가다간 미세먼지 때문에 축소되거나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야외보다는 실내나 지하로 사람들의 활동 반경이 줄어들고,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바깥세상을 즐기는 것이 사치인
오늘은 백 번째 봄을 맞는 삼일절,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를 봤다.예전에는 소이면 한내장터 만세운동에도 더러 참여했었지만 이번에는 3.1운동 100주년기념으로 나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어서였다.‘항거:유관순 이야기’는 개봉한지 며칠 안 된 영화 치고는 관객이 많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분들과 함께 나눴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내용인즉슨 죽음을 무릎 쓰고 세평도 안 되는 서대문 감옥 여 옥사에서 자유와 해방을 외치는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이야기다.1919년 3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유희의 인간이란 뜻이다. 라틴어로 ‘놀다’라는 뜻의 Ludens를 써서 1938년에 요한 하위징아라는 네덜란드 학자가 말한 이론이다.우리가 즐기는 모든 문화와 심지어 철학까지 인간의 놀이에 의해서 생기고 발달했다는 가설인데, 고대의 노래하고 춤추던 행위에서 종교의식과 제례가 발달하고, 끼적거리던 낙서를 통해 미술이 발달하며, 무리지어 노는 행위에서 스포츠가 생겨났다는 개념이다.놀이를 통해 경쟁을 하고, 놀이를 통해 규칙을 설정하는데서 질서와 문화의 개념이 확립됐다는 이론은, 확실히 인간은 놀이를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이런 저런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잡는다. 소소하고 거창한 계획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작심삼일이 되기도 하고 꾸준하고 진득하게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사람들도 있다. 목표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하는 문제는 본인이 가진 능력보다는 그것을 달성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반드시 달성가능하다고 믿는 절대적인 신념만 가지고 있다면 이 세상에 불가능한 목표란 없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황금돼지해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새해를 시작했다. 필자도 새해가 되자마자 여러 가지 목표를 세웠다.
매년 이맘때는 대학교 정시 실기고사 기간이다. 체육과 음악, 미술 등 예체능 전공의 학생들은 한 겨울 미세먼지와 추운날씨에 컨디션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최근 실기 고사 때 학생하나가 심하게 기침을 하며 순번 대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만 커졌던 기억이 선하다. 스스로 감기를 걸리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을 터 이지만 정작 실기고사 당일에 깊은 기침을 하며 초조해 하는 모습에 속상해하는 당사자의 마음은 오죽할까.흔히 스포츠와 예술계통에 있는 사람들은 까탈스럽다는 편견이 있다. 아니 실제로도 까탈스러움이 보통은 넘는듯
지난주에는 음성예총 일 년을 결산하는 예술인의 밤 행사가 있었다. 음성예총과 음성품바예술재생촌에서 창작 아카데미 수업을 진행해 왔는데 그 결실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수료증을 받고 그동안 배운 작품을 전시하고 공연 발표도 하여 흥겨운 한 때를 보냈다. 약 200명 정도의 회원이 모처럼 모여 지부별 장기자랑도 하고 젊은 보컬이 와서 흥을 돋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를 기대하게 하는 것은 가득 쌓여 있는 경품이었다. 행운권을 나누어 주자 대부분 회원들은 이제까지 경품 당첨 경험이 별로 없는 듯 이번에도 되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도 은근
올해는 도토리가 풍년이라고 한다. 도토리묵을 쑤었다고 먹으러 오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갓 썰어낸 묵에 간장을 얹어 먹으면 쌉쌀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오래도록 물리지 않는다. 배가 불러서 허리띠를 풀고 먹을 정도로 올 가을은 도토리묵에 빠져 지내고 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상수리나무 도토리로 구슬치기를 하던 생각이 난다. 도토리를 감싸고 있던 깍정이는
벚꽃이 눈처럼 날린다. 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순백의 벚꽃이 거리를 점령했다. 오늘 이 아름다운 거리를 일부러 몇 번이나 왕복했는지 모른다.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보니 이유 없이 슬프다. 영원하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인지, 꽃 그 자체가 주는 처연함인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 벚꽃은 마냥 슬픈 정서이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후배가 제주도로
