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르드. 처음 듣는 말이다. 솔직히 그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피오르드는 빙하가 깎아 만든 U자형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 길고 좁은 만으로 형성된 곳이다. 바닷물 30퍼센트와 민물 70퍼센트가 섞여 있단다. 북유럽을 여행하기 시작한 첫 여행지는 노르웨이였다. 가는 곳마다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폭포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매
노인대국 일본이 100세 이상 초고령 인구가 7만명을 돌파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우리 나라도 멀지않아 곧 저렇게 노인 대국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문득 뒷 모습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우리는 앞모습이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는 곱게 화장을 하고, 예쁜 옷으로 치장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 위에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매너를 갖추기 위해서도 온
강의를 나가고 있는 학교 학생들이 동아리 프로그램 일환으로 힐링캠프 행사를 한다고 초대장을 보내왔다. 장소가 먼 곳이기도 하거니와 행사가 많은 가을이라 망설이다 기차를 탔다. 아늑한 산자락에 있는 콘도하나를 빌려 마당에 무대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말에 춥지도 덥지도 않다는 말이 있는데 오늘이 그날인 것 같다. 거기에 노을까지 아름답게 물들어 나무의자
거울 속에 서로 다른 이방인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동작이 어설프기도 하고 처음이라 그런지 얼굴이 마주치면 멋쩍은 웃음만 나온다. 주민센터 프로그램으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실에서 발표회를 한달 여 앞두고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특별히 치어리더를 무대에 올려 보기로 결정했다. 연습시간은 다섯 번 정도로 일요일 오전반 수업이 끝난 후 한 시간 남짓이
열심히 풀을 뽑는데 낯선 남자가 다가온다. 일손을 멈추고 누구냐고 물으니 이 집에 사는 사람이 누군가 궁금해 하다가 내가 있는 것을 보고 들어왔단다. 그게 왜 궁금하냐고 물으니 컨테이너에 그림과 글을 그려놓고 차고에 시를 적어 놓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지날 때마다 궁금했다는 것이다. 내 집에 손님이 왔는데 일하기가 멋쩍어서 차를 끓여와 대접하며 이런
요즘 뉴스를 보고 있자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흐뭇한 기사보다는 고구마를 먹다가 목이 막힌 듯한 답답함과 함께 한편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는 사건 사고 기사가 많은 것을 느낀다. 그중 자식이 부모를 경제적 이유 때문에 살인하는 뉴스부터, 부모 또한 어린 자식을 폭력으로 사망하게 하고 내다 버리기도 하는 천륜이 깨지는 듯한 뉴스가 보도되는 것을 본다.
선생님! 어제는 덕분에 정말 맛있는 참게 장을 먹었습니다. 맛 집으로 소문난 집이라 하더니 맛도 맛있었지만 저는 참게 장을 보는 순간 어릴 적 생각나서 밤새 추억을 소환하였답니다. 딱 이맘 때 인 것 같아요. 아버지랑 참게를 잡으러 갔던 것이요. 제 기억에는 장마가 끝나고 저녁에는 좀 쌀쌀해 질 무렵 손전등과 대바구니를 들고 아버지와 엄마 작은오빠랑 개울
어두컴컴한 창고 문을 열어두고 빛에 의존해 물건을 찾기 시작한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뒤엉킨 창고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매번 남편이 정리 좀 하라고 잔소리지만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일 중 하나이다. 쓰레기더미를 방불케 하는 창고에서 산을 넘듯 넘으며 물건을 찾는다. 마음이 급하다보니 움직일 때마다 물건 하나씩이 선반에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잉홀은 음성의 옛 지명입니다. 음성의 지형은 고원 분지라고 합니다. 청주에서 오려면 기차도 힘겹게 백마령을 넘어야 하고 충주에서는 수정산과 가섭산의 사이에 있는 잣 고개를 지나야 합니다. 서울에서 내려오려면 금왕을 지나 6·25 동란 최초의 승전지라는 기름터 고개를 넘어야 음성에 올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느 곳에서도 고개를 넘지 않으면 올 수가 없
의자에 누워 바라보는 하늘, 얼마만인가? 바다를 끼고 너른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온몸을 깨운다. 아픈 구석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이 반갑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서 부는 바람을 맞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던가 싶다. 떠나길 참 잘했다.큰아들과 궁평항을 목적으로 갔다가 마뜩치 않아서 제부도로 향하는 중에 정자를 보았다. 집에서 가져 온 쌈채와 삼겹살을 구워 점심을 먹었다. 쉬고 싶었다. 간단한 기구로 원두커피를 내려서 마시고 누웠다. 오늘은 목적지만을 보고 달려가지 않을 생각이다. 평일에 쉰다는 것은
