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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금융분야 정부조직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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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8.02.12 18:57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의원입법의 형식으로 지난 1월 21일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 개편 관련 법률안에 의하면 경제 및 금융 분야 정부조직 개편방안은 공룡 경제부처를 부활시키는 매우 우려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이를 견제해야 할 정치권은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다른 부처의 존폐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 경제 및 금융 분야의 정부조직 개편은 제대로 된 심의조차 못한 채 졸속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번 인수위의 경제 및 금융 분야 정부조직 개편방안은 견제받지 않은 공룡 경제부처를 탄생시키는 매우 잘못된 개편방안이므로 마땅히 폐기되어야 하며, 정치권은 정치일정에 쫓겨 ‘주고받기’ 식의 흥정으로 경제 및 금융 분야 정부조직 개편을 졸속 처리하려 해서는 안되고, 4월 총선 이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학계의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경제 및 금융 분야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인수위의 경제 및 금융 분야 정부조직 개편방안에 따르면, 예산, 세제, 국고 등 모든 재정 관련한 기능과 기획조정 기능을 현행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통합한 기획재정부가 담당하고, 재정경제부내의 금융정책국이 담당하던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위원회가 담당하던금융감독기능은 신설되는 금융위원회가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금융위원회는 또한 예금보험공사, 기술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재정경제부로부터 이관 받도록 되어 있어, 인수위 개편안이 현실화할 경우 금융위원회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금융권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번 인수위의 개편안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정부조직 설계의 기본원리를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하고 금융감독은 독립적인 민간기구가 담당해야 한다는 그간의 학계 주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판단한다.

우리는 또한 인수위 개편안이 가지는 내용상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인수위 개편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는 과정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부조직 개편은 국가운영의 근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작업이고, 따라서 조금 시일이 지체되더라도 각계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여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문제다.

그런데 정치권은 새 정부 출범과 국회의원 총선거라는 눈앞의 정치 일정에 발목을 잡혀 45개 법률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포기한 채 한두 부처의 존폐 여부만을 흥정하고 있다.

특히 경제 및 금융 분야의 경우 정치권과 여론의 무관심 속에 잘못된 개편안이 별다른 수정 없이 졸속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2월 11일로 예정된 국회 재경위 공청회가 금융감독기구의 개편에 대해 다수의 연구 성과를 발표한 전문가들을 모두 배제한 형태로 추진되는 것은 경제 및 금융 분야 조직개편이 얼마나 성급하고 허술하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잘 말해주는 증거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문민정부는 지금부터 14년 전인 1994년,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한 공룡조직인 재정경제원을 출범시켰다가 그로부터 3년 후 외환위기라는 건국 이래 최대의 경제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견제 받지 않는 경제정책이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가장 값비싼 방법으로 치른 것이다.

우리는 이번 경제 및 금융 분야 정부조직 개편이 14년 전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 커다란 우려를 표명하며, 정치권이 흥정과 타협으로 이 문제를 적당히 넘기려 하지 말고 4월 총선 이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론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양혁승 경실련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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