학교후배가 핸드폰 메시지로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왔다. 빨간 봉투를 클릭하니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글씨가 튀어나온다. 핸드폰으로 보내는 인사 메시지들을 너무 많이 받다 보니 공해 같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그래서 보내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그렇다고 손 편지 카드도 보내지 않는 모순되고, 무심한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서운한 사람들과 얼굴이라
겨울이 오면 으레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만두다. 작은아이가 온다는 전화를 받고 만두 좀 만들어 먹여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김치냉장고를 연다. 김장김치는 쫑쫑 썰어 다지고 당면은 삶아서 썰고 버섯은 쪽파와 함께 잘게 다지고 돼지고기 간 것은 맛술과 생강과 소금을 넣고 조물조물해 볶아서 만두 속을 먼저 만들어 놓는다. 만두피를 만들 밀가루도 찬물로 반죽해 한
지난 여름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텔레비전이 고장 났으니 빨리 좀 고쳐달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구입했으니 서비스센터에 연락을 하라는 말씀이었다. 알았다고는 했는데 이틀이 지나가버렸다. 다시 전화하신 어머니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텔레비전이 유일한 친구인데 없으니 못살 것 같다고 하시며 끊었다. 속으로 ‘참 유별나시기도 하시지. 마을 경로당에도 나가시고 마
올 한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일찌감치 첫눈이 내리고 추위가 오니 들꽃들도 황량한 모습으로 변하였다. 이른 봄 예쁘고 앙증맞은 새싹부터 가을 해국과 용담꽃까지 피고 졌으니 여름내 풀과 씨름했던 고달픈 시간들이 보람된 일상이었다고 마무리되어진다. 그래도 가으내까지 들꽃들의 피는 모습을 영상에 담는 이들이 있었고 풀과 씨름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차 한 잔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는 뉴스가 나온다. 벌써 연말이 되었음을 실감하며 세월의 빠름에 숙연해진다. 매년 이맘때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집중 모금활동을 하면서 전국에 세우는 사랑의 온도탑이다. 예상하는 모금액을 정해 놓고 모금액에 따라 온도계의 눈금이 올라간다. 사람들에게 빨간 눈금이 시각적인 각성효과가 있어서인지 동참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인의 말이 떠오른
요 며칠 훈련 나온 군인들로 거리가 복잡하다. 매년 이때쯤이면 훈련을 하는 군인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차량이 막힐 정도는 아니었다. 장갑차, 탱크가 즐비했고 군인을 가득 실은 트럭이 왔다 갔다 했다. 오늘 아침 군용차량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군인들을 보면서 안쓰러웠다. 군인이라 하지만 아직은 어린 나이다. 그들의 엄마가 바람을 맞으며 트럭 뒤에 앉
친구의 문자가 떴다.“이번 주말이 지나면 단풍이 사그러질 것 같다. 오늘 바쁘냐? 세조길이 생각난다”는 메시지였다. 며칠 전 무서리에 은행잎은 우수수 떨어지고 담에 걸쳐진 호박잎과 담쟁이덩굴이 폭삭 주저 않아서 그러잖아도 마음이 뒤숭숭하던 차였다. 그래도 올해는 좀 늦게 서리가 내려서 맨드라미와 용담과 산국 같은 가을꽃을 오래 보았다. 초가을 둘이 갔던 그
가을이다. 올해 가을 들판은 유난히 아름답다. 운전을 하고 가다 차를 세우고 그 고운 빛에 취해 한참을 바라본다. 어제도 아이와 같이 가다가 논 옆에 차를 세우고 어린 시절 이야기를 시작했더니 아이가 한마디 한다. “엄마 옛날일을 자주 추억하면 늙은 것이라는데….” 그런가 하고 웃었지만 나도 이제 내 생에서 가을쯤 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눈을 뜨면 마당부터 살핀다. 색깔도 독특한 용담초가 눈에 띄었다. 언제 피었는지 봉오리가 포속으로 말려들어가 보라색의 신비로움과 푸른빛의 쓸쓸한 이미지가 절묘하게 녹아 있는 듯하다. 햇살이 퍼지면 꽃잎이 열리기 시작하겠지. 가을의 쓸쓸한 서정을 불러일으킨다. 한번 바라보면 한참동안 눈에 밟히는 꽃이다. 용담초의 용담(龍膽)을 풀이하면 용의 쓸개다. 뿌리가
“맛있게 드세요” 오늘은 금요일, 여성회관에서 무료 급식을 하는 날이다. 우리 단체 회원들 모두 봉사를 하며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한다. 요구르트와 젓가락을 드리면서 하는 말인데, 듣는 사람은 한번이나 우리는 한 분 한 분께 일일이 인사를 하자니 수십 번을 되풀이하게 되므로 수월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반응이 오는 분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 같으면 잘 먹
손톱 밑이 까맣다. 냉장고에 저장해 두었던 동부를 까고 있다. 오늘 까는 동부는 개떡을 만들어 볼 참이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아주 오래전의 맛과 향기가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어서 가능할 것 같다. 열 안팎나이 때 우리 동네에는 향우반이 있었다. 일요일이면 새벽부터 큰 아름드리 아카시아 나무가 있는 우리 집 뒤 큰 마당에서 모였다. 동네 중간쯤이었다. 나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