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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태풍에 쓰러진 괴산 왕소나무 고사 위기

장마·무더위 못견뎌 생명만 유지…후계목 사업도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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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8.26 19:28
  • 기자명 By. 최돈형 기자

지난해 8월28일 태풍 볼라벤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에 600여년간 자리 잡고 있던 거목(巨木) 왕소나무(천연기념물 290호)가 쓰러졌다.

왕소나무는 1년이 지나도 기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힘없이 누워 있다.

고고함을 자랑하던 왕소나무는 쓰러질 당시 많은 가지가 부러졌고, 상처를 입은 줄기에는 붕대가 감겨 있어 마치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나무 전문가들은 왕소나무가 사실상 회생이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왕소나무가 뿌리 등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고 겨우 생명만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람으로 표현하면 '식물인간' 상태라는 의미다.

왕소나무가 쓰러진 뒤 괴산군과 문화재청, 주민들이 뽑힌 뿌리에 흙을 덮고, 가지는 철구조물로 받침대로 지탱했다.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차광막도 설치했다.

영양제와 발근 촉진제를 공급하고 뿌리 주변에 비료를 주는 등 정성을 쏟았으나 왕소나무를 살리는 데 역부족이었다.

지난 6월 일부 가지에서 파란 순이 올라오는 등 소생 기미를 보이기도 했으나 7월부터 이어진 무더위와 장마로 최근 대부분 가지가 갈색으로 변했다.

괴산군의 김영근 학예연구사는 “볼라벤으로 쓰러진 다른 나무들은 대부분 3∼4개월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며 “그나마 왕소나무는 굵은 가지와 뿌리에 남아있는 영양분으로 생명을 유지했으나 최근 무더위와 장마를 견디지 못해 사실상 고사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애초 이달 말 자문위원회를 열어 왕소나무의 고사 여부를 판정하고 보존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다음 달로 연기했다.

왕소나무가 쓰러진 뒤 충북도 산림환경 연구소가 지난 3월부터 진행한 후계목 육성사업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당시 왕소나무의 가지를 꺾어 다른 소나무 10그루에 접을 붙이는 방법으로 후계목을 만들었으나 대부분 생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이 연구소가 천연기념물 유전자보호사업을 위해 2004년 왕소나무에서 접목한 한 그루가 살아있는 상태다.

이 연구소 한주환 시험연구팀장은 “지난 3월 접목했을 때도 왕소나무의 상태가 좋지 않아 후계목 육성사업이 사실상 실패했다”며 “2004년 접목한 나무를 잘 키워 왕소나무의 후계목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왕소나무는 높이 12.5m, 둘레 4.7m이며 줄기가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 예로부터 ‘용송(龍松)’이라고 불려왔다.

괴산/최돈형기자 cjvs0303@dailyc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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