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0t급 해군 구축함인 을지문덕함이 훈련 중 발생한 정전으로 5시간 동안이나 바다에 표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해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을지문덕함은 지난해 12월9일 오전 3시30분 전북 군산시 어청도 서남방 110여㎞ 해상에서 대잠수함 작전 도중 멈춰 섰다.
정전 5분 뒤 함장은 비상사태를 맞았을 때 조치하는 '전투 배치' 지시를 내렸고, 승조원들은 예비 발전기 2대를 가동시키려 했지만 시동이 되지 않았다.
평택에 있는 서해 2함대사령부와도 교신에 나섰지만 통신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정전 발생 후 25분 뒤 별도 비상통신기를 가동해서야 2함대와 교신이 이뤄졌다.
이후 정전 발생 5시간만인 오전 8시18분 전원이 공급될 때까지 을지문덕함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불도 꺼진 채 표류했다. 5시간 동안 을지문덕함의 레이더와 미사일 같은 핵심 무기체계는 제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을지문덕함과 같은 한국형구축함(KDX-Ⅰ)은 현재 6척이 전력화됐지만 함의 기능이 상실되는 대정전 상태는 해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해군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1개월간 정밀조사를 벌였다.
해군 보고서에 따르면 비상통신기의 준비 상태 미흡으로 (교신에) 25분이 걸려 함대에 즉각적으로 정전 사태를 전파하는 데 미흡했다.
함정 입항후 교체한 비상배터리 8개를 고려하면 사고시 운영했던 비상배터리 중 82%가 불량으로 추정됐다.
안 의원은 “최신의 전투함도 평소 작은 부품하나라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면 이처럼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해군 전력의 최신화에 상응하는 정비체계가 재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고형원기자 dongshin@dailyc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