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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질투와 시기의 두 얼굴

“자연은 잎도 열매도 마음을 비우고 다음을 준비한다. 늦은 가을날 자연으로부터 시기와 질투가 아닌 비움의 의미를 배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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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1.17 17:3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덕 주 담쟁이 시민학교장

사회생활 속에서나 드라마 속에서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면 질투와 시기심이 지나쳐 빚어진 일들이 많다.

하지만 적당한 질투와 시기심은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질투와 시기심이 없다면 동기유발이 되지 않고, 비교 대상이 있어야 상대를 이겨보려는 마음에 의욕도 생길 것이다. 어느 날 TV에서 ‘구암 허준’이란 드라마를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사 모든 일들이 그런 시기심과 질투에서 유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남이 나보다 더 잘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세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란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닌 듯하다. 사람의 마음은 남이 나보다 잘되는 것에 대해 선한 마음보다는 악한 마음이 먼저 든다는 것을 표현한 속담일 것이다.

상대방의 피나는 노력과 뛰어난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나의 노력과 능력이 부족했음을 인정 할 때, 시기와 질투하는 마음을 놓게 된다는 걸 이어지는 드라마 속 이야기를 보며 느낀다.

사람은 아주 천천히 성숙해진 후에야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다는 사실을. 그런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도 들어갔겠지만 본연의 선한 마음을 이끌어 내기까지는 사람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TV속 허준을 보며 저 사람은 어찌 저리 선할 수 있을까, 유도지를 보며 저 사람은 왜 저리 못나게 행동하는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되짚어보면 유도지에게는 허준에 대한 미움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허준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그가 선한 마음을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악함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단지 사람에 따라 자신의 과오와 상대방의 우수성을 인정하며 시기와 질투를 내려놓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깨닫게 되기도 하며,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과오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 있었던 유도지에게 기회를 주는 허준의 통 큰 마음에 유도지는 결국 허준에게 자신의 시기와 질투의 마음을 사과하게 된다. 또한 허준은 유도지의 뛰어난 의술을 인정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원만하게 정리가 되어간다.

서로가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며 적당한 경쟁심만으로 본연의 책무를 다 했더라면 두 사람에게 조금 더 일찍 행복이 찾아오지 않았을까?

적당한 시기심과 질투심은 삶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선의의 경쟁이라 부른다. 나보다 잘되는 사람을 보며 시기하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조금 더 여유로운 경쟁으로 칭찬을 하며 그를 닮아가려는 따뜻한 마음을 갖자.

선의의 경쟁자로 살아간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발전하며 행복해질 것이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태초부터 부족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아왔다.

남아프리카의 한 부족을 연구하던 어느 인류학자가 싱싱하고 달콤한 딸기가 가득한 바구니를 놓고 누구든 과일바구니에 먼저 도달한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손을 잡고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함께 바구니에 도착하여 딸기를 나눠 먹으며 행복해 했다.

“일등한 사람에게 모두 주려 했는데 왜 일등을 하지 않고 손을 잡고 함께 달렸느냐?”고 묻자 약속이라도 한 듯 아이들의 입에서 “우분투”라는 말이 나왔다. ‘우분투(Ubuntu)’라는 말은 “당신이 있으므로 내가 있습니다”라는 뜻이란다.

사랑은 사랑하는 자의 것이며 행복을 찾는 자의 아름다운 선물이다. 미움은 미워하는 자의 것이며 시기와 질투를 일삼는 자의 소유물이다.

가을이 오면 여름내 질투와 시기, 경쟁으로 자라던 자연은 갈무리를 마치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이처럼 자연은 잎도 열매도 마음도 비우고 다음을 준비한다. 늦은 가을날 자연으로부터 시기와 질투가 아닌 비움의 의미를 배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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