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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한민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가?

“우리 국민들은 이번 허재호 전 회장의 사건에서 일반 서민과는 너무나도 차별대우를 받는 특수한 계급의 모습을 목격하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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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3.30 17:0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 경 수 법무법인 둔산 대표 변호사

광주를 연고로 한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이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여 노역장에 유치되었던 사건은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 마음의 상처는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1조가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헌법 제11조 제2항은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번 허재호 전 회장의 사건에서 일반 서민과는 너무나도 차별대우를 받는 특수한 계급의 모습을 목격하고 말았다.

허 전회장은 대주그룹의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2005∼2006년 무렵에 회계장부를 조작해 508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는데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과 함께 벌금 254억여원을 선고하면서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5억원을 1일로 환산하여 노역장에 유치하는 환형유치 처분을 하였다.

일반 서민들의 경우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통상적으로 1일 5만원으로 환산하여 노역장에 유치되는 것과 비교하면 1만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결정이 된 것이다.

즉 허 전 회장의 하루 노역은 서민 1만명의 노역과 동일한 취급을 받은 것이다.

환형유치 기간은 3년을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정 때문에 고액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사람들에 대하여 환형유치금액도 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지만 허 전 회장의 경우는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50여일의 노역이면 벌금이 전액 탕감된다는 점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임에 틀림이 없다.

허 전 회장에 대한 재판당시 검찰에서 허 전 회장에 대하여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해달라는 구형을 하였다는 점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에서 선고유예의 형을 구형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허 전 회장에 대한 노역장 유치처분을 두고 여론이 악화되고 황제노역이라는 비판까지 일자 검찰은 뒤늦게 허 전 회장에 대한 형 집행을 정지하고 벌금을 납부받기 위한 은닉재산 추적 조치에 들어갔다.

검찰은 1일 5억원의 노역장 유치 금액은 국민의 법 감정에 비춰 현저히 부당하여 형의 집행을 정지할 중대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허 전 회장에 대하여 형의 집행을 시작할 때에는 그러한 사정을 몰라서 법을 집행하였다는 것인가? 검찰은 벌금을 납부받기 위하여 허 전 회장 가족 소유의 그림 수십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동안에는 왜 벌금을 납부받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들을 취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납부받기 위하여 특별수사팀까지 꾸리던 검찰이 왜 허 전 회장과 같은 고액의 벌금 미납자들에 대한 벌금 회수에는 소극적이었는지 검찰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원도 사태가 악화되자 전국 수석부장판사회의를 개최하고, 벌금액수가 1억원 이상이면 원칙적으로 하루 노역대가를 벌금액의 1000분의 1로 선고하도록 개선안을 내놨다.

벌금액이 1억원 이상이면 원칙적으로 최소 1000일 동안 노역을 해야 벌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수석부장들은 또한 재판의 공정성이나 지역적 폐쇄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앨 수 있도록 지역 법관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도 대법원에 건의했다고 한다.

법관들의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도입된 지역법관 제도의 순기능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몇몇 사건들이 지역법관 제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냉철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허 전 회장에 대한 형집행이 정지되고, 허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장병우 광주지방법원장이 사표를 제출함으로써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말았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모든 국민들은 진정으로 법 앞에 평등한 것인가? 가뜩이나 먹고 살기도 어려운 판에 이번에 국민들이 느낀 박탈감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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