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검찰이 박지원(70)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영장 철회를 법원에 신청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박 원내대표의 운명을 결정할 만한 핵심카드로 불린 체포영장을 검찰이 먼저 ‘없던 일’로 한 것을 놓고 일각에선 수사팀이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은 전날 박 원내대표가 예고 없이 전격 출두하자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철회를 요구할 지, 아니면 계속 유지할지를 놓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세 차례나 출석을 거부하며 검찰 수사에 협조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확률이 커지자 상정 자체를 막기 위해 기습적으로 자진출석이라는 실리를 택했다.
이에 여야는 박 원내대표가 검찰에 출석한 지 몇 시간 만에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지 않다는 방침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수사의 실익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하루 만에 신속히 체포영장을 철회한 것도 정치권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찰은 박 원내대표를 구속수사하기 위한 수순으로 체포영장 카드를 꺼냈다. 이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재가를 얻은 체포동의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해 접수까지 마쳤다.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을 상정 후 표결 절차만 남겨둔 상태였다.
그러나 ‘믿었던’여당이 기존 입장과는 180도 다른 태도로 전환, 체포동의안 처리에 난색을 표하면서 검찰은 표결을 강해하기 위한 중요한 동력을 잃게 됐다.
검찰 입장에선 ‘체포’를 고집할만한 명분도 없어졌다. 시기는 늦은 감이 있지만 박 원내대표가 검찰에 뒤늦게 자진 출두함으로써 강제수사를 위한 명분이 희석됐다.
체포영장의 취지는 피의자의 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요구에 불응하거나 불응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효력을 발휘한다.
박 원내대표가 이미 자진 출석까지 한 마당에 신병을 강제로 확보하기 위한 수단은 무의미하게 됐다. 게다가 회기 중인 상황에서 현직 국회의원을 강압적으로 체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이런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검찰은 칼을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한 채 도로 칼집에 넣게 됐다.
그나마 박 원내대표가 제 발로 걸어 나와 순순히 조사에 응한 점에 검찰은 위안을 삼아야할 판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검찰은 박 원내대표에게 허를 찔려 개운치는 않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의 요청이 있었고 어제 박 원내대표를 조사해서 48시간 체포상태에서 긴급하게 조사할 필요성이 없어졌다”며 “박 원내대표 혐의와 관련해서는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고형원기자 dongshin@dailyc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