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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예덕선생전’을 통해 되씹어 보는 창조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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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2.20 18: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최 광 임 시와경계 부주간

“이 시대도 여전히 ‘시대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이 절실한 때 현 정부가 정치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창조경제’와 ‘비정상적 관행 바로잡기’에도 닿아있다”

연암의 연암별집 ‘방경각외전’에 실린 ‘예덕선생전’에는 똥지기 엄행수와 선비 선귤자 그리고 그의 제자 자목이 등장한다. 선귤자가 예덕선생이라 부르는 엄행수는 마을 똥거름을 쳐내는 것으로써 생계를 잇는 이다. 그런 예덕선생을 선귤자는 유일한 마음의 벗으로 삼고 있다.

이에 자목은 스승께서 일반관례를 따르지 않고 똥지기 따위를 예덕선생이라 칭하며 각별히 모시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내용이다.

요는 이 이야기의 주제가 당대의 사회상이나 몇 세기가 지난 현대의 사회상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무실역행하는 삶을 실천하는 실천적 인간형 엄행수 같은 예덕선생이 대접받지 못하는 시대이다. 또한 선귤자 같은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인물을 절실히 필요로 하나 드물며, 자목과 같은 구태의연하고 관료주의에 찌들어 안하무인인 인물은 지천에 널려있다는 점을 상기해주는 탓이다.

바로 연암 박지원도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바람직한 인간상 제시를 주제로 삼았듯 이 시대도 여전히 ‘시대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이 절실한 때다. 그러한 맥락은 현 정부가 정치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창조경제’와 ‘비정상적 관행 바로잡기’에도 닿아있다.

본래 창조란 예덕선생과 선귤자 같은 인물이 행하는 덕행으로써 그들이 혁신적으로 생산해 내는 그 어떤 결과물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한 이들을 닮고 그렇게 실천하고 생산해 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용하는 창조와 혁신이라는 말은 널리 사용할수록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보니, 사회·문화·정치·경제 분야 등 전방위에 걸쳐 창조와 혁신이란 말이 쓰이고 있다.

창조는 생산이라는 의미를 기본으로 포함하고 있음으로써 어원 또한 긍정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의 이 창조야말로 불완전하며 유한한 존재인 인간 삶에 실존과 무한성 그 자체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혁신은 창조의 골격에 해당하는 것이라 여기면 된다.

여기서 돌아볼 것은, 과연 현 정부의 관료부처 장들은 창조경제와 비정상적 관행 바로잡기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가 하는 점과 사회적 개인으로서 나는 얼마만큼 창조적이고 혁신적인인물인가 하는 점이다. 바로 예덕선생과 선귤자 같은 의식이 아니면 구태의연하고 관료주의에 찌든 ‘자목’과 같은 인물로 이 시대의 위악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이사장 겸 새누리당 사무총장인 홍문종 의원이 아프리카 예술단 계약과 관련하여 문화, 인권, 노동에 대한 인식 결여를 드러낸 일명 ‘노예계약’을 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며 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존 공연팀에 이어 신규 공연팀과도 동일한 노예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불법건축물 신축을 묵인하고 임대료까지 받은 정황이 드러남으로써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홍문종 불법종합박물관’이라 하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이는 창조와 혁신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집권 여당 인사의 비문화적이고 반인권적이며 비도덕적인 불법 행위이기에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자목’과 같은 인간상은 홍문종 사무총장 한 사람뿐 아니라 사회단체, 문화단체, 언론 단체 등 각 단체의 소위 ‘~장’이란 직함을 가진 이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필자만 해도 ‘자목’과 같은 인사를 우연한 자리에서 혹은 일과 관련하여 만난 적이 있다. 모 문화연대 회장이라는 인사의 남성우월주의와 관료적 행태를, 모 중앙일간지 부장이라는 직함을 내세워 공약(空約)을 남발하고 인격 모독도 서슴지 않다 뒤늦게 사과를 해 온 일 등을 겪기도 했다.

비단 이 시대 ‘자목’과 같은 이들은 위에 거론된 행태들만은 아닐 것이기에 예덕 선생과 선귤자 같은 인사가 간절해지는 것이다. 체제를 떠나 사회적 개인인 자신부터 창조와 혁신을 이루어 가는 인사가 많은 사회, 그래서 진정으로 시대가 내세운 말이, 말 그대로 쓰이고 소용되는 사회, 삶의 행태와 그 정신이 불쌍하지 않은 사람이 많아져야 할 사회를 예덕선생전의 주제를 상기하며 간절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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