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그룹 ‘핑클’로 데뷔한 이진(사진·32)은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하지만 연기자로서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같은 길로 나선 멤버 성유리(31)가 일찌감치 드라마 주연 자리를 꿰찼고, 그룹의 맏언니 이효리(33)는 섹시가수의 대명사로 자리잡는가 하면, 옥주현(32)이 뮤지컬배우로 승승장구하면서 비교 아닌 비교도 당했다.
이런 이진이 SBS TV 수목드라마 ‘대풍수’를 만난 후 달라졌다. 서른셋의 아역, 극 초반 8회를 책임지는 짧은 등장이지만 “이를 악물고 연기한 것 같다”, “연기에 물이 올랐다”, “연기자 이진으로 거듭났다” 등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동륜’(최재웅)의 연인이자 ‘목지상’(지성)의 생모 ‘영지’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어쩔 수 없이 택한 강단 있는 고려의 여인을 훌륭히 그려냈다.
이진은 “‘영지’라는 캐릭터를 봤을 때 보여줄 게 많은 역할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좋은 평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라며 얼떨떨해 했다. “제작비 200억 드라마다보니 방송이 되기 전부터 예고도 많이 하고 스페셜 방송도 했잖아요. 준비기간이 길었지만 초반에 이끌어가는 인물이라 부담이 많이 됐죠. 촬영 때는 못 느꼈는데 첫 방송날이 되니 시험 보고 점수 기다리는 수험생같이 느껴질 정도였어요.”
“촬영장에서 막내다보니 선배들이 많이 챙겨준다. 작은 것까지 배려하는 모습에 너무 감사한다. 특히 함께 해준 선배들은 내가 여러 번 테이크를 가도 힘든 내색을 안 하고 계속 맞춰준다. 내가 감정을 잡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흐름을 깨지 않도록 맞춰주는 모습에 내가 선배가 되면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촬영장은 안 그런데도 많다는데 우리 팀은 배려가 넘쳤다”는 것이다.
이진은 ‘대풍수’를 “자신감을 준 작품”이라고 요약했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다. 전에는 눈치를 보고 갇혀있는 연기를 했다면 이제는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무리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평생 연기를 하는 게 목표”라고 이 작품을 발판으로 삼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