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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정치적으로 더욱 양극화 되어 가는가

“여론은 시간이 흐르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모두가 진실이라고 동의한 사안도 언론은 끝까지 의심을 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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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3.13 16:2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신 원 식 대전mbc 창사 50주년 기획단장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을 때 세계인 모두가 고인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그를 테러리스트나 공산주의자로 부르며 추모 행렬에 참가하기를 거부한 사람들에 대한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평생을 바친 대의명분마저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었던 때가 불과 수십 년 전이다.

마틴 루터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라는 명연설을 남긴 워싱턴 대행진은 오늘날 미국의 전 국민이 기리는 역사적 사건이다. 언론 매체들도 기념일마다 크게 기사를 내지만 공정보도를 위해 인종 차별주의자들의 입장을 전하지는 않는다.

최근 미국의 한 방송이 ‘언론은 언제까지 양 쪽의 입장을 균형있게 보도해야 할까’라며 든 사례이다. 보도할 만한 논쟁이 사라졌기 때문이며 어느 시점까지는 양쪽의 입장을 균형 있게 전하지만, 사안이 논쟁적인 주제에서 합의된 사안에 이를 경우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논쟁거리가 끊이질 않는다.

현 정부 들어서만 국정원 직원 대선 댓글,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그리고 최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등 사안마다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때마다 우리의 언론은 “균형있게” 보다는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며 마치 보수와 진보의 대리전을 펴는 듯한 느낌이다. 특정사안에 대해 아예 외면하거나 전하고 싶은 내용만 전함으로써 특정 매체만을 통해서는 논쟁거리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려울 때가 많다.

장시간 편향적인 정보의 노출은 논쟁을 바라보는 독자와 시청자의 시각에 영향력을 미치기 마련일 것이다. 그래서 도다리 쑥국이 봄을 알린다는 소식은 전하면서 논쟁중인 사안을 처리하지 않는다며 “도다리 쑥국만도 못한…”이라는 기자 칼럼이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도 정치적으로 더욱 양극단화 되어간다고 한다. 한 연구는 그 원인으로 교육과 진화를 들고 있다. 고등교육을 받은 진보주의자들은 더욱더 진보적으로, 보수주의자들은 더 보수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또한 정치적으로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결혼하고 부모의 정치적 성향이 자녀에게 영향을 줌으로써 양극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공고해진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정치적으로 더 양극단화 되어가고 있지는 않는가?

최근 몇 년 사이 스마트폰은 뉴스 소비 습관을 바꾸었고, 다매체 다채널 환경 속에서 일반인이 뉴스에 접근하는 경로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오히려 선호하는 언론매체를 통한 정보 편식으로 나타나 정치적 성향의 공고화로 이어지는 경향도 있는 듯 하다.

어떤 사안이 ‘논쟁적인 주제’에서 ‘합의된 사안’이 되는 과정에서 언론은 그 변화 과정을 주도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까? 여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모두가 진실이라고 동의한 사안에 대해서도 언론은 끝까지 의심을 품어야 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논쟁들을 바라보면 우리 언론은 언제까지 양 쪽의 입장을 균형있게 보도해야 할까 보다는, 오히려 언론이 사회적인 합의에 이르는 길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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