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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갑오년, 갑오개혁, 갑신정변

“120년전 우리 역사가 보여준 교훈은 지도자의 중요성과 시대를 내다보는 혜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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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1.09 18:1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조 성 남 대전중구문화원장

또 한해가 시작됐다. 올해는 갑오년(甲午年)으로 오행상 푸른 말의 해이어서 그 어느 해보다 씩씩한 기상이 넘칠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이러한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기를 소망해 보면서도 한편 120년 전 우리 역사 속의 갑오년을 떠올려보면서 지금의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또 어떠한지 살펴보게 된다.

120년 전 우리나라는 식민지 쟁탈전의 약육강식이 판치는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나라를 노리는 열강들 틈바구니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아울러 양반관리의 부패에 대한 불만이 쌓여 급기야 전라도 고부군수 조병갑의 폭정에 항거하는 동학농민혁명이 발발해 청·일전쟁의 빌미가 되고 말았으며 일본은 동학농민혁명을 구실삼아 개화파세력을 앞세워 봉건체제를 개혁하는 갑오개혁을 단행한다.

그 내용은 조선의 국정을 서양의 새로운 근대적인 체제로 개혁한 것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한 것이었다. 그런데 갑오개혁이 일어나기 10년 전인 1884년(고종21)10월 개화당이 왕조의 내정을 개혁하기 위해 정치적 정변을 일으켰으니 바로 갑신정변이다.

이 정변은 실패했으나 당시 사대당의 무능과 더불어 서양문물의 놀라운 발전과 이를 받아들여 하루가 다르게 융성해 가는 일본을 목격한 개화파의 우국충정이 빚은 결과가 갑신정변이다.

갑신정변으로 그 주역인 김옥균은 살해되고 나머지 주역들은 해외로 망명하는 등의 쓰라린 인생역정을 걸었는데 얼마전 필자는 당시의 주역들인 김옥균·서재필·박영효 등의 회고록을 접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그들의 이상과 좌절을 생생히 실감케 되었다. (「갑신정변회고록」, 조일문·신복룡편역, 건국대학교출판부, 2006)

우선 박영효의 회고록을 보면 “일본은 흑선(黑船)의 내박(來泊)에 놀라 일어나 즉시 메이지(明治)의 대개혁을 단행한 지 이미 15년이었거늘 우리 조선은 병인양요(1866년) 이후 17년에 오히려 쇄국·수구의 혼몽(昏夢) 중에서 대원군과 민비(閔妃)의 세도 쟁탈로 이 국운의 위급존망지추(危急存亡之秋)를 잃어버리고 말았다”며 조화주(造化主)를 원망했다.

그는 또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의 대개혁을 단행, 상하가 결속하며 내치·외교에 국운은 날로 융성해 가는 판이었고 우리나라는 언제나”라는 초급한 마음이 일어나는 동시에 개혁의 웅심(雄心)을 참으려 하여도 참을 수가 없었다고 그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갑신정변은 사대당에 제압당함으로써 개혁의 이상은 좌절됐고 사대당은 사대당대로 더욱 보수성을 강화하였으며 청·일양국의 우리나라 쟁탈전은 이 정변을 계기로 더욱 격화되는 계기로 작용됐다.

이 갑신정변 회고록에는 춘원 이광수의 ‘박영효씨를 만난 이야기 -갑신정변회고록-’도 수록돼 있어 눈길을 모은다. 춘원은 “갑신정변은 조선을 구미식(歐美式)의 새로운 정치사상-자유민권론, 오늘날 말로 봉건에서 브르주아에 이래(移來)하는 신사상으로 혁신하려던 대운동” 이라고 표현하고 만일 성공했다면 조선사의 진로가 다른 방향으로 향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 후 갑신혁명의 동기가 연암의 평등사상에서 나왔다고 밝혀 관심을 이끌고 있다.

여기서 갑신정변에 얽힌 이야기를 보면서 필자는 다시한번 역사의 준엄함과 역사로부터의 교훈이 지금을 사는 우리들에게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다시금 되짚게 해 준다.

120년 전 일본은 메이지유신과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陸盛)를 비롯한 당시의 정치가·공신들을 주축으로 내치·외교에 진력해 국운융성을 꾀하고 있을 때 우리는 뜻있는 이들의 개혁은 실패하고 쇄국정책과 세도정치로 나라가 흔들리는 대조적인 형국에 처해 있었고, 그 이후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망국의 길을 걷게 되었다.

연초부터 과거의 뼈아픈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란 반문도 있을 것이다. 뒤를 돌아보기에는 지금의 우리에게 짊어진 과업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120년 전 우리 역사가 보여준 교훈은 다름 아닌 지도자의 중요성과 시대를 내다보는 혜안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명제는 지금의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지도자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나갈 때 한 나라나 조직의 앞날은 융성하고 그렇지 못할 때 그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

아울러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혜안을 갖출 때만이 한 국가나 국민의 진전을 담보할 수 있다. 갑오년 새해를 맞으면서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그만큼 지금의 시대가 엄혹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갑오년에 국민 모두 만리(萬里)를 달리는 말의 노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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