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거점을 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조직 총책인 속칭 ‘따거’(大哥)도 함께 붙잡혔다.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20일 대출을 해 줄 것처럼 전화 상담하며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김모(34)씨 등 28명을 구속하고 백모(28)씨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2011년 1월부터 최근까지 대출 전화상담을 미끼로 빼낸 남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보증보험증권 발급 수수료와 인지세 등 명목으로 543명으로부터 38억8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총책-중앙센터장(사장)-콜센터 팀장’으로 구성된 핵심세력을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책인 ‘따거’ 김씨는 중국 칭다오 한 공단에 사무실을 빌려 중앙센터를 운영하면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것처럼 눈속임해 공안당국의 단속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센터 하부조직인 각 콜센터에서는 피싱책·인출책·송금책·인력모집책·환전책 등을 관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보이스피싱의 상징처럼 인식되는 ‘김○○ 팀장’ 명의의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뿌린 뒤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대출 상담을 하는 척하며 피해자 개인정보를 빼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개인정보는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며 전화금융사기를 위한 자료로 쓰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 등은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가족납치 협박 등을 통해 대출 상담자의 돈을 가로채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적발된 중앙센터장과 콜센터 팀장 중에는 폭력조직원도 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곽태희 천안동남경찰서 수사과장은 “중앙센터장은 피싱책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못하게 하거나 일정한 성과를 낼 때까지 외부와 차단하는 등 행동강령까지 정해뒀다”면서 “수개월간의 수사 끝에 하부조직뿐만 아니라 그 윗선까지 모두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범죄수익이 1000억원대라는 진술을 확보한 만큼 추가 수사를 통해 재산 은닉처와 여죄를 파헤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아직 붙잡지 못한 조직원 49명의 뒤도 쫓고 있다.
천안/장선화기자 adzerg@dailyc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