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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해외여행 자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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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8.02.10 19:47
  • 기자명 By. 충청신문/주필 임명섭 기자
최근 해외에서 연휴를 보내는 직장인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번 설에도 긴 연휴로 해외 관광지를 다녀온 여행객이 급증했다. 길게는 5~9일에 이르는 설 연휴를 맞아 해외로 떠났다가 돌아 온 여행객이 줄잡아 40여만명이 휠씬 넘어 섰다는 집계를 보면 귀가 막힐 노릇이다.

이번 설에 해외여행 상품은 장, 단거리를 막론하고 설 이전에 항공권이 모두 매진됐을 정도다. 게다가 사상 최대의 긴 설 연휴 탓으로 인기 여행지의 여행권은 지난 연말에 이미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여행자들도 설이 되기전 연휴가 시작되자 해외로 빠져 갔다 돌아왔다.

이 때문에 가족과 이웃들이 만나 정을 나누려던 설 본래의 의미가 잃어가고 변질돼 가는 설 풍속도에 안타까워 할 뿐이다. 비합리적 개인주의에 젖어 우리의 고유 명절에 음식을 만들고 조상에게 차례를 드리는 아름답고 좋은 풍속인 ‘전통의 맥’이 끊어지는 것만 같다.

설 명절에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은 순수한 관광을 떠나는 여행객에서 골프를 치고 스키를 타는 호화 상품마저 등장, 소비를 부추기는 세태로 변질돼 가고 있다. 이번 설 역시 해외여행에 다녀 온 많은 사람들은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직장인들의 해외여행에 틈을 내 잠시 머리를 식히려는 뜻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땀 흘려 얻어낸 외화를 해외여행으로 써 버려 경상수지를 악화시킨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제난으로 삶이 고단해진 소외계층에게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자극할 소지 또한 높다. 더구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구들장 신세를 면치 못한 청년백수들은 이런 사치성 해외여행의 봇물 소식이 더욱 좌절감에 시달릴 것이다.

또 고향에서는 설에 찾아 오려나 했던 자식이 보이지 않으면 병들고 빈궁한 노인들은 깊은 외로움과 회한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물론 해외로 빠지는 사람보다 고향을 찾았던 귀향객이 많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특히 골프 여행을 다녀 온 관광객만해도 필리핀 등 외국으로 나갈 경우 국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차제에 우리도 턱없이 비싸고 서비스도 부족한 현실을 생각해 해외 여행을 막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자체도 명절 때 연휴를 맞아 오고가는 귀향객을 위한 볼거리, 즐길거리 등 즐비한 관광 인프라 구축에도 힘써 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명절 연휴기간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서 설 연휴를 보내면 과소비도 사라져 경기회복에 일조를 해 해외 낭비도 막을 수 있다. 또 유학간 자녀를 보기 위해 명절 연휴기간 해외를 찾는 기러기 아빠들도 줄게돼 정책적 차원에서 대안이 요구된다. 명절은 조상의 넋을 기리며 핵가족화로 희박해진 가족 공동체의 결속력을 공고히 다지는 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년 명절부터는 해외로 빠져 나가는 명절 관광객이 줄어 들었으면 한다. 설 명절이 바쁜 일상에 쫓겨 잊고 지낸 추억의 화첩을 꺼내들고 가족과 이웃이 하나가 되는 축제의 날이 되길 바란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고향의 풍경을 모두가 재회하는 설 명절이 됐으면 한다.
주필/임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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