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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끄러운 ‘안전 불감증’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우리 선인들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말라’며 재해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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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2.23 17:3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홍 성 범 한국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장

꽃다운 나이에 미래를 설계하며 새 출발을 하려던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지난 2월17일 밤 불과 13여초 사이에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주저앉았다.

붕괴를 몰고 온 직접적인 원인은 폭설이다. 사고 현장이 위치한 경북 경주시엔 최근 1주일 동안 평균 50cm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폭설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진짜 원인은 이번에도 ‘안전 불감증’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후진국형 인재(人災)의 전형이다.

무너져 내린 체육관 지붕에는 1주일째 내린 눈이 고스란히 쌓여 150톤이 넘어설 정도로 방치됐다. 건물 운영관리를 책임지는 리조트 측이 폭설 속에 최소한의 안전수칙만 지켰더라도 이번 참사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더욱이 폭설과 습설로 인한 자연재해로만 볼 수 없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사고 체육관은 하중에 취약한 철골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돼 있어 가건축물과 유사한 형태라고 한다. 붕괴사고 4일전에 경주시로부터의 “눈을 치워 달라”는 요청도 리조트 측은 묵살했다. 1000여 명이 운집하는 행사가 예정돼 있는데도 진입로 등의 제설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번 체육관 붕괴 사고뿐만 아니라 최근 잇달아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를 비롯한 지난해 고등학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남 태안의 사설 캠프장 사고 등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근본 원인이다.

심지어 안전관리 소홀로 인해 피해를 야기한 기업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조차 기업의 반발로 쉽지 않다고 한다. ‘안전’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인식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은 사회’를 넘어 언제 어떤 일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사회’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와 안전관리 담당자 및 일반인 모두가 안전 문제의 주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우리 선인들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말라’며 재해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전통을 살려 온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안전문화 운동을 전개하여야 한다.

각종 대형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0년 대구 지하철 사고 등 후진국형 인재(人災)가 잊을 틈도 없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할 때다.

참사를 빚은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같은 곳은 전국에 넘쳐나고 있다.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공장과 강당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건축비가 싸고 공기가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안전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생각이 담겨져 있다.

정부가 폭설로 인해 붕괴의 위험에 처한 전국의 취약지역을 일제 점검과 유사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관련 법령?제도 정비에 나섰다. 또한 해빙기를 맞아 유사한 사고가 우려되거나 사고 발생 시 큰 피해가 예상되는 시설물에 대해안정성 여부를 긴급 점검할 방침을 세우는 등 발 빠른 조치를 취한 것은 옳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의 출발은 국민안전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국민 일상생활 안전을 저해하는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해야 한다. 이번에는 적어도 ‘안전사회’는 아니더라도 ‘덜 위험한 사회’로 나아가는 전기(轉機)로 만들어야 한다.

절차와 기준을 합리화 하고, 그것을 철저히 지키는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하여 부실을 척결해야 한다. 비현실적인 규제와 법 집행자에게 부여된 과다한 자의적 권한 등은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꼭 지켜야할 기준 조차 뇌물을 받고 눈감아주는 안전 규제와 관련된 부패사슬을 끊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고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계속되는 경고를 무시한데서 발생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물리적 시설과 장치의 확충뿐 아니라 조직·문화적 관리역량도 함께 배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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