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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비정상적인 원칙 없는 명예퇴직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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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3.09 17:2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하 헌 선 대전시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교직은 2월말과 8월말을 기점으로 퇴직이 이루어진다.

지난 해 “공무원 연금에 칼질을 한다”, “명예퇴직이 모두 수용되지 않는다”는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루머 때문에 교단 심리는 많이 불안했었으며, 그러한 불안 심리로 많은 교육노하우를 간직하고 있는 유능한 선생님들이 명예퇴직을 결심했고, 명예퇴직을 신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루머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었다. 명예퇴직수당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며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들을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전국 시·도교육청 별로 명예퇴직 대상 인원을 당해 예산의 범위 내에서 생년월일 순서 등 자신들이 만든 우선순위 잣대를 적용하여 교육청의 인사위원회에서 신청자의 약 60%만 명예퇴직 대상자로 결정하여 2월말 교육공무원 인사발령에 명예퇴직 발령하였다.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명예퇴직 수용이라 판단된다.

일단 명예퇴직을 결심한 선생님은 교단으로부터 열정과 사명감, 책임감, 봉사와 희생 등 교육자로서의 필수조건을 묻어 버렸다고 봐야 한다. 마지못해 학생들을 지도하며 아마 9월 명예퇴직을 또 신청하실 것이다.

악순환은 되풀이 될 것이며 그 피해는 누가 보게 될 것인가? 그렇게도 예상이 안 되나? 당연히 신청된 명예퇴직은 모두 수용해야 옳았다.

지난 해 우리 사회를 아프게 했던 기억 중의 하나는 ‘갑의 횡포 을의 눈물’이었다. 교육청이 ‘갑’이고 명예퇴직 신청 선생님이 ‘을’ 이냐? 교원단체장으로 무기력한 교권에 가슴 아프며 다른 한편으론 막중한 임무를 다시한번 상기하게 된다.

이번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선생님들은 교육유공자들이다. 7∼80년대 학교 현장에 별다른 환경개선이나 교원 처우 개선 없이, 먼지 자욱한 조개탄 난방 교실에서 묵묵히 인내하며 우리 2세들의 지·덕·체를 바르게 길러 주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한 분들이다.

필자의 38년째 교직 생활 중 정부에서 펼쳤던 가슴져미는 교원정책들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1998년 11월쯤으로 기억된다. 한강고수부지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10만여 명의 교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교원의 정년단축 방침을 철회하라고 외쳤지만, IMF 체제 아래의 상황논리와 경제논리 그리고 정치적 논리까지 가미된 뒤죽박죽 교육논리의 괴변으로 국민들의 호응을 끌어낸 정부는 교원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시켰다.

3년의 정년단축 보상 차원으로 3년에 해당하는 명예퇴직 수당이 지급되었고, 고령교사 1명을 퇴출(?) 시키면 신규 교사를 2∼3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했던 경제논리와 교단이 젊어져 학생과 학부모가 좋아하고 교직사회는 활력이 넘칠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예상을 홍보자료로 활용하며 교원들의 명예퇴직을 부추기고 조장했었다.

그러나 경제논리, 정치논리, 상황논리, 뒤죽박죽 교원논리가 가져온 피해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을 지탱해 왔던 헌신과 봉사 그리고 사명감과 책임감이 가득했던 교사들은 교직에 대한 자긍심과 사명감이 크게 손상되었다.

자괴감을 느낀 경험 풍부한 교사들은 멍든 가슴을 안고 미련 없이 교단을 떠나게 되었다. 그로 인한 엄청난 명예퇴직으로 연금재정이 압박을 받게 되었고, 시·도교육청은 명예퇴직수당 지급을 위해 기채까지 발행해야 되는 악순환은 계속 되었다.

명예퇴직으로 발생하는 교원 수급정책은 중등교사 자격증을 초등교사로 임용하는 ‘중초교사’ 임용 등 그때그때 땜질 처방으로 일관했고, 고령 교사를 퇴출해 교단의 활성화를 가져온다는 교육부의 예상 또한 엉뚱한 결과를 가져왔다.

초등교사 자격을 지닌 자원이 부족해 교직에 대한 긍지와 사명감을 벗어던졌던 고령의 퇴직교사가 재임용되거나 기간제 교사로 다시 유입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명예퇴직수당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명예퇴직을 시킬 수 없다며 교육청 인사위원회에서 명예퇴직 수용의 가부를 결정하겠는 비상식적이며 비정상적인 이야기는 현실이 되었다.

한치 앞을 못 본 정책은 300여명의 신규 임용대기교사 중 딱 2명밖에 임용발령이 되지 못했다. 임용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신규교사들은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기간제교사라도 해보겠다며 동분서주 뛰어 다니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교육부에서는 ‘시간선택제교사제도’ 도입으로 일자리 창출을 거론하고 있다.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된다.

명예퇴직을 신청한 선생님 모두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앞장서서 도움을 주는 것이 상식과 원칙일 것이다. 변하지 않으면 악순환은 계속된다.

교육청과 교육부는 명예퇴직을 모두 수용하고 신규임용대기 선생님들이 임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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