어둠에 눈이 길들면 깜깜한 밤에도 길이 보인다. 호젓한 시골 밤길을 걸어본 사람은 그것을 알 것이다. 어둠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둠의 고요 속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는 느껴본 자만이 알 것이다. 누구나 밝은 태양 속에 살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밝음만 있다면 얼마나 피곤할까.오클랜드 남서쪽에 위치한 와이토모동굴로 이동했다. 선선한 날씨였는데 햇살이 비출 때는 덥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며 반딧불이를 보려는 설렘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어떤 남자가 안내자에 의해 끌려나
人間은 동물과 달리 자기애가 강하고 그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존심에 큰 가치를 두며 사색을 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자존감이 높고 자기애가 강할수록 학업성취도가 높고 사회적 성취의욕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학력이 높고 사회적 레벨이 높을수록 자존심이 강하고, 학력이 낮고 사회적 레벨이 낮을수록 자존심이 약할 것 같은 결론이 유추되지만 자존심은 학력이나 사회적 레벨과는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자존감과 자존심의 뜻은 약간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자존감은 스스로를 높이는 마음이고, 자존심은 남에게 보여지는 평가에 의해 달라지는
“책읽어주는 여자”라는 영화가 있었다. 1994년에 개봉한 영화이니 꽤 오래전 영화이다. 독특한 소재로 그 당시 많은 화제를 모았고 나 또한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영화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여자 주인공이 하반신 마비의 어린 소년, 괴팍한 장군의 부인, 외로움에 절여 사는 중년사업가, 퇴임한 판사 집에 찾아가 책을 읽어주는 영화였다. 인간의 고독과 내재 된 욕망을 표현하는 영화의 줄거리나 영화가 우리에게 주려는 메시지를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영화를 볼 당시만 해도 책은 내가 스스로 읽는 것이지 누가 읽어주는 것이 아
7월의 뜨거운 기운이 저녁나절에도 식을 줄 모른다. 공연장에는 연주회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다 시간에 맞춰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살굿빛 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은 단원들이 입장하면서 제 자리를 찾아 서 있고, 마지막으로 지휘자가 들어와 인사를 했다. 맑은 피아노 소리에 맞춰 낮은 선율로 노래가 시작되었다. 합창을 하는 이들 중에 평소에 알던 반가운 얼굴들도 많았는데, 그들은 나름대로의 개성을 지닌 분들이었다. 그런 분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맡은 부분을 잘 소화하고 있었다. 각자의 음색을 서로에게
언제부터인가. 잠을 잃었다. 눈이 아프고 잠이 와서 누우면 달아나는 잠 때문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다. 피로가 밀려와 누웠는데도 잘 수가 없다.젊을 때는 게을러서 하지 않던 외국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중국 체험학습을 다녀오고 나서다. 약간의 단어로 아주 조금밖에 대화를 할 수 없던 것이 자극되었나보다.열심히는 하지 않았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공부하러 다녔다. 가방은 방에 두고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갈 때만 하던 중국어학습을 하게 되었다. 유투브에는 동영상이 참 많다. 골라서 보기만 하면 되는 그런 곳이 있다는 데 감사할
요즘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단어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라는 생각에 잠시 작은 경련을 느낀다. 살면서 매순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가 있다. 진학하는 학교의 선택, 직업의 선택, 배우자의 선택 등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우리는 장고하고 심사숙고하여 선택을 하게 된다.그런데 그 선택의 순간을 완전히 스스로 혼자 결정하는 경우도 있고, 부모나 형제 친구의 조언을 받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저녁 나절,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왔다가 분리가 안 된 쓰레기 몇 개를 나누어 버리면서 매의 눈으로 쓰레기장을 둘러보았다. 내 기준에서 ‘무엇이 쓸 만한 것인가?’를 탐색중이다. 문득 몇 년 전 TV 프로그램 ‘환경 스페셜’에서 쓰레기에서 금맥을 찾듯 자원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본 것이 떠올랐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이 국내에서 유일한 어린이 환
