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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갑오(甲午)년 말띠] 말, 신의 전령사이자 영혼의 인도자, 영웅호걸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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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1.01 18:30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박혁거세 등 임금의 탄생 미리 알린 영물

-천하를 내달리면 바람과 구름 이는 무신(武神)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 말띠는 매사 적극적

-청말띠는 방송계나 예술계, 체육 쪽 두각

“…이상스러운 기운이 땅에 비치더니 백마 한 마리가 꿇어앉아서 절하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에 찾아가 보니 붉은 알이 있었고 말은 사람을 보자 길에 울다가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삼국유사’ 권1, ‘신라시조 혁거세왕조’는 신라왕조의 시작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혁거세 왕이 태어난 알을 하늘에서 지상으로 운반한 동물이 백마(白馬). 삼국의 건국신화에서 말은 지도자의 탄생을 미리 알리는 영물(靈物)이자 신의 메신저였다.

부여왕 해부루는 늙도록 아들이 없었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 아들 낳기를 기원했다. 어느 날, 그가 탄 말이 큰 바위 앞에 멈춰 서더니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 바위 아래 금빛이 나는 개구리 모양의 아이가 있었으니 곧 금와왕이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은 땅 속을 통해 조천석(朝天石)으로 나아가 승천할 때 기린말을 탔다. 부산 동래구 낙민동에서 발굴된 말 모양 토기는 ‘영혼의 인도자’ 말의 모습을 보여준다.

장가갈 때 신랑이 백마를 타고 가는 것도 태양신화와 천마(天馬) 사상을 엿보게 한다. 말은 태양을 나타내고 태양은 남성을 뜻한다.

씩씩한 말의 기상은 영웅호걸의 상징이었다. 조선시대 장군 이석구는 ‘애마송’에서 “천하를 내달리면 바람과 구름이 일고, 한번 울부짖으면 천지가 진동하니, 말의 위용은 백수(百獸)의 우두머리요, 그 공덕을 논하자면 가축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노래한다.

기마병은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동력이었기로 말을 무신(武神)으로 여겼으며 쇠나 나무로 말 모양을 만들어 수호신을 삼기도 했다.

‘하늘을 다니기로는 용만한 게 없고, 지상을 다니기로는 말만한 게 없다’ 했느니 사람이 타는 동물 중에 빠르기로 으뜸이었다. 군사와 교통, 우편에서 빠뜨릴 수 없었기에 말 산업은 국가기간사업이었다. 조선 태조대왕은 서울 동대문 밖에 마조단(馬祖壇)을 설치하고 중춘(仲春), 즉 음력 2월에 길일을 택해 제사를 지내 말의 건강을 기원했다. 마조란 말의 수호신인 방성(房星)의 별칭으로, 방성은 천자의 수레를 관장하는 신이다.

달리는 것뿐이랴. 뱀띠 가수 싸이는 “칭기스칸 이래 말로 가장 빨리 세계를 제패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여기서 말은 물론 ‘말춤’이다.

말은 이처럼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이었기에 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웅변력과 활동력이 강하여 매사에 적극적이라 했다.

2014년 갑오년(甲午年)은 말의 해다. 갑은 나무(木)를 나타내며 색깔은 청색. 그래서 청말띠 해가 된다.

청말띠라 해서 여자 아기를 낳기를 꺼린다고 하고, 유아용품 업계와 산부인과가 울상이라 한다. 여성이 말띠면 팔자가 세다는 속설이 있는데, 그 중 푸른 말이 유독 드세다는 입소문 때문이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태어난 1990년 백말띠 해에는 남자 아이가 예년보다 4% 많게 태어났다는 통계가 있다.

말띠 속설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미신일 뿐이라는 게 정설이다. 일본에선 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기질이 세 시집가면 남편의 기를 꺾는다며 말띠 여자를 경원시하는 습속이 있어왔다. 하지만 우리 문헌 어디에도 말띠 속설과 관련된 기록은 없다. 조선왕조만 해도 성종의 계비 정현(貞顯)왕후 윤(尹)씨, 인조비 인열(仁烈)왕후 한(韓)씨, 효종비 인선(仁宣)왕후 장(長)씨, 현종비 명성(明聖)왕후 김(金)씨, 순종비 순정효(純貞孝)황후 윤(尹)씨 등 말띠 왕후가 5명이 배출됐다. 오히려 큰 인물이 태어날 것을 기대해 봄직하다.

역술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일단 갑(甲)은 오행에서 나무다. 나무는 종이를 만들고, 종이는 책을 만들고 책은 교육이다. 학업과 인연이 있고 교육과 인연이 있다. 또 오(午)는 오행에서 불(火)을 뜻하며 불꽃, 즉 정열적 에너지와 화려함을 상징한다. 따라서 방송계나 예술계, 또는 체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란 거다. 김연아를 비롯해 큰 인기를 누렸던 ‘응답하라 1004’의 고아라와 국민 여동생 박보영, 그룹 ‘소녀시대’의 윤아와 수영, 가수 강민경이 말띠다.

백제의 부여 천도(538년), 신라와 당나라 간의 전쟁(670년)이 말의 해에 일어났고 무오사화(1498년), 임오군란(1882년), 동학농민혁명(1894년), 한·일월드컵(2002년)이 말띠 해에 발생했다.

고려의 공민왕(1330년생), 조선을 연 삼봉 정도전(1342년), 다산 정약용(1762년), 추사 김정희(1786년)가 말띠 해에 태어났고 뉴턴, 쇼팽,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 후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제1서기, 슈미트 서독총리, 발트하임 전 유엔 사무총장, 지난달 세상을 떠난 만델라 전 남아공대통령이 말띠다.

안순택(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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