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쌀 한 가마니만 내다 팔아도 차례를 지내고, 식구들대로 옷도 사고 쓸 돈이 충분했는데 이제는 다 옛말이 됐어.”
추석을 앞둔 한 농부의 하소연이고, 평생 논농사밖에 몰랐던 농민들의 한 숨소리다.
이달 중순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벼 수확에 들어간다.
충북 청원군에서는 조생종 생명쌀이 벌써 추수를 마치고, 지난 3일부터 햅쌀로 시중에 유통되는 등 추석을 맞춰 일부 농가에서 일찌감치 추수를 끝냈다.
햅쌀이라 그나마 가격이 좋아 농가마다 쌀을 판 돈으로 이번 추석을 보낼 생각에 기대가 크다.
그러나 쌀값은 여전히 10년 전과 비슷한 실망스런 수준이다.
16일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햅쌀(20㎏·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4만2700여원으로 지난 10년 전 4만3200원보다 1.2% 하락했다.
2010년에는 햅쌀 가격이 3만4000여원으로 1996년 3만6100여원보다도 낮았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 동안 가장 비싸게 거래된 가격은 4만3000원대로 이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추석 대목이라 다른 품목의 가격은 오르지만, 유독 쌀만 10년 전 수준에 머물러 벼 재배농가는 크게 재미를 못 보는 실정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쌀 수요량은 매년 생산량에 크게 밑돌고 있다.
지난해 국내 쌀 공급량(이월·생산·수입)은 581만7000t으로 이 중 수요량(식량·가공·종자·기타)은 490만8000t으로 91만2000t이 남아돌았다.
특히 빵 등 밀을 가공한 대체 식량이 쌀을 대신하면서 매년 주식으로의 쌀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
쌀 식량 소비량은 2006년 386만t, 2007년 378만9000t, 2009년 368만4000t, 2010년 367만8000t, 2011년 361만2000t, 지난해 355만6000t 등으로 감소추세다.
쌀 소비량이 준만큼 제값을 받지 못하면서 이제는 ‘찬밥’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도 농업기술원은 이달 중순부터 다음 달까지를 벼 수확 적기로 발표했다.
방아를 찧어 햅쌀 한 가마니를 장에 내다 팔아 그 돈으로 추석을 넉넉하게 보냈던 농가의 모습은 이제 옛이야기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청주/신동렬기자 0114667220@dailyc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