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침을 열며] 종교의 정치참여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종교의 정치참여는 기능한한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역사적인 교훈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3.12.08 16:5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 경 수 법무법인 둔산 대표 변호사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신부들이 지난달 22일 개최한 시국미사에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것을 계기로 하여 종교의 정치참여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주미사 이후 사제단 본부가 한동안 침묵을 지키면서 불씨가 사그러지는가 했더니 며칠전에 사제단 본부에서 전주교구의 시국미사에 대한 공식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사제단의 현실정치 개입이라는 불길이 다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사제단은 4일 ‘현 시국에 대한 입장’이란 성명을 통해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주장한 전주교구 사제단의 요구를 존중하며 이를 사제단의 입장임을 밝히고자 한다” 면서 “불의에 맞서는 일에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까지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 종교단체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하여 드러내놓고 입장을 발표한 것이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군사정부나 권위주의 정부시절에는 민주주의와 인권문제, 도시빈민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종교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곤 했으며, 때로는 국민들로부터 소리 없는 박수를 받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자칫하면 진실이 파묻힐 뻔 했던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의 경우도 그 실체가 만천하에 밝혀지게 된 데에는 천주교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것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지난 날 종교단체의 사회참여나 정치참여 활동이 국민들로부터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것은 두가지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첫째로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종교단체가 대다수의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절박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당시의 권위주의 체제로 인하여 정치권이나 언론, 사법부 등이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고, 따라서 종교단체가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 등의 국가기관이 대통령선거에서 댓글이나 트위터 등의 방식을 통하여 특정 정파를 위한 선거운동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사안을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하여 이미 검찰에서 원세훈 국정원장 등을 기소하여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고, 정치권에서도 국정원의 개혁을 위한 특위가 구성되어 정세균 의원이 위원장으로 선임되는 등 사법부와 정치권에서 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언론에서도 위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에 대하여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등 사법부와 정치권, 언론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종교단체까지 나서서 위 문제에 개입할 필요성이 있는지 는 의문이다.

더구나 국정원에서 대통령선거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쉽사리 판단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이 그러한 부정선거에 직접 관여하였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사제단이 박 대통령의 퇴진까지 요구한 것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지나치게 정파적이라는 해석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우리 헌법이 정교분리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는 점을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종교의 정치참여는 가능한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역사적인 교훈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종교단체도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종교단체로서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할 보편적인 문제에 국한되어야 하고, 또 그 목소리는 특정 정파에 치우친 것이 아닌 객관적이고, 순수한 목소리여야만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조건들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의 종교단체의 섣부른 사회참여는 종교인들의 권위를 떨어뜨리게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로 인하여 심각한 사회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