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을 자신의 것처럼 속여 수억원의 보험금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뇌출혈 환자의 MRI를 이용해 허위로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챙긴 혐의(사기)로 보험설계사 이모(53·여)씨를 구속하고 일당 1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총책과 모집책, 대리진단자, 피보험자 등으로 역할을 나눈 뒤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이 같은 수법으로 9개 보험사로부터 3억원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경력 24년의 베테랑 보험설계사인 이씨는 지난 2007년 3월 평소 친분이 있던 남모(57)씨에게 접근해 뇌출혈 환자의 MRI를 이용해 보험금을 타내기로 공모했다.
이어 지인으로부터 뇌출혈 환자 박모(52)씨를 소개받아 남씨 이름으로 MRI를 찍어 가져오면 돈을 주겠다고 꾀어 남씨가 보험금 3000만원을 탈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수령한 보험금은 이씨와 남씨가 절반씩 나눠 가졌다.
이씨는 더욱 대담해져 남편과 여동생까지 대리진단을 통한 보험 사기에 끌어들여 보험금을 타게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지인에게 접근해 보험금을 대납해 줄 테니 함께 대리진단 보험사기를 벌이자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보험설계사로부터 대리진단을 통해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보험사기를 벌였다”고 말했다.
대리진단을 통한 보험금 수령이 가능했던 것은 병원의 환자 신분 확인 절차가 허술하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양철민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MRI를 촬영할 때 소형병원은 본인 확인 절차를 거의 하지 않고, 대형병원도 접수 단계에서만 신원을 확인하는 등 진료 체계의 허점을 악용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리진단을 통해 보험금을 수령하는 일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상문기자 sml88@dailyc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