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김윤석이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장준환 감독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통해서다.
5인조로 이뤄진 조직폭력배의 리더 석태 역을 맡은 그는 총을 몸 깊숙이 숨긴 유능한 총잡이처럼 마지막 한 방을 위해 넘실대는 에너지를 깊숙이 갈무리한다.
김윤석은 지난 24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언젠가는 이 악마가(악마같은 작품이) 내 앞에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화이’(여진구)의 복수 과정을 그렸다. 자신을 키워준 양부들이 실제로는 그의 친부모를 살해한 원수라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총과 칼로 뒤덮인 스크린은 유혈로 얼룩지고, 영화를 관통하는 ‘살부’라는 소재는 관객의 마음을 옥죈다.
그는 “전후 문학 분위기의 연극들이 있습니다. 이오네스코의 작품이나 ‘동물원이야기’(E.올비) 같은 것들이죠. 인간과 신에 대한 이야기와 선과 악의 개념이 모호했던 작품들이 유행한 적이 있어요. ‘화이’는 (그런) 한 편의 연극과 같은 이야기이고, 굉장히 클래식합니다”라고 말했다.
‘화이’의 겉포장은 화려한 액션과 잔혹한 살인이 뒤범벅된 누아르 액션이지만 한 커플 벗기면 고전의 향기도 숨어 있다. 영문도 모른 채 살상병기로 키워진 ‘화이’는 양부들과 대결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몰래 생부를 죽이는 내쳐진 희랍 비극의 주인공이다.
김윤석은 석태를 소화하면서 마치 20대 대학로에서 치열하게 연기만 하면서 “졸졸 굶으면서 광기로 헤매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연기했다고 했다.
‘지구를 지켜라’(2003) 이후 10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장준환 감독은 “한 호흡 한 호흡이 중요해 마치 외줄을 타는 듯 작업했다”며 “어떤 순간을 향해 가려면 균형을 잘 잡아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