넓은 잔디 밭, 확 트인 전경. 맑고 깨끗한 하늘과 바다가 시원스레 보이는 그곳에 작은 공원이 하나 있다. 오클랜드 최고의 바닷가 미션베이로 가는 중간쯤에 있는 길 언덕에 있는 마이클 조셉 새비지 기념공원(michael joseph savage memorial park)이다. 이곳은 그가 살던 집이었는데 죽어서도 이곳에 묻혀단다. 황금의 땅 같은 이
우리는 드라마를 볼 때나 책을 읽을 때 구성이 평이한 전개보다는 재미를 위해서도 극적인 반전을 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측하지 못한 허구의 전개에 시청자나 독자는 황당해하면서도 재미가 더해진 느낌을 받는다. 누구나 다음 전개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몰입도와 흥미는 감소할 것이나 그 누구도 정말로 생각지 못한 전개가 진행될 때 황당함에 놀라면서도 흥미의 극치를 더해가고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우리는 좀 더 드라마틱하고 좀 더 소설틱한 전개가 우리 인생에서도 펼쳐지기를 원하고 있다.삶은 어쩌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할지도 모른다
가정의 달이며 계절의 여왕이라고 말하는 아름다운 5월이 지나가고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가족과 함께 기념해야 할 날이 많은 5월이다. 이 외에 석탄절도 들어있고 좋은 계절이니 만큼 매주 보내오는 결혼식 초대장이 쌓여가는 달이기도 하다. 이번 주말 뒤늦게 스승의 날 행사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지난주 감기를 심하게 앓았다. 일요일에는 집안 행사가 있어 토요일 당일로 일정을 소화하면 다시 감기가 재발 할 것 같아 망설였다. 참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일 년에 한번 있는 날이고 학위 받으면서 스승
실과 바늘을 들고 문우들이 둘러앉았다. 헌 옷을 책상위에 쌓아 두고 천 조각을 붙이면서 옷을 만든다. 노년의 B선생님과 P회장님도 쉰 넘은 젊은 문우가 바늘에 꿰어 준 실을 들고 손을 보탠다. 축제를 앞두고 예총 산하 협회별로 당번을 정해 축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은 문인협회가 모여 품바옷을 만들게 되었다. 나는 오랜만에 문우들 앞에서 반짝이 의상을 걸치고 거리퍼레이드에 입을 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거리퍼레이드는 축제의 꽃이라고 생각될 만큼 많은 기관과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각 읍·면에서는 퍼레이드를 위해 일찍부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까. 사람들이 더 무서워지는 것 같다. 요즘 들어 겁난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이런 세상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얼마 전 강원도 산불로 많은 이들이 이재민이 되었다. 하루아침에 집과 세간을 잃은 이들은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생활터전은 물론 모든 재산을 한꺼번에 잃고 슬퍼하는 모습이 티브이에 비춰질 때 어떻게 도와야할 지 고민했다.내가 아는 목회자 부인이 집에 있는 옷을 보낼 거라며 주소를 올렸다. 모두 불타버렸으니 입을 옷이나 남아있겠나 하는 마음으로 부지런을 떨었다. 아끼던 옷이라도
살면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상대가 의도적으로 우리에게 상처를 주려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전혀 의식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지불식간에 이뤄지는 상처도 있다. 상처는 마음의 상처와 신체적인 상처가 있는데, 신체적으로 생긴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지만 마음에 생긴 상처는 트라우마
꽃샘추위를 견디고 벚꽃이 활짝 폈다. 길가에 노랗게 피어 있는 개나리꽃이 완연한 봄임을 말해 준다. 사정리 저수지를 끼고 수업을 오가는 이 길에서 계절마다 다른 색깔로 위안을 주는 자연을 만난다. 오늘따라 유난히 호수와 나무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지인이 겪은 일상이 준 파문 때문인지도 모른다. 엊저녁 지인과 통화하면서 옆에서 본 것처럼 생생한 그
언제부터인지 마스크를 해야 했고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희뿌연 미세먼지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 우울함을 안겨준다. 연신 경보음이 울리며 마스크를 쓸 것과 밖의 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문자가 뜬다. 짙은 미세먼지 속에서 탈출하기로 했다.남편과 함께 여행한지 오래되었다. 시간이 있을 때 떠나자고 했다. 청정지역인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를 돌아보는 여행이다. 영어가 서툴러서 자유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오후에 출발하는 비행기이지만 오전에 집을 나섰다. 창밖은 뿌옇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미세먼지들이 내게로 달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