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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위기의 지방대학

“정부가 지방대 특성화를 위한다면 특성화사업을 정원 감축과 연계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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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5.21 20:1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송 양 헌 목원대 생의약화학과 교수

대학 특히 지방대학이 위기라는 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령 아동이 줄어들면서 구조조정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사실은 대학이 더 잘 알고 있다.

상당수 대학은 이미 자체 구조조정안을 만들고 있으며, 시행에 들어간 곳도 많다. 개혁을 넘어 생존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2013년까지 대학 정원 16만 명을 줄인다는 게 교육부 안의 골자다. 교육부의 고민을 모르진 않는다. 10년 뒤까지 갈 것 없이 5년 뒤인 2018년이면 대학의 입학정원이 고교졸업자수보다 많은 역전현상이 예상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엄청난 혼란이 벌어질 게 빤한데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일 것이다.

정원 감축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걸 굳이 강제해야 하는 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대학 정원을 줄이는 과정에서 절대평가를 통해 감축 정원을 할당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기본 방침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구조개혁은 지방대학을 몰아치는 해일로 솟구친다.

앞서 밝혔듯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왔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3~2013년 서울 지역 대학은 정원을 5.6%를 줄였고, 경기도를 제외한 8개 도는 22.9%나 줄였다. 굳이 교육부가 나서지 않아도 이미 지방대학들은 뼈를 깎는 정원 조정을 해오고 있다.

절대평가라는 것도 그렇다. 항목이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교원확보율 등인데, 수도권 대학들과의 비교에서 우위를 점할 지방대학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교육부는 한 술 더 뜬다. 절대평가 점수에 따라 대학특성화 지원에 차이를 두겠단다. 지원 기준 평가 항목엔 정원 감축도 포함돼 있다. 2014학년 대비 2015~2017학년도 입학 정원을 10% 이상 줄이면 5점, 7% 이상은 4점, 4% 이상은 3점의 가산점을 준다는 것이다.

다른 항목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방대학으로선 정원 감축 외엔 대안이 없다. 정부가 재정 지원을 앞세워 지방대학의 대대적인 정원 감축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특성화 사업은 대학들이 저마다 특성을 확립하라는 것이다. 교육부가 7일 공개한 지방대 특성화 사업 신청 결과를 보면, 아니나 다를까 정작 특성화 계획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오롯이 정원 감축안만 있을 뿐이다. 수도권 대학은 평균 3.4%를 줄이겠다는데 지방대학은 8.4%나 줄이겠다고 밝혔다. 우리 지역 대학들은 무려 9.2%나 줄이겠다고 신청했다. 그러니 지방대학은 무리한 학과 통폐합으로 재학생들이 반발하는 등 몸살을 앓는다.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재정 여건이 나은 수도권 대학과 똑같은 기준을 들이대면 지방대학은 어찌 되는지 지금의 현상이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 가면 가뜩이나 심화된 교육의 중앙집권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고, 지방의 교육 기반은 무너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지방대학은 지역의 인재를 키우고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본연의 책무가 있다. 이뿐이 아니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지방에서 대학은 하나의 산업이자 거대한 구심점 역할을 한다.

수도권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대학은 지역공동체의 붕괴를 막고 있는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다. 지역 대학이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것과 별개로 지역에서 대학의 역할이 위축되어선 안되는 이유다. 지방대의 경우, 지역의 대학과 산업 자치단체가 건강한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학 구조개혁의 목표가 돼야 한다.

대학의 위기는 사실 ‘대학=취업학교’가 됐을 때 시작됐다. ‘대학정신’ ‘대학다움’의 위기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대학의 존재를 걱정하게 된 현실은 참 서글프다.

정부가 진정 지방대 특성화를 위한다면 특성화 사업을 정원 감축과 연계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접어야 한다. 정원 조정도 큰 청사진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조정은 대학 자율에 맡겨라. 수도권과 지방대학 간 질적 불균형을 해소해주는 게 정원 조정에 앞서 교육부가 할 일이다. 정부가 큰 고민 없이 낡은 잣대를 휘두를 것이 아니라 창조적 발상을 해야 한다. 정부도 창의력을 발휘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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