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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오월과 일의 예찬

“맑은 공기와 함께 도회지 총각이 농촌 총각, 처녀들과 어우러져 난생처음 농심을 거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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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5.14 18:2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 영 식 대전팝스오케스트라 ccd

오월이 되자 오라는 데가 있습니다. 초청(?)을 받아 할 줄도 모르는 ‘못자리도우미’로 나섰습니다. 도착한 곳은 친구의 고향인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강청리 황치마산 밑자락. 아침 일찍 출발하여 승용차로 한 시간을 달렸습니다. 맑은 공기와 함께 도회지 총각 출신이 농촌 출신의 총각, 처녀들과 어우러져 난생처음 농심을 거들었습니다.

볍씨파종기로 상토를 하는 등 모판을 만들고, 줄을 반듯이 매어 놓은 못자리에 잘 자라고 있는 볍씨와 그 모판들을 쉼 없이 날랐습니다. 그 다음은 물주기와 하얀 부직포로 덮어주는 작업을 하고, 마지막으로 작업 농기구 치우기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친구와 같이 농부의 정성이 가득한 모들이 제발 잘 발아되어, 일 년 농사가 풍요롭게 되길 빌었습니다.

일하는 중간 중간 개구쟁이 손녀의 성가심이 있었지만, 할아버지의 귀여운 혼냄으로 잘 양념 칠하여, 일하는 내내 즐거웠고 하나의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농사일에 빠질 수 없는 게 새참이요, 막걸리입니다. 기다리던 점심과 함께 간식으로 논산딸기, 농주로 공주알밤막걸리는 꿀맛 그 자체였습니다. 정겨운 밥상머리에 부모님이 같이 있는 친구가 얼마나 부러웠던지. 잠시 홀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덤으로, 인사하고 헤어질 때 상추와 아욱을 뜯어주어 집에 돌아와서 쌈밥을 싸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난생 처음 해 본 논일이었지만 꽤 즐거웠나 봅니다. ‘본 논의 모심기’가 기다려집니다.

즐겁게 일하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으니까요. 친구야! 도우미로 또 불러주고, 아무튼 가을 추수 후, 쌀 한 포대 준다는 약속 잊지 말게나.

오월을 맞이하여 나름대로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큰일’을 구상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는 죽을 둥 살 둥 해야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 일을 미친 듯이 자나 깨나 몰입해야 합니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성공에 이룰 수 없습니다. 또한 독불장군 식은 아니되옵니다.

함께 그 길을 같이 가는 동지, 좌청룡우백호(左靑龍右白虎) 같이 도를 닦는 벗, 이른 바 도반(道伴)이 필요합니다.

큰일을 하려면, 마음자리를 다심에서 일심으로, 다시 무심으로 청정하게 닦아야 합니다.

잔망(孱妄)스럽고 진실성 없이 대들면 안 됩니다. 한 가지 조심스러운 것은 정의 정직 열정이 실망을 주고 배반하더라도 불평하지 말고 온유(溫柔)하게 대처하면서, 마음을 상하거나 크게 다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큰일은 상대방에 대한 용서와 배려가 중요하고, 나를 낮추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위 두 가지 일의 사례를 생각하면서, 조용히 삶의 본질인 일에 대한 예찬을 해봅니다.

 

일이 곧 ‘생활’이요 ‘놀이’다. 일이 곧 ‘건강’이요 ‘인맥’이다.

일이 곧 ‘밥’이요 ‘돈’이다. 일이 곧 ‘휴식’이요 ‘즐거움’이다.

일이 곧 ‘젊음’이요 ‘축제’다. 일이 곧 ‘보약’이요 ‘꽃‘이다.

일이 곧 ‘시간’이요 ‘공간’이다. 일이 곧 ‘과정’이요 ‘결과’다.

일이 곧 ‘철학’이요 ‘가치’다. 일이 곧 ‘신앙’이요 ‘궁극’이다.

내친 김에 시 한 수가 떠오릅니다. 읊어 보겠습니다. 우리 모두 살맛을 찾읍시다.

 

모란처럼

 

너도 나의 버림 속에 살고 / 나도 너의 버림 속에 살고

너도 주판알 튕기며 / 나도 계산적으로

너도 이기적이고 / 나도 가면을 쓰고

어찌 이리 되었을까 / 탄식하면 살 맛 아니 나고

아직도 괜찮은 구석이 있을 거야 / 하면 살 맛 난다.

사내다운 사내는 키우고 / 계집 같은 계집은 이뻐하면서

그래도 화중왕(花中王) / 오월의 모란처럼

정열적으로 / 순수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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