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무지개가 떴다. 일곱 빛깔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무지개를 바라보노라니 어릴 적 꿈 많던 소녀가 되는 것 같다. 요즘 무지개를 못 보았는데 나이아가라에서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게 된 것이다. 폭포가 시작되는 바로 옆에서 거대한 물의 힘에 감탄사를 연발할 때 왼쪽에 한 개의 무지개가 떴다. 오랫동안 구경도 못한 무지개를 보면서 환호하고 있는데 그 옆에 또 한
지난 주말 새벽에 장흥으로의 여행길에 올랐다. 음성군에서 문화관광 우수축제에 선정된 곳으로 벤치마킹을 가는 데 함께 가게 되었다. 축제 아카데미수강생들과 예총 회원 스물 두 명이 ‘정남진 장흥 물축제’ 현장으로 향했다. 토요시장에 도착해서 3대째 운영하는 곰탕집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축제 관계자로부터 PPT자료를 보면서 설명을 들었다. 올해
시골의 하루는 도시보다 일찍 시작된다. 4시가 조금 지나면 탕탕거리는 경운기 소리와 창으로 들어오는 밝은 빛이 나를 깨우기 때문이다. 요즘에 내가 눈 비비고 일어나 처음으로 하는 일이 오디를 주워오는 일이다. 밭 끝에 뽕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오디가 많이 열린다. 고목의 뽕나무가 매년 나에게 오디를 선물한다. 올해는 귀찮아서 버려두어야지 하면 남편은 어느새
[충청신문=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여름 중순을 지나고 있는 날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밖과는 달리 실내는 아침부터 에어컨 바람이 뜨거운 열기를 밖으로 내보내면서 시원함을 유지하고 있다. 강의실은 에어컨을 언제든 켤 수 있어서 다행이나 하루 종일 옮겨 다니며 실내에 있다 보니 머리가 아프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던
[충청신문=이혜숙 수필가] 스승의 날 행사를 가졌다. 문인협회 회원들이 수필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선배들을 위해 만든 자리다. 이런 모임은 서로의 사랑과 화합을 갖는 소중한 자리가 되는 것 같다. 선배는 사랑의 눈길로 후배들을 바라보고 후배들은 선배들에게 존경의 눈길을 보낸다. 조촐한 자리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가슴이 따스해진다. 김영란법이 통과되면서 요즘
[충청신문=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그 동안 참았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은 기뻐할 일이나 오늘만큼은 참아 주길 간절히 바랐다. 8시 밖에 안 됐는데도 마을회관에는 부녀회원들이 나와서 벌써 음식 준비를 끝내고 차 한 잔을 마시고 있었다. 오늘은 마을 연례행사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음성읍민체육대회가 있는 날이다. 내가 살고 있
[충청신문=이혜숙 수필가] 더위가 시작되는 5월 하순. 음성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품바축제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품바타령으로 전국을 휩쓰는 유명한 분들이 자리했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각설이 타령과는 다른 소재로 현대에 맞춘 퓨전 각설이 타령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품바가락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던 관객은 품바가락을 체험하고자 장구와 북도 치기도 하
[충청신문=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어제는 오후가 되자 날씨가 흐려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비 내리기 전 분위기로는 많은 비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막상 내린 비는 땅에 닿기도 전에 증발되어 버린 마른 비였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일요일인 오늘도 아침부터 바람의 기운은 심상치 않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부을
[충청신문=이혜숙 수필가] 환자복을 입은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이 달렸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잠시나마 그분들의 자식이 되어본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까지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고 서로에게 사랑을 주라고 만들었나 보다. 어버이날이 훨씬 지났다. 봉사하는 날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날
[충청신문=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늦은 저녁 지친 몸을 소파에 던지고 아무 생각 없이 두 눈을 감고 있는데 문자 전송음이 울렸다. 카톡으로 전송된 사진 한 장을 보는 순간 피로가 사라졌다. 스무 해 넘게 모임을 함께 해 온 언니가 보내온 사진에서 11년 전 서른 살 후반의 젊은 내 모습과 마주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의 편린들이 모여졌다. 문우들과 초
[충청신문=이혜숙 수필가] ㅇㅇ호가 멋진 출발을 하더니 회향을 한다고 한다. 희망 차게 출발한 지 꼭 일 년만이다. 원대한 꿈과 높은 기치를 내걸고 항해파트, 기관파트, 갑판파트까지 조직하고 힘차게 출발했다. 많은 선원들을 태우고 출항해서 바다 한가운데 왔을 때 선장의 마음이 바뀌었다. 더 큰 배에 오르기 위해 회향하기로 했다고 통보한다. 항해사로 일했던
살다보면 뜻밖의 일들이 벌어진다. 나에게는 절대 그럴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일어났다. 너무 어이없어서 믿고 싶지 않았지만 다가온 현실 앞에 나는 이성을 잃었다. 서울로 가서 딸하고 지내다가 남편하고 며칠 지내려고 대천으로 차를 몰았다. 다음날 유람선으로 가려는데 점심시간 지나서 오라는 남편의 전화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 것을 직
