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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민주당의 두 가지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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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0.10 18:06
  • 기자명 By. 강재규 기자
▲ 강 재 규 서울본부장

여의도에 있으면 몇 가지 착각 속에 빠져들곤 한다. 정치 1번지요, 한국의 월스트리트(街)가 자리하는 까닭에서 오는 현상이다. 이를테면 웬만한 정치 사안에 대해 다 안다거나, 대한민국 거시경제쯤은 웬만큼 꿰고 있다는 우월의식이 그것이다.

사실 국회와 한국증권거래소가 있어, 보고 듣고 하는 일들이 죄다 그런 것들 뿐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약간 유식해질 법도 하다.

실제로 여의도 밥을 오래 먹은 이라면 제법 유식하게 세상 돌아가는 입담을 자랑할 수도 있다. 핵심은 아닐지라도 그 세계에서 일어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소설같은 상상력으로 무수한 시나리오를 썼다가 지우고 또 색다른 각도에서 써내려갈 수는 있다.

죄다 ‘서당개 삼년’ 식이다. 반면, 정치와 경제를 제외한 문화나 예술 등의 분야에 대해서는 아주 비중이 낮은, 하찮은 것쯤으로 여기기 일쑤다. 또 같은 정치와 경제라 하더라도 중앙이 아닌, 지방이나 지역에서 벌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좀 낮게보기 일쑤다.

하지만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란 말을 이해할 나이쯤 되면 비로소 그때야 정치에 대해 ‘뭘 좀’ 안다는 소리 듣게 된다.

또 시시각각 돌아가는 거시와 미시경제 흐름을 읽을 줄 안다고 할지라도, 그 잘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조차도 한번 예측 잘못해 뻥뻥 나가떨어져 패가망신하는 경우를 본다면, 경제에 대해 안다고 '잘난 체'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하는 소린데, 경제는 놔두고, 이런 것을 좀 아는 처지에서는 정치에 대해 뭘 좀 얘기하기가 겁이 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어차피 관점의 차이가 조금 있을 수는 있지만, 내가 아는 것 쟤도 알 것이고, 쟤가 아는 것 나도 대략 아는 터가 아닌가 해서다.

그럼에도 지울 수 없는 것 한 가지는, 요즘 민주당이 하는 것을 보면 그들 역시 몇 가지 착각 속에 빠져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해서 새누리당이 다 잘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정기국회가 어렵사리 문을 연데 이어 이제 내주부터 국정감사에 본격 돌입하지만 피감기관들에 대한 정책감사는 어차피 크게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들 앞에 인기 좀 얻고, 표 좀 구하려 실컷 피감기관 두들기는 일에 치중할 것 아닌가. 경제민주화와 국민경제란 이름아래 경제인들 줄줄이 출석시켜 재벌들 길들이기하고, 혼내면 최고로 잘 한 것으로 우쭐해할 것 아닌가.

그러니 그런 국감은 피감기관들에게 ‘면역’만 높여줄 뿐, 이제 식상하기도 하고 별반 새로울 것도 없다. 국민연금, NLL 사초(史草)시비 등으로 어지간히 시끄러울 판이다. 충청권 등 지역 현안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정치권, 특히 현 한국정치 지형에서 한 축을 맡는 민주당의 착각이 보통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엊그제 김한길 대표의 국회 복귀결정과 무관하게 서울광장을 민주당의 ‘허가 난’장외집회장이자 노숙투쟁의 장으로 변질시켜놨으니 광장과 거리가 모든 걸 해결해줄 것이라고 맹신하는 착각이 그 하나다.

그러니 그 아류격인 정의당이 이로부터 한 50미터쯤 떨어진 곳에 다른 둥지를 틀고 시민광장을 무기한 ‘점유’하기 시작했으니 시민의 공간은 죄다 이들 정치단체 전용공간이 돼버린 꼴이다.

또 한 가지, 민주당의 착각은, 비슷한 맥락에서, 마치 민주주의를 민주당 내지는 진보쪽만의 전유물로 인식, 현 정국교착 현상을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그것이다. 국정원이라고 하는 국가정보기관의 운영에 결함이 있는 것도 민주주의의 위기이고, 예전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을 만큼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아 크게 틀리지 않을 검찰이‘위기’의 진원지인양 보는 시각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 기관의 잘못은 입법권을 발휘해 풀면 된다. 검찰 총수를 찍어냈다고 판단한다면 그 역시 정치적으로 풀면 된다. 정치적 역량을 높이는 일이 우선이다. 도리어 그 상당한 키는 입법권을 갖는, 민주당을 포함한 정치권이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 남탓할 게 아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모든 걸 대권 놓친 탓일뿐, 정치 못한 것은 잘 모르는 식이다.

정치는 선거로 말한다. 127석의 민주당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반색해가며 반사이익을 얻으려 말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국민의 마음을 얻는 정치로 일대 전환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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