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요 아침에] 전통 잃어가는 천안 명물 ‘호두과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3.10.27 18:1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임 명 섭 주 필

천안연암대학(천안시 서북구 성환읍)이 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국화전시회장에 직경 2m가 넘는 천안의 특산물 호두과자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설치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천안 명물 호두과자는 천안 광덕 호두가 유명해 이를 재료로 과자를 만들기 시작, 1934년부터 그 유명한 천안 호두과자의 역사가 시작됐다.

천안호두과자는 70여년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고 특산물로 유명해 전국 어디서나 전화주문을 하면 즉시 배달될 정도가 됐다. 이처럼 판매망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원조지역인 천안에서는 12시간 이전에 주문을 하면 바로 주문처로 보내고 있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천안호두과자는 흰앙금이 들어있는 호두과자의 색다른 맛을 냉동실에 얼려놓고 두고두고 먹어도 그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또 얼어있는 찬것이 싫으면 전자렌지에 데워먹어도 먹기에 좋다. 원조호두과자의 제조법은 우선 만드는 과정부터 다르다.

호두과자의 바탕이 되는 밀가루 반죽을 물로 하지 않는다. 계란과 물을 약간 섞은 묽은 우유에 설탕을 가미해 믹서기에 돌린 시럽으로 반죽한 뒤 숙성과정을 거친다.

호두과자 속을 장식하는 팥도 붉은팥과 흰팥(흰동부)을 가려 쓰는데 팥을 삶아 껍질을 벗기고 물을 세번쯤 갈아준다.

팥독을 씻어내며 가라앉힌 앙금을 물엿처럼 녹인 설탕에 비벼 한번 더 찜을 하듯 열을 가해 물기를 알맞게 빼준다. 그리고 구울 때 호두 한알을 8쪽으로 나누어 한 조각씩 얹어 다 구워진 뒤에도 호두조각이 살짝 내비치도록 제조하는 것이 원조 제조의 기법이다.

진짜 호두알맹이처럼 딱딱해진 호두과자는 별미이고 우유와 함께 3∼4개만 먹으면 식사를 대신할 정도로 맛과 영양에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70년이 넘는 ‘전통 천안 명물’ 호두과자가 전국 판매망으로 번지면서 본래의 맛을 잃어가고 있다니 안타깝다.

최근 일부 제조업체에서 호두과자에 들어가는 주 재료인 밀가루와 호두, 팥 등이 국내산이 아닌 수입산으로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그 이유는 뭘까. 일부 호두과자 제조업체가 수입산 재료를 쓸 수밖에 없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수입산과 국내산의 밀가루와 호두, 팥 등의 단가 차이가 너무 큰 이유다. 게다가 호두과자의 주 원료인 천안 광덕 호두가 최근 4년간 생산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흉, 풍년 따라 납품가격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호두과자의 원료인 호두값이 국내산 비해 외국산이 2배 이상 저렴하다. 때문에 일부 업체가 싼 수입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새누리당.이노근 의원)가 한국도로공사로 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서 이같은 사실이 밝혀져 업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속도로 등 전체 휴게소 176곳 중 95%인 176곳에서 팔리고 있는 호두과자는 주재료인 호두를 미국산 내지는 칠레산과 호주산을 넣고 있는 것으로 밝혔다. 특히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과 부산방향의 천안부근 휴게소 2곳마저 호두과자에 칠레산과 미국산 호두를, 팥은 중국산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원조인 천안에서 성업중인 호두과자점 80여곳의 대부분은 휴게소와는 달리 우리 고장에서 수확되는 광덕호두를 전량 재료를 쓰고 있다. 또 밀가루 역시 우리 밀을 쓰는 업체도 많았다. 그러나 팥은 단가 차이가 워낙 커 수입산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우리 식탁에는 호두과자 이외에 수입해오는 농수산물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속풀이 국에 딱 좋은 재첩은 93%가 중국산이다. 멕시코 고등어, 태국 새우, 베트남 주꾸미, 인도네시아 삼치, 아일랜드 골뱅이, 바레인 복어, 러시아 명태가 대표적이다,

아프리카 민어와 도미는 제사상에도 오르고 있다. 이쯤되면 호두과자의 국적(國籍)도 어딘지 아리송해 지는 것은 이해가 된다. ‘신토불이’를 외치고 다른 한편에선 국산만 먹고 살 수는 없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상인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수입 식재료에 대한 인식이 나쁜 것은 질이 안 좋은 것을 싸게 사다가 국산이라 속여 비싸게 팔아온 상인들 탓이 크다.

천안 호두과자는 지역특산품으로 빛을 잃지 않도록 국내산 재료를 써 소비자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