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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교육청이 없다면…

“뉴질랜드의 경우 교육부, 교육위원회 그리고 교장이 있을 뿐이지 교육청이란 기관은 없다. 모든 지시사항은 교장이 교육부로부터 직접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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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2.26 17:4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유 병 우 ㈜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요즘 대학생들에게 가장 희망하는 직업이 무어냐고 질문을 던지면 망설이지 않고 나오는 답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조직의 직원인 공무원과 교직원이다. 물론 일부 전문직의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수입이 더 많다고 하겠지만, 해당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이에 대한 보상을 견주어 볼 때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노후가 보장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막상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업을 영위하기가 무척 힘들다고 불평한다. 그 첫 번째가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본업인 교사들이 불필요한 행정업무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잡무를 발생시키는 근원이 무엇인가 살펴보면, 상부기관에서 요구하는 관례적인 내용의 행정지시와 보고업무가 대부분이라 한다.

이에 해당 상부기관인 교육청을 없애버리면 되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렇게만 하면 지금보다 교육 현장이 훨씬 활달해지고, 우리에겐 보다 밝은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 아닐까? 이 쉬운 공식을 우리는 왜 상상조차 못하며, 이러한 가설은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것일까. 만약 교육청을 작게 축소했다고, 우리의 미래인 교육은 마비되고 더욱 작아지는 것일까?

이러한 의구심은 비록 교육청뿐만 아니라 일반 행정부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동사무소가 주민 센터로 바뀌고, 파출소가 순찰차로 대치되었지만 주민들은 아무런 지장이 없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더욱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 수를 축소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어느 정권도 시도한 적은 없다.

현재의 공무원 수는 모든 행정 시스템이 전산화되기 이전의 정원이기에 정작 공무원 수는 현재의 1/3이면 충분히 업무를 해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일반 관공서의 업무는 적어도 규범상으로는 대부분 간소화되었으며, 이를 우리는 전산화되었다 한다. 매년 많은 예산을 투입해 전산화 된 현 상태에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앞으로는 선거 때 만 되면 고심하여 작은 행정을 지향하겠다는 계획서를 짜놓고 발표하고 나서, 당선되면 한숨만 쉬면서 주위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이를 실천에 옮길 사람만이 선택 될 것이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자 관공서의 획기적인 개혁의 모범적인 성공 사례인 뉴질랜드를 살펴보자. 그들은 우체국, 교육청은 물론 시 산하 구청까지도 없애고, 작은 정부를 실천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는 누구보다 복잡한 구조를 개혁하려는 의지와 자기 스스로에게 공평하고, 철저한 자기희생의 원칙에서만 이루어진 개혁일 것이다.

뉴질랜드 현직교사에게 교육청에 대하여 알고 싶은 것이 있어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으나, 자기는 교육청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른다고 답변한다. 뉴질랜드의 경우 교육부와 교육위원회, 그리고 교장만 있을 뿐이지 교육청이라는 기관은 없으며, 모든 지시사항은 교장이 교육부로부터 직접 받는다. 다양한 교육제도가 있음에도, 교직원의 선발, 입학생 전형, 수업료, 수업시간 및 기간 등 학교운영에 관한 모든 결정은 교장의 고유 권한이다. 다만 교장은 학교이사회 즉 운영위원회에서 선출하고,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은 학부모와 주민의 공개투표로 선출한다.

물론 학교에서 우리처럼 중식제공은 더욱 없다. 오히려 각 학과별 수업이 끝나면 주는 점심시간 30분 동안 교실을 모두 닫아 밖으로 나와 학생들은 잔디밭에 둘러앉아서 먹기도 한다. 국가 검인 교과서는 없고 교육에 대한 지침서가 있으며, 이를 기준으로 교사가 교안을 직접 작성해서 매년 말 교사들은 위원회의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정 교과서 선택만으로 끝나는 우리의 경우와는 너무 틀리고, 강단에 서지 않고 여유를 부리면서 행정만으로 교직을 영위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노조운동에 대하여 질문하니, 교원노조(NZEI)에 많은 교사들은 가입을 하는데, 노조 간부들이 부당한 해고나 지침이 있을 때만 항의하고 투쟁하며, 이로 인한 소송사건으로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말에 정산해서 많은 보상금을 회원에게 돌려주어, 인기가 대단하다고 자랑한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하는 투자이고, 모든 생활의 근간이다. 그래서 규모를 줄이자는 제안은 무조건 투자를 없애자고 오해 받기 쉽다. 반대로 필요하다면 당연히 투자를 늘려야 하여야겠지만, 비효율적이고 낭비라고 생각이 된다면 빨리 고쳐야 한다.

물론 학생 수가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기에 상부기관이 없어도 통제와 운영이 가능하고, 우리는 워낙 큰 규모라서 어렵다는 이유도 성립되겠지만, 확실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교육행정 규모는 필요 이상으로 비대한 듯싶다. 그것도 모자라서 행정구역과는 다른 교육구청이 있어서, 일반인들에겐 기관들의 명칭마저 조금 생소하기도 하다.

하긴 우리나라 구청사나 교육청의 시설, 규모가 뉴질랜드 중앙행정부 청사 규모와 비슷한데, 이를 견주어 보면서 교육행정의 불편한 부분만 늘어놓고 불평하는 것에도 모순은 있다. 하지만 최대한 일반 업무를 축소하여 작은 행정만으로 진행되는 교육 현장에서, 우리보다 더 훌륭한 인성교육과 실력을 쌓아 세계로 진출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바르게 직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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