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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교육적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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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8.04.13 18:57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라는 유머가 있다.

왜 남자들은 이렇게 군대나 축구이야기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 태어나서 그 때까지 군복무가 가장 치열하고 특수한 경험이기 때문일 것이다. 눈 뜨는 순간부터 ‘선착순’, ‘얼차려’가 따라붙고 그 어떤 기간보다 더 많은 경쟁을 경험해야하는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부모의 보호에서 벗어나 홀로 설 수 있게 된 자신이 스스로 대견해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입시경쟁, 취업경쟁, 생존경쟁 등 경쟁이라는 말이 붙지 않는 곳이 드물다. 심지어 귀성차량 예매, 아파트 청약권, 유치원 입학에도 밤을 새워 줄을 서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생활 전반이 경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메슬로우라는 학자는 사람이 살아가며 충족되어야 할 욕구를 다섯 단계로 보고 그 중 자기성취와 자아실현의 욕구를 맨 위에 두었다. 타자연습이나 어학학습 프로그램 등에는 그날 그날 성적이 기록으로 남게 설정되어 있는데 이것은 학습을 조장하기 위하여 사람들의 타고난 경쟁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 경쟁의 대상은 타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신이다. 어제 획득한 게임 성적보다 더 나은 성적을 얻으려고 도전하고 노력하다보면 어느새 설정한 목표를 이루게 된다.

이와 같이 인간은 경쟁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기르고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성취감을 얻으며 그 성취의 경험이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개인과 인류가 발전해 온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인간의 개인차와 가변성을 고려하여 학습에 활용함으로써 교육적인 성과를 높이도록 하여야 하며, 지나쳐서 개인과 사회를 멍들지 않도록 제반 여건을 개선하는 일과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개인과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육적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학교와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학교에서는 적절한 경쟁 속에 노력하는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게 하고 종전의 도구교과 중심의 점수 경쟁에서 다양한 줄 세우기를 통하여 개성을 살리고 실천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도전하게 도와주어야 한다. 두려움의 벽을 넘고 도전하고 보니 의외로 쉽게 이룰 수 있었던 그런 경험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수준에 맞는 과제부여와 격려를 통하여 성공경험의 기회를 주고 성취감을 고취시키고,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적용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개인의 능력만큼이나 협동과 실천이 중요함을 체험하게 해야 한다. 게임을 통한 즐거운 소집단 학습, 무엇보다도 착한 일, 좋은 일, 남을 돕는 일 등을 다투어 하는 가운데 스스로 즐겁게 생활하고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이 중요하다.

사실,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부터 불필요하고 지나친 경쟁을 조장하여 심리적인 위축감을 맛보게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무한경쟁시대에 경쟁은 무조건 옳지 않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한다든지 힘쓰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릇된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부족한 살림에 형제자매들 틈에서 나름대로 살아가는 전략을 터득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과보호 속에 경쟁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막상 어려움이 닥치면 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려는 노력 대신에 포기해버리거나 자살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일이 날로 느니 참으로 우려스럽다.

빌게이츠가 고등학생들에게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불평 말고 받아들여라』, 『학교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없지만 인생에는 있다. 낙제제도를 없애고 최대한 기회를 주는 학교도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한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경쟁의 결과에 관계없이 모두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이다. 마치 꽃이 그 크기와 색깔과 향기에 관계없이 모두 곱고 아름다운 것처럼.
눈부신/가을꽃처럼/누구나/반짝이는/별빛이지/당신도/나도/누구라도(이철수 ‘가을꽃’)

지희순 정산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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