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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존심 불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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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8.02.11 19:25
  • 기자명 By. 김창규/논설위원 기자
숭례문 600여년의 세월이 일시에 불타버렸다. 국보 제1호 태조7년 1398년 세워진 조선의 문이 1962년 국보로 제정된 가장 오래된 조선의 건축물 하나가 사라져버렸다. 위풍당당하던 조선역사를 지켜본 문이 방화로 인해 보존하는데 실패하였다. 나의 느낌은 이명박 새 정부가 취임하기 전 상스럽지 못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도 재수 없는 일이다. 국민들에게는 더 없이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모두에게 숭례문은 자랑이었고 문화재로서 가치를 내세우는데 부끄럼이 없던 문이었다. 그런 문이 하룻밤 만에 불타버렸다. 불타는 장면을 텔레비전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불타서 내려앉는 대들보와 누각의 기둥들이 고통으로 몸부림을 치며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은 눈뜨고 볼 수 없었다. 소방대물대포가 화마를 향해 조준되어 퍼부었지만 물은 기왓장 위로 흐를 뿐 내부로는 물길이 닿지 않았다.

초기에 진압하지 못한 것이 5시간 만에 600년의 긴 운명이 끝났다. 숭례문을 위한 어떤 위로의 말도 필요치 않게 되었다. 새로 숭례문을 복원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4년이 넘게 걸릴 거란다. 한 사람의 방화이던 실수이던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숭례문의 모습은 옛일이 되어버렸다. 사진으로 밖에는 진짜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되었다.

숭례문, 잘 가라. 그동안 민족의 비운과 흥망성쇠를 지켜본 너, 임진왜란, 6.25전쟁에서도 살아남은 너, 이제 조용히 잠들라. 시골에서 대학을 다닐 때 서울역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웃으면 반기던 너의 그 웅장하고 우렁우렁하던 목소리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아, 사람의 운명도 너와 같을 것이니 세상의 꽃도 풀도 시들고 그러지만 그 분의 말씀만은 영원하다. 때가 되었다. 죄지은 자 반성하고 회개하라.

기독교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아니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려는 때에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였다.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경부대운하 건설로 그리고 영어교육으로 자연생태계와 문화와 전통이 말살되고 국운이 쇠퇴할 것이다. 국운상승이 아니라.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숭례문이 불타 버린 것은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이 시대의 불길한 징조를 말해주고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빈들에서 외치는 소리, 빈들이 아니다. 풀과 꽃과 바람과 구름과 물과 생명이 마지막 소리를 내는 것이다. 하찮은 것들이 아니라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한 것이 민중의 삶이다. 성문안과 밖을 이어주던 문, 가난한 자와 부자를 갈라놓던 조선의 문, 걸인들과 행려병자를 문밖에서 돌보던 전덕기 목사의 민중사랑 문, 그 문의 피눈물이 보인다. 부패한 조선이 망하는 광경을 지켜본 숭례문이 무너져 내렸다. 좁은 문이 아니라 넓은 문이 불타버렸다.

숭례문은 불타버렸어도 조선의 저항정신은 살아 있어야 한다. 외세와 싸운 빛나는 독립정신 조문기 선생의 장례식이 있는 날이다. 그런 날 새로운 시대의 문이 아니라 구시대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 온고지신 새 시대의 문은 불타버렸고 구시대의 쿠데타 정권 이씨조선이 다시 시작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정말 불길하다.

불타는 숭례문, 저 불길을 막을 수 없는 현대문명의 이기, 아무것도 아니다. 무능력하다. 절대자인 신 앞에 보잘것없는 인간의 욕망이 화를 부른다. 고려를 멸망시킨 조선의 문이 막을 내렸다. 태조 한 사람의 권력이 무너져 내렸다. 불길한 시대의 징조다. 불길한 생각이 든다.

김창규/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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