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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위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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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5.01 18:2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등 모 대전영락교회 담임목사·대전시기독교연합회 회장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있다. 사람들이 감당하기에 너무도 힘든 사고 앞에서 온 나라가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포츠도 과한 응원과 격한 세레머니를 배제하고 있고, 방송들도 예능 프로그램을 피하고 있다. 그 외에도 사회의 여러 행사들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가 소속된 교단(장로교 통합)에서도 세월호 참사에 애도의 뜻을 표하기기 위해 범 교단적으로 애도 현수막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의 앞마당에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에게 삼가 위로를 전합니다.

미안합니다. 함께 하겠습니다!”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사순절하고도 고난주간에 접한 세월호 침몰 소식이기에 우리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기독교인이라면 축하하고 떠들썩해야만 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주일에조차 애통함과 슬픔이 교회를 지배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에서는 올해 부활절을 세월호 참사를 기려 애도와 위로의 부활절로 보내자고 한국교회에 제안했다. 부활절이 기독교 최대 명절이지만 많은 희생이 일어났고, 더 많은 분들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예전과 같이 지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부활절은 부활의 소망 안에서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기도하는 시간으로 보내길 당부했던 것이다.

세월호 침몰 열 나흘째를 맞이하는 지금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이 이미 지났고, 생존자 구조를 위한 한계시간으로 거론되던 시간마저 훌쩍 지나가버렸다. 그럼에도 실종자 가족은 지금이라도 잃어버린 가족이 뚜벅뚜벅 걸어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또 슬픔으로 인해서 조금씩 마음이, 몸이, 삶이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치유가 시작되어야 한다. 상실로 인한 슬픔에 가장 좋은 처방은 눈물이라 본다. 사람은 태어날 때 울음으로 시작하고, 눈물 속에 살다가, 통곡소리와 함께 세상을 떠난다. 눈물 없는 인생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눈물은 약한 사람, 아픈 사람, 외로운 사람, 없는 사람, 고통 받는 사람들만 흘린다는 생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웃음은 기쁨과 건강을 상징하지만, 눈물은 슬픔과 아픔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울면 슬프고 힘드니까 위로의 현장에서 울지 말라고 한다. 건강에 좋다고 해서 억지로 웃게 만드는 ‘웃음 치료’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잘 우는 것도 웃는 것만큼 건강에 도움이 된다. 웃음이 면역력을 높여 주는 것처럼 울음 역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더욱 결정적인 순간은 오히려 웃음보다 눈물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한다. <울어야 삽니다>란 책의 저자인 이병욱 박사는 “웃음이 가랑비라면 울음은 소나기요, 웃음이 파도라면 울음은 해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거나 감춰둔 상처들을 완전히 끌어올린 한 번의 눈물은 영혼까지 정화시키고 감정을 순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학자들은 눈물을 ‘신이 인간에게 준 치유의 물’이라고까지 말한다.

예수님의 사역의 핵심은 ‘통곡과 눈물’(히5:7)에 있었다. 예수님은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그리고 예루살렘 성을 보고 우셨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울지 않을 것을 인하여 울고, 울어야 할 것을 인하여 울지 않는 눈물이 왜곡된 시대이다. 울면 치유가 시작되고, 울면 잃어버린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피해자와 가족을 돕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을 돕고 배려하는 일에는 지혜가 필요하다. 도우려는 자신의 헌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움을 받는 이가 우리의 도움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경험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종자 가족이나 유가족에게 무작정 울지말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곁에서 함께 울어주는 것이 좋은 위로의 방법이다.

가장 탁월한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는 환자나 내담자의 고통 어린 호소를 들으면서, 자신 안의 유사한 병리성을 발견하는 이들이라고 한다. 공감에는 탁월한 치유력이 있다. 함께 우는 것이야말로 진실한 공감의 방법이다.

자식 있는 부모로서 슬픔을 당한 분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줄 알면서도 정호승 시인이 쓴 인생동화 <울지말고 꽃을 보라>중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결혼한 지 1년도 안된 신혼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다. 부인은 임신 중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슬퍼하는 가운데 장례식을 치렀다. 남편을 잃은 부인은 다니던 교회도 나가지 않고 고통 중에 해산을 했다.

남편이 기대했던 아들이었다. 부인은 그 아들을 데리고 남편의 고향에 가 남편이 잠든 무덤을 보여주었다. 남편을 일찍 데려간 하나님이 더욱 원망스러웠다.

“오늘이 일요일인데 왜 교회에 가지 않느냐?” 산을 내려오자 시아버지가 물으셨다. “그이를 일찍 데려간 하나님이 원망스러워요” 그녀가 말도 채 끝내지 못하고 눈물이 글썽해지자 시아버지가 그녀를 마당 앞 꽃밭으로 데리고 갔다. 꽃밭에는 장미와 다알리아, 채송화와 도라지꽃 등이 활짝 피어있었다.

“여기에서 꺾고 싶은 꽃을 하나 꺾어 보거라.” 그녀는 가장 아름답게 핀 장미꽃 한 송이를 꺾었다. “그것 봐라, 내 그럴 줄 알았다. 우리가 정원의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꺾어 꽃병에 꽂듯이, 하나님도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먼저 꺾어 천국을 장식한단다. 얘야, 이제 너무 슬퍼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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