[충청신문 = 김기자 수필가] 텔레비전에서 두 번째 짝을 찾는 방송이 진행 중이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출연자들이 눈길을 끈다. 살짝 재미가 붙고 있다. 누가 누구랑 성사될까에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 또는 이혼한 사람, 아니면 독신으로 살아온 사람들로 다양하다. 출연자들은 저마다 자기의 가치를 높이기에 열중이다. 두 번째 짝을
[충청신문=이혜숙 수필가] 환한 미소로 반긴다.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글을 명찰처럼 가슴에 달고 오는 이들에게 반갑게 마음의 손을 내민다. 탁하고 어지러웠던 마음이 그를 보는 순간 정화되어 깨끗해지는 것 같다. 그와의 만남으로 가슴에 환한 빛이 들어오는 것 같다. 갈대가 바람에 일렁이고 새가 노래하며 낯선 방문객을 반기는 곳 순천만. 갈대 둑길을 걸어서
[충청신문=김기자 수필가] 내게는 특별한 이웃이 있다. 이름은 콩이라 한다. 짧은 다리에 노란 털을 가진 평범해 보이는 강아지인데 영리하기가 그만이다. 콩이의 주인과는 그다지 친밀한 사이가 아니다. 그저 길에서 만날 때 눈인사 쯤 주고받는 그런 정도의 이웃이다. 콩이는 그렇지가 않다. 어디 외출에서 돌아 올 즘엔 저만큼에서도 용케 알아보고는 쏜살같이 달려와
[충청신문=김기자 수필가] 가끔씩 난감하다. 좁은 공간에서, 또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의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무표정하거나, 아니면 고개를 돌리거나 숙이게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어서 그 순간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낯선 사람에게 친절히 응대하는 것도 수월치가 않은 일이다. 문병차 병원에 가게
[충청신문=이혜숙 수필가]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면 여기저기서 나눔을 위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사랑과 마음을 나누는 시기가 바로 겨울의 초입인 지금이 될 것이다. 새내기 새마을 부녀회장이 되고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총무의 부름을 받고 배추밭으로 갔다. 1200포기나 되는 배추를 뽑아서 차에 싣는 작업을 하게 된 것
[충청신문=김기자 수필가] 고즈넉하다. 그저 오래된 도시의 얼굴로 수많은 관광객을 두 팔이 모자랄 만큼 편안하게 끌어안는 정경이다. 동양미를 물씬 풍기며 빼곡하게 자리 잡은 건축물들이 역사의 깊이에 대해 대변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중국의 후난성에 위치한 봉황고성(鳳凰古城)이다. 이곳은 중국이 자랑하는 4대 고성 중에 하나이며 청나라 강희 때 지어진 자치
[충청신문=이혜숙 수필가]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도 모르겠다. 분명 좀 전까지 멀쩡했는데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차를 몰고 어디로 가는 중이었다. 멀쩡하게 잘 가던 내가 갑자기 상황이 변해버렸다. 차는 어디 있는지 모르고 소지품도 없이 빈 몸으로 낯선 곳에 서 있다. 낯선 여인이 내 옆에 있다. 뭔지
[충청신문=김기자 수필가] 가을이다. 가깝게 지내던 이웃으로 부터 끝물고추를 따 가라는 연락이 왔다. 밭고랑에 들어서서 고추를 따기 시작했다. 모조리 훑어내라는 주인의 말에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두어 고랑을 지나고 보니 많은 양이 모이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버릴 것 없이 모두를 내어주는 고추의 쓰임새가 귀하기만 했다. 사람의 일생도 그 모습과 같
가을이다. 가깝게 지내던 이웃으로 부터 끝물고추를 따 가라는 연락이 왔다. 밭고랑에 들어서서 고추를 따기 시작했다. 모조리 훑어내라는 주인의 말에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두어 고랑을 지나고 보니 많은 양이 모이게 되었다. 마지막 까지 버릴 것 없이 모두를 내어주는 고추의 쓰임새가 귀하기만 했다. 사람의 일생도 그 모습과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충청신문=이혜숙 수필가] 동방예의지국. 정 많고 예의를 최우선으로 하던 민족이 바로 우리 아니던가? 예의와 정은 어디로 간 걸까. 오늘처럼 기분이 늪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중책을 맡아 백일장을 치렀다. 그냥 곁에서 도와주기만 하다가 직접 하려고 하니까 어찌 그리도 일이 그리 많은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준비도 장난이 아니
[충청신문=이혜숙 수필가] 햇살이 너무 따가워 밖에 나가기가 무서워지는 날이었다. 맑은 날이건만 마음은 폭우를 머금은 먹구름이다. 아침 일찍 냄새가 사라지길 기대하며 구석구석 씻겼다. 젖은 몸을 닦아주며 이젠 향기롭거니 했는데 여전히 냄새가 진동을 한다. 가슴이 아려온다. 잔디밭에 뒹구는 모습을 보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염주를 돌리며 기도를 한다. 마지막
[충청신문=김기자 수필가] 소리 없이 울어야 했다. 덕혜옹주, 조선의 마지막 황녀에 대한 영화를 보면서다. 극장 안에는 찬물을 끼얹은 듯 숨소리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무엇이 이토록 마음을 내려앉게 만든단 말인가. 지나간 역사의 아픔을 되새김하는 진한 여운이 모두에게 스며들고 있는 듯한 순간이다. 앳된 나이의 소녀 덕혜옹주, 분명 고귀한 화초에 비교하고 싶다
[충청신문=이혜숙 수필가]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가 목에 무거운 링을 걸고 있다. 예쁘장한 얼굴에 링을 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한 게 안쓰러웠다. 카렌족이다. 이 마을에 들어오기 전 입구에서 링을 저울에 올려놓고 전시한 것을 보았다. 이 마을 여인들이 한 링의 무게를 가늠해 보라는 뜻이다. 손으로 들기에도 무거운 무게였다. 친구 몇 명은 체험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