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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만추(晩秋)를 만끽하셨나요?

“추초생, 귀뚜라미를 일컫는 별명이다. 가을 일찍이 나와 계절을 알려주는 젊은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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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1.07 18:4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창 견 시인

‘추초생’(秋初生), 귀뚜라미를 일컫는 별명이다.

가을 일찍이 나와 계절을 알려주는 젊은이란 뜻이다. 보통 가을의 전령사 하면 누구라도 귀뚜라미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산바람 소리 찬비 듣는 소리

그대가 세상 고락 말하는 날 밤에

숫막집 불도 지고 귀뚜라미 울어라

 

서정적인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오는 시, 김소월의 <귀뚜라미>다. 귀뚜라미는 메뚜기목으로 우리나라에 30종 정도 분포한다. 대부분 야행성인 탓에 날개짓 소리로 가을밤을 청량하게 수놓는다.

그래선지 귀뚜라미는 그 상징성으로 인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을을 노래한 시에 으레 모티브가 되고 있다. 차제에 노천명의 <귀뚜라미>와 엘리엇 작 <황무지> 한 구절을 되새김해 본다.

 

밤이면 나와 함께 우는 이도 있어

달이 밝으면 더 깊이깊이 숨어듭니다

오늘도 저 섬돌 뒤 내 슬픈 밤을 지켜야 합니다.

 

죽은 나무는 그늘을 주지 않고

귀뚜라미는 위안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가을이 결실과 수확의 풍요를 상징함과 동시 시듦과 조락의 쇠퇴를 상징하고 있듯, 귀뚜라미도 낯익음으로 친숙한 곤충인 동시에 짧은 삶의 주기로 인한 소외와 조락을 상징하고 있다.

 

잠시라도 국화 향에 취해보았나요?

가을을 상징함에 국화 역시 빠질 수 없는 대표성을 갖고 있다. 산국화, 들국화, 수국화, 울릉국화 등 10여종 어느 품종이든 국화는 매, 난, 국, 죽 사군자의 고고한 품격으로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하여 가을 서릿발 맞으며 홀로 피는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군자의 모습에 비하고 있다.

동양에서 재배하는 관상식물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국화는 중국이 원산으로 약용으로도 친밀도가 높다. 국화전, 국화차, 국화주 등은 계절의 별미로 중국 고사에 따르면 주유자(朱孺子)는 국화를 달여 마시고 신선이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화주는 고려 때부터 담그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두통을 낳게 하고 눈과 귀를 밝게 하는 등 기운을 북돋아주는 효험으로 불로장수의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국화는 수(壽)를 뜻하는데, 국화에 새가 날아드는 민화는 집안의 경사가 넘침을 의미한다고. 만추의 절정을 소담히 담고 있듯이.

가을 그리고 국화를 말하자니 머니모니해도 미당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가 백미 중 백미 아니겠는가.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단풍 고운 빛깔에 잠겨서…

만추의 서정을 느껴보기도 전에 벌써 겨울이 시작 된다는 입동이 아닌가. 필자의 경우 올가을 귀뚜라미 소리도 국화향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채 훌쩍 지나가버렸다.

다행히 며칠 전 계룡산 등산길에 석양을 받아 투명하리만치 빛 고운 단풍에 발걸음을 붙잡힌 것이 아쉬운 만추의 유일한 위안이다.

그러고 보니 귀뚜라미, 국화, 단풍 외에도 고추잠자리, 억새, 코스모스, 은행잎, 그리고 기러기 등도 가을을 상징하는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 이 역시 가슴에 담아주진 못했지만…

‘단풍도 떨어질 때에 떨어 진다’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제 때가 있는 법이랄까 자연의 섭리며 삶의 경구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 가을의 서정을 느껴보고자 그래서 흐린 기억 속의 시어(詩語)를 꺼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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