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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현대문학’ 정상화 조치에도 문학계 냉담

“전통있는 잡지였던 만큼 문학의 본질을 살리는 잡지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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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2.19 17:2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최 광 임 시와 경계 부주간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물어온 한 대학생의 단순한 인사말에 대한민국이 끓고 있다. 대학생들은 물론 SNS를 타고 일반 사회인과 중고등학생들에게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혼자만 안녕치 못한 줄 알았던 개개인들이 패배감과 무력감에 빠져있을 때 누군가 먼저 안부를 물어주자 너도나도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곧, 이 사회가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한 결과이다. 물론 문학 동네도 안녕할 리가 만무하다.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이 몇 필진들의 소설을 정치적 발언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게재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논란이 되자 공식 사과문을 내고 ‘현대문학’의 대표 겸 편집주간인 양숙진 씨와 이재룡, 이남호, 김화영, 최승호 씨 등 편집위원 네 명도 함께 사퇴했다. 이로써 문제는 진정 국면에 들어간 듯하나 문인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 사건 발생 직후, 2003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차주일 시인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현대문학’ 등단을 반납합니다”라는 글을 발표한 바 있으며, 젊은 작가 74명도 “‘현대문학’ 기고를 거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후 기고 거부 문인들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공식 사과문 발표와 함께 양숙진 주간이 필진에게 직접 전화를 했으며 메일로 사과문을 전달함은 물론 잡지 1월호에도 사과문을 발표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시인 차주일 씨는 등단을, 소설가 황정은 씨와 문학평론가 신형철 씨는 올해 수상하는 현대문학상을 반납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황정은 씨는 “현대문학의 정상화 노력을 환영하고 지지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 있으므로 시상식엔 참석하지 않겠다”며 “심사위원들께는 죄송하지만 마음이 기쁘지 않으므로 상을 받을 수 없다”고 18일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밝힌 것이다.

이렇듯 ‘현대문학’ 측의 정상화 노력에도 문인들의 반응이 냉담한 이유는 창작 정신을 검열당했다는 절망감과 치욕감 때문이다. 작가의 정신은 오로지 작가 고유의 영역이어야 한다. 어떤 사회,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검열당하고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 잡지의 역할은 작가들의 이러한 정신을 보호하고 북돋우는데 있다. 하물며 문학적 전통과 정신을 이어왔던 ‘현대문학’이라는 대한민국 최장수 잡지가 자처하여 정권의 눈치를 봄으로써 본연의 임무를 망각했다는 점이다.

나아가 작가 고유의 영역을 검열하고 강제함으로써 작가로 하여금 권력이나 정권 앞에 무력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점과 7,80년대 사회적 분위기에서도 굳건하게 지켜온 문학 정신을 퇴보시켰다는 분노가 큰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의 발단은 2014년 1월부터 연재하기로 한 이제하 원로 소설가의 첫 회분 원고가 ‘정치적인 소재를 피하고 명랑하고 밝고 따뜻한 소설을 지향한다’는 이유로 반려되었고 침통에 쌓인 이제하 소설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다. 그 뒤 언론을 통해 작가 정찬 씨와 서정인 씨의 장편 연재도 ‘잡지 사정으로 게재할 수 없다’는 “일방적인 중단 통보”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정인 씨는 지난 7월호와 8월호에 장편 1, 2회를 연재한 후 3회 째 연재가 중단되었으나 “평생 처음 겪는 일이고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창피한 일이어서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았다”고 13일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힘으로써 문제가 확산되었던 것이다..

이런 모든 정황에도 우리 문학인 모두는 ‘현대문학’이 우리나라의 전통 있는 잡지였던 만큼 앞으로 문학의 본질을 제대로 살리는 잡지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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