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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받은 자원봉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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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8.02.03 19:07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태안 기름 유출사고 현장에서 방제 봉사작업을 한 충남지역 일부 초·중·고 교사 5천여명이 출장비와 시간외 수당, 교통비까지 챙겼다고 한다. 이들 교사는 지난해 12월 18일부터 30일까지 1인당 5만원~8만원씩 지급받았다.

심지어는 돈을 챙기기 위해 자원봉사를 했다는 확인서를 받아 5만원의 소득공제 혜택까지 봤다는 교사도 있다.

이런 돈을 챙기는 과정은 학교별로 여비 규정의 적용 절차를 거치기는 했으나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혈세를 빼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도내 모 시(市)의 7개 초등학교 교사 33명은 시간외 근무수당도 청구해 3만~3만6천원씩을 받았다가 뒤늦게 시 교육청이 ‘잘못이다’라는 지적을 받고 토해 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7일 태안 앞 바다에서 기름 유출 사고 후 온 국민이 기름에 오염된 바다를 살리려고 팔을 걷어 붙여 자원봉사에 나선 사람은 130만명이 현지를 찾았다. 그러나 태안앞 바다를 찾은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혹한 속에서 묵묵히 오염된 바닷가의 돌과 모래에 붙은 기름찌꺼기를 닦아 냈다.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휴일에 근무하고 대신 평일에 놀게 된 그 귀한 휴식시간에 자기 돈으로 가족과 함께 태안 기름 오염 현장으로 달려왔다. 현장에 도착한 자원봉사자들은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을 가슴에 안고 바위 하나, 자갈 하나, 모래알 등에 붙은 기름찌꺼기를 힘을 주어 닦아 냈다.

태안에서 일어난 자원봉사자의 기적같은 물결은 세계에서 감탄하는 눈으로 지켜보게 했고 국민들도 자랑스럽고 당당한 이들의 모습에 흐뭇해 했다. 게다가 이주노동자들 조차도 일손을 놓고 태안으로 달려가 방제작업에 나섰다. 한국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외국인까지 자원봉사에 동참했으나 교사들은 전혀 다른 생각으로 다녀왔다.

더구나 출장비 등을 챙긴 교사들은 다른 곳도 아닌 기름 피해가 가장 큰 충남 지역의 교사, 교직원이라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현지로 떠날 때 기름 유출 방제에 참가한 교사들은 다른 자원봉사자들 처럼 대부분이 순수한 마음에서 봉사활동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출장비 명목으로 받아서는 안될 봉사 대가의 돈 소문은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번져 부끄러운 일이되고 말았다.

이것도 모자라 방학과 휴일에 한 방제활동에 대해서도 출장비를 받았다고 한다. 이 지경에 교사들과 달리 학생들은 1인당 2만∼3만원씩을 자비로 부담하면서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국민의 혈세를 챙긴 자원봉사 활동은 태안 주민에겐 직접적인 폐가 되지는 않는다고 가볍게 생각할지 모르나 주민이 겪는 고통을 함께 나누고 힘을 모아 환경오염을 줄인다는 참뜻과는 크게 어긋 났다.

태안에서는 봉사 대열의 기적을 만들어 냈기에 이들의 땀방울로 바다가 되살아나 주민들이 행복하게 다시 자연과 함께 숨을 쉬는 또 하나의 기적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이런 바램속에 봉사를 실천하고 가르쳐야 할 교사들이 출장비 등을 챙겼다니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할 수 있겠는가 걱정 스럽다. 돈받고 할 봉사라면 봉사의 의미가 없기에 주민에게 위화감을 주기전에 아예 안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주필/임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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