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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과 한의약(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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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8.03.10 17:51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보약이라는 말은 우리 귀에 익숙해져 한약 하면 보약, 보약 하면 한약을 연상하게 된다. 서양의약에는 보약이라는 말이 없다.

서양의학권인 외국과는 달리 한국은 서양의약을 전공한 의사, 약사님들도 보약이라는 말을 하는데 별로 꺼리지 않는다. 일반 국민들도 “병원에 가서 보혈 주사 좀 맞아” 이렇게 말하고 또 권하기도 한다.

한의약이 오랜 세월 의학 문화를 한의학에 의존해온 우리의 생활문화 속에서 살아온 역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TV드라마나 영화 속에, 특히 史劇(사극)물에서 한약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보약을 마시고, 또는 사약을 드는 것이 약국에서 비타민제를 먹고 수면제, 극약을 먹는 것 보다 한층 더 시각적 이여서 장면 효과가 크다.

한의학에서는 氣(기) 가 허하면 四君子湯(사군자탕)을, 血(혈)이 허하면 四物湯(사물탕)을 쓰게 되는데 만약 기혈이 다 허 하면 두 처방을 합방하여 팔물탕 혹은 팔진탕 이라는 이름으로 사용 한다. 요즈음 같이 살기 좋은 세상에 무슨 보약 타령이야? 음식 잘 먹으면 되지. 그렇다. 補藥(보약)이 不如食補(불여식보)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근래에 들어서 내 생각은 변하였다. 보약을 써야 할 경우가 요즈음도 생긴다는 말이다. 보약과 식보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욱 고령화 사회로 들면서 노인들이 건강한 삶을 즐기기 위해서, 또 어린이들의 성장에기에도, 장기 투병으로 쇠약한 이들을 위해서도 보약은 필요하다.

특히 항생제 및 양약을 오랫동안 사용하였거나 방사선 치료로 몸의 상태가 균형을 잃었을 때 즉 한의학에서 말하는 음양부조(陰陽不調)상태에 이르렀을 때 식보로는 좀 어렵다. 적당한 보약이 빠르다.

예를 한 가지 들어 보겠다.

이십여 년 전의 일이다. 왕진 요청이 있어 가 보았더니, 60대의 농부가 과수원에서 과목 가지치기를 하다가 좌측 검지에 자상을 입었다. 출혈이 되니 급한 마음에 황토 흙을 발라 지혈시키려 한 것이 잘못되어 패혈증으로 진전되어 있었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 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잘 치유 되지 않아 서울 모 대학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치료를 하게 되었다.

2개월이 지나서 또 요청 있어 필자가 중환자실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퇴원수속을 마친 후였다. 보호자 말이 병은(세균) 다 치료 되었는데 혈압이 떨어져 병원 측에서는 속수무책 이라고 전해 주었다.

환자의 피부는 마치 누에가 막잠을 자고 난후 같이 희맑아 있었고 눈만 떴다 감았다 한다. 수액은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퇴원하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순간 내 머리를 스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대병후조조비위(大病後調助脾胃)’- 비위경의 기를 보해 주라는 말이다. 보호자와 상의 끝에 약 5첩을 투여하였다.
기적이 일어났다.

백지장 같은 얼굴에 핏기가 돌고 소변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환자는 불과 몇 칠 사이에 가벼운 식사를 하게 되었고, 건강을 회복하여 팔십이 넘도록 살다 세상을 떴다. 보약의 위력 이었다.

이사건 후 보약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되었다. 보약의 기전(mechanism)에 대하여는 미궁의 상태에서 보약을 처방 했다.

관념과 이론적으로 영신(靈心身)의학을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추상론에 지나지 않았다 주관적이고 객관성이 없었다.

다만 한의약학이 전일생명의약학(全一生命醫藥學) 양생의약학 이라는 데는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한의약학은 생명에너지를 주로 다루는 것이지 질병만을 다루는 것 이 아니다 라는 말이다.
이러한 주장은 한의약학 원리를 성찰 하였을 때 나오는 자연적이고 필연적 결론이다.

더욱 최근 1960년대 북한의 김봉한 학설을 기초로 한 서울대학교 문리학과, 송광섭 교수가 경락 경혈의 실체 밝혀 봉한관 학설을 주장하며 오래지 않아 경락경혈 해부도가 제작되어 나올 것이라 하니 기대되는 바가 크다.

송 교수는 ‘봉한관을 이용한 신약 개발은 경락기능을 활성화, 질병중심이 아닌 몸 전체의 재생기능, 건강 유지의 기능 활성화 등 한의학 원리를 살린 신약은 독보적 영역을 개척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의학에서 ‘귀경’ ‘인경’ 등 봉한관에 잘 유입되는 약, 봉한관 흐름을 활성화 하는 약, 봉한 소체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한약은 결국 면역기능과 호르몬 생성기능을 강화해 몸 전체를 활성화시키는데 이것이 바로 보약이라는 것이다. 송 교수는 보약은 한의학에만 있고 서양에는 없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먹는 보약이 전 세계인이 먹는 보약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진단했다’(한의신문에서 인용) 한의약학은 전일생명의학임을 다시 강조 한다.

보약은 최상의 생명에너지의 공급원 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풍용 조치원동양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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