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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시화연풍(時和年豊)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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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8.03.13 19: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아장아장 어린 아이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저 귀여운 것들의 행렬은 유치원으로 학교로 하염없이 이어진다. 바야흐로 새 학기가 시작됐고 새봄 기운이 남쪽으로부터 올라오고 있다. 이제 곧 꽃소식도 올라 올 것이고 봄나물도 나올 것이다.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이즈음 새로운 정부의 출범은 매끄럽지 못해 보인다. 정부조직 개편을 위한 진통에서 간신히 벗어난 새 정부가 국무위원 임명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바짝바짝 다가서고 있으니 크고 작은 일마다 야당의 공세를 피할 길도 없을 것이다.

5년 전을 생각해 보라. 참여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의 입이 도마에 올랐었다. 그 입에서 나온 말들이 세대 간의 갈등과 계층 간의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참여정부 초기의 갈등국면은 총선에서 여당의 꼴이 아주 우습게 되는 결과를 낳았었다.

지금 실용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장관급을 비롯한 요직의 인사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실망하는 이 현실도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총선에서의 결과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첫 단추를 꿰고 출발하는 정부가 진정 실용주의라는 시대적인 숙제를 풀어낼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진정한 시화연풍(時和年豊)이 구현될 터인데 지금처럼 혼란스럽게 출발하는 정부라면 이미 절반의 기대치를 날리고 있는 셈이 아닐지.

시화연풍,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주의 정부를 출범시키면서 나라가 늘 편안하길 바라는 의미의 이 사자성어를 내세웠다. 이 네 글자가 그의 통치철학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이보다 더 좋은 말이 또 있겠는가? 백성이 굶지 않고 다투지 않고 낯빛이 온화하면 그 이상의 통치는 필요 없다.

그러나 전제군주 시절에 절대적 가치로 숭상했던 시화연풍의 바람이 이 시대에 적용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내 맘이 이렇답니다’ 하는 선에서 홍보용 문구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시화연풍이란 단어에서 ‘시(時)’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정치에 있어 때란 참으로 중요하다. 요즘같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정치판에서 때를 잘 운용하는 정치인을 찾기 어렵지만, 정치인은 때를 잘 관리해야 한다.

말해야할 때와 침묵해야할 때, 무엇을 터트릴 때와 감추어 둘 때, 심지어 어느 모임 어느 사람과의 접촉을 활발히 할 때와 느슨하게 할 때를 가리는 지혜도 중요하게 요구된다. 때를 관리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자충수나 남의 함정에 빠지거나 여론의 지탄을 받고 몰락할 수도 있다.

시화연풍에서의 때는 바로 화(和)와 풍(豊)이 이룩된 때일 것이다. 만백성이 온화하고 화합하며 먹을 것 걱정이 없는 때 말이다. 정치는 그런 때를 만들어 내는 행위다. 그렇다면 모든 국민이 웃고 사는 때, 화합과 화목의 때를 만들어 나가는 기술은 어떤 것일까? 가만히 두어서 그런 때가 올리는 없고, 무엇인가 준비하고 추진하지 않으면 그 때는 도래하지 않을 터인즉.

나는 인과(因果)의 도리에서 그 답을 찾고 싶다. 인과는 다름 아닌 원인과 결과에 대한 어김없는 질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도리가 바로 인과의 도리다. 정치인이 과거 어느 때 엉큼한 생각을 품고 여기 저기 땅을 사재기 했다면 그는 당연히 ‘높은 자리’를 고사해야 한다. 자신의 결함은 자신이 가장 잘 알지 않는가. 그런데 ‘그 정도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망신을 당하는 것을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다.

자신의 과거에 옳지 못한 ‘인(因)’이 있다면 대중 앞에 나설 것이 아니라 뒤에서 참회하고 봉사해야 진정한 시화(時化)의 동참자다. 원인에 대한 결과는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비켜갈 수 없고 장관이라고 해서 건너뛸 수 없다. 돌이켜 잘못된 일은 바르게 되돌려야 한다. 그럴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진정한 시화연풍의 시대를 여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지금 정가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공천 심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여당과 야당의 입지를 떠나 국리민복을 위한 정치에 몸을 바치겠다는 그들이 인과의 거울에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길 바란다. 그러면 진정한 시화연풍의 때를 만드는 지혜도 얻게 될 것이다.

김태완 스님 한민족평화포럼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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