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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말(馬)해 말(言)되는 주문을…

“때론 마부이거나 누군가의 명마가 되거나 함께 성취를 맛볼 수 있는 갑오년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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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1.02 17:3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창 견 시인

중국 역사상 춘추전국시대는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분열과 혼란이 야기되던 시기다.

춘추 5패에 이은 전국 7웅이 할거하던 즈음, 손빈은 은사 귀곡자의 문하에서 동문수학했던 위나라 장수 방연으로부터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제나라로 탈출한다.

제나라의 장군 전기는 약이 오를 대로 올라 있었다. 각 3대의 마차가 겨루는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이겨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 손빈이 전기에게 한 가지 계책을 내놓는다. 그리곤 3번의 경기에서 2승1패로 천금 같은 승리를 얻게 된다.

각 3대의 마차를 끄는 말의 상태가 언제나 똑 같았던 조건에서 어떻게 승리를 얻을 수 있었을까. 손빈의 계책은 상대의 가장 빠른 말과 전기의 가장 느린 말을, 상대의 두 번째 말은 전기의 가장 빠른 말과, 상대의 가장 느린 말은 전기의 두 번째 빠른 말과 경주를 시켰다.

손빈은 곧 전기의 천거로 제나라에 중용돼 그의 지략과 이상을 마음껏 펼치게 된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길흉화복에서 이러한 전기(轉機)를 맞길 소망해 본다.

 

‘2승1패’의 지혜로 등용되는 갑오년 되시라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는 감흥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언제나 새롭다.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의지와 희망이 샘솟기 때문이다.

갑오년(甲午年) 올해는 12지지의 7번째인 말(午)의 해로, 천간의 갑(甲)이 전통 오방색 중 청색을 뜻하기에 ‘청마의 해’가 되는 것이다.

말(馬)의 해이니 만치 역사상 유명세를 떨친 말을 거론해 보고자 한다.

새해맞이 일출을 보았는가? 어둠을 뚫고 주홍의 햇살이 부채처럼 펴지면, 포세이돈의 힘으로 검푸른 바다가 끊고 용솟음치듯 파도가 솟아올라 하얗게 부서진다. 이처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화이트 호스’라 한다. 이 기백이 독자 제위의 가슴에 가득하길 기원한다.

말은 예부터 제왕이 출현하는 징표로, 초자연적인 세계와 교통하는 신성한 영물로 여겨져 왔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탄생 신화와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일화 등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새벽의 신 에오스의 전차를 끄는 말은 ‘람포스’다. ‘빛남’이란 의미를 지녔다고 한다.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드 오디세이를 근거로 1871년 독일의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레이만이 발굴해낸 트로이는 신화에서 역사로 재편되는 고고학상의 쾌거다. 역사가 된 트로이 전쟁의 영웅 헥토르가 탔던 말은 ‘크산토스’라 한다. 역시 ‘빛남’이란 의미다. 독자 제위의 한 해가 빛남으로 환히 비춰지길 또한 기원한다.

 

‘금안준마’에 ‘주마가편’의 한해이기를…

우리는 ‘매우 우수한 말’을 명마(名馬)라 하고, ‘빠르게 잘 달리는 말’을 준마(駿馬)라 한다.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좋은 말’은 천리마(千里馬)라 별칭 한다.

미염공 관우가 조조로부터 선물 받은 미녀와 금은보화를 마다하다 화색을 띠며 좋아했던 선물이 바로 여포가 탔던 적토마다. 우리에게 천리마의 대명사격인 적토마가 신화 속에 존재하는 유니콘 보다 실감나게 다가오는 것도 현상이 곧 현실이기 때문이리라.

결론적으로 마차경주에서 2승1패를 얻은 손빈의 귀책은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다. 그럼에도 전기는 매번 패하기만 했다. 생각의 전환이란 말(言)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그러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손자병법의 어귀처럼 새해엔 좀 더 냉철한 지혜를 맞이하길 바란다. 세상의 모든 일이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금으로 장식한 안장을 얹은 좋은 말’을 금안준마(金鞍駿馬)라 한다. 올해 독자 제위에 ‘금안준마’에 올라타는 성취의 한해가 되길 더불어 기원한다.

아울러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는 주마가편(走馬加鞭)처럼 때론 마부이거나 때론 누군가의 명마가 되거나 우리 모두 함께 성취를 맛볼 수 있는 갑오년 되길 거듭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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