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로스쿨 무엇이 문제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08.02.12 18:57
  • 기자명 By. /유영배기자 기자
영어로 시끄럽던 나라가 최근에는 온통 로스쿨 얘기로 떠들썩 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로스쿨에 나라의 운명이 달린 듯 저마다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말이다. 로스쿨은 간단히 말해 학부대신에 3년짜리 전문 대학원에서 법을 가르치는 것이고 형식은 어쨌던 ‘법학’을 가르치던 것에서 법률 실무까지 겸하게 된다.

로스쿨 도입은 어디까지나 법조인 양성 방식의 변화에 불과한 것이지 이것이 대단한 사회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것이 국내에서는 사법 개혁 차원에서 도입이 결정됐다는 사실이다. 하도 로스쿨, 로스쿨 하다 보니, 이제는 로스쿨이 무슨 사법 개혁의 상징이 되어 버렸고, 어떻게 보면 신화 같은 것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로스쿨 제도가 사법개혁의 상징적 위치를 차지한 이유는 뭘까. 기존의 사법시험 제도를 통한 법조인 양성 제도에서는 모든 법조인이 똑같이 사법연수원 몇 기라는 식으로 동기가 되기 때문에 변호사와 판사, 검사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지만 사법연수원까지 대체하는 로스쿨이 도입되면 그런 문제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사법개혁과 로스쿨이 등치되는 아무런 이유를 찾지 못한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늘려서 사법 수요에 대응한다는 것은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이고, 고시 낭인을 없앤다는 것은 지금도 굳이 의지만 있다면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법대 졸업생으로 제한하면 되는 것이다.

의대 졸업해야 의사 시험 자격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로스쿨이 한국의 사법제도를 개혁하는 마술지팡이가 되면서 이것을 도입하지 않으면 큰 일 나는 것처럼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름 좀 났다는 대학마다 로스쿨을 따내려고 난리가 났고 대학이 이제 로스쿨이 있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으로 서열이 재분류될게 뻔한 노릇이다.

덕분에 실무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석사나 박사 학위를 갖춘 법률 실무가들이 이 대학 저 대학으로 초빙돼 갔다. 학위도 있고 고위직 판검사를 지낸 사람은 아예 로스쿨 학장이나 총장 후보가 됐다.

법조계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덕분에 많은 법대가 교수 과잉 상태가 됐고 서울의 한 학교는 넘치는 법대 교수들에게 일거리를 주려고 모든 학과 학생들에게 법학 개론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이상 과열 현상 속에서 로스쿨 입학 정원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배출되는 법조인 수를 묶어놓다 보니 결국은 40명 짜리 초미니 로스쿨에 제일 큰 서울대 로스쿨 정원도 150명에 불과한 상황이 됐다. 여기에 각종 장학 제도까지 도입한다고 해놨으니 이제 로스쿨은 자칫하면 대학 전체의 재정 상황을 발목 잡는 애물단지가 될지도 모른다. .

워낙 학생 수가 적다 보니 각종 특성화 방안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본법 수업이야 그럭저럭 가겠지만 특성화 과목들은 학생이 없어 폐강되는 경우가 염두에 두어야 할것 이다.하지만 로스쿨에 매달리고 있는 대학들은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다.

일단 인가만 받아놓고 나면 어떻게든 새 정부 들어서 정원을 늘리는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온통 적자투성이에 정상적인 교육이 되지 않는다고 아우성을 치면 정부로서도 그 때에는 별 수가 없을 거라는 얘기이다. 그럼 그런 부실 로스쿨, 제대로 커리큘럼 운영하기도 어려운 로스쿨에서 처음으로 교육받는 사람들의 처지는 뭐가 되는 걸까. 정치 논리, 힘의 논리에 떠밀려서, 자칫하면 ‘로스쿨 1세대=부실 법조인’의 오명을 뒤집어쓸 위험까지 거론되고 있다.

아직 시간은 있다. 대학과 법조계, 정부와 청와대 모두가 정치 논리로 로스쿨 문제에 접근해서는 애매한 학생들만 피해를 볼뿐 이다. 자기 밥그릇 생각, 퇴임 후의 입장 등만 앞세우지 말고 사법개혁이라는 애초의 명분이라도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한다.

/유영배기자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