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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중국군 유해송환이 보여준 인도주의

“중국군 유해가 60년 만에 송환된다. 우리 민족은 위대하며 마음이 비단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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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1.05 17:3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법 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작년 말 어느 날 아침, 신문을 펼치는 순간 한국 전쟁 때 적으로 싸우다가 전사한 중국군 유해 425구가 60여 년 만에 고향 땅으로 송환된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민족은 위대하며 마음이 비단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적군 묘지를 25사단 군인들이 경계근무의 벅찬 일과 속에서도 계절마다 깨끗하게 벌초하는 등 관리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등 자기 부모 묘지처럼 돌보아 왔다.

민통선 지역안에 위치해 있어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었기 때문에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유해송환을 제안하면서 관심지역으로 부각됐다. 그 후 이곳에는 중국인 관광객도 부쩍 많아졌다. 국방부와 경기도는 중국인 관광객의 참배가 늘어나자 작년에 5억 원을 들여 낡은 시설을 교체하고 향로, 제단과 대리석 묘비도 세우는 등 정비를 말끔하게 했다.

국방부는 적군묘지 관리를 위해 나름대로 성의를 다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의 ‘적군묘지’에 안장된 중국군 6·25 전사자 유해 425구의 송환을 위해 발굴에 나섰고 사소한 유품 하나라도 더 찾아내 유해와 함께 중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발굴에 애쓰고 있다니 손이 부르트도록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방부는 그동안 “한·중 양국이 수차례 중국군 유해송환 실무협의 끝에 유해 송환에 합의했다”면서 현재 발굴하고 있는 중국군 유해와 관련 유품을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중국 측에 인도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양측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계획된 일정에 따라 우호적으로 차질 없이 유해를 송환하기로 해 양국관계 발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해 송환과 관련한 모든 준비 작업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을 중심으로 우리 측이 지원하고 중국으로의 송환 작업은 중국 측 책임 아래 추진되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장병 50여 명으로 조를 나눠 땅을 파 유해발굴에 나섰다.

얼어 붙은 딱딱한 흙을 1m가량 파내기 시작하자 갈색의 항아리 뚜껑이 모습을 드러냈다. 항아리 안에는 60년 세월을 한국 땅에 묻혀 있던 중국군의 유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병들은 조심스레 항아리에서 유해를 꺼내 일련번호가 매겨진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에 옮겨 담았다. 국방부는 발굴된 유해를 인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는 2~3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중국군 유해를 입관한 후 만년필이나 인장 등 개인별 유품, 감식기록지과 함께 중국 측에 인도할 방침이다. 적군묘지에 안장된 중국군 유해 송환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제안한 이후 양국 국방부 차원에서 각각 실무단을 구성해 논의해 왔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베이징(北京)의 칭화대(淸華大) 연설 직전 칭화대 출신 류옌둥(劉延東) 부총리와 10분간 환담하면서 중국군 유해 송환을 처음 제안했다. 정부는 6·25전쟁 이후 전국에 산재한 적군 유해를 모아 1996년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5km 떨어진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산55일대 6천99㎡에 적군묘지를 조성한바 있다.

이 같은 적군묘지 조성은 교전 중 사망한 적군 유해를 존중하고 묘지도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한 제네바 협정 추가 의정서 34조의 정신에 따라 1996년 전국에 산재한 중국군과 북한군 유해 1400여구를 이 곳에 모아 안장했다. 중국군 유해는 425구가 안치돼 있었다.

국방부가 6·25전쟁 전사자의 유해 발굴을 계속하고 있어 중국군 전사자 송환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발굴하는 중국군 유해는 북한을 통할 것 없이 즉시 중국으로 보내주면 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과의 혈맹 관계를 의식하면서도 한국 정부가 내민 손을 잡아 줬다는데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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