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일이 이제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라 예년보다 절제된 분위기이지만 전반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내세운 대결구도 현상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객관적 사실보다는 패널들의 의견 중심으로 흘러가는 종편TV와 기존 언론의 공정성 시비도 정치적 양극화와 고착화에 한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사회는 더 냉소적으로 변하게 되고 진보와 보수 지지자들 사이의 간극은 더 커지고 있다. 갈수록 모든 사회현상에 대해 편을 갈라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다음 주면 선거가 끝나고 앞으로 4년간 지방정부를 이끌고, 견제할 풀뿌리 민주주의의 대표들을 선출하게 된다. 하지만 지방선거도 대통령 선거도, 선거에서의 승리가 이기면 뭐든지 해도 좋다는 백지위임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터어키의 에르도안 총리는 세 번이나 선거에서 압승해 10년 넘게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정책추진 과정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부딪히기도 했다.
당시 외국 언론은 에르도안 총리가 사법부를 장악하고 언론을 통제했고,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매도하며 공격했다고 지적한다. 민주적으로 권력을 쟁취했지만, 권위적으로 권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국내 정치상황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 이기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승자독식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에는 동의했으면 한다.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중요한 원칙이긴 하지만 그 자체가 민주주의일 수 없다.
한때 NATO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를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No action Talk only’의 약어로 행동은 하지 않고 말만 한다는 뜻이다.
투표를 안 하는 것도 하나의 의사 표시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투표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적극적 정치 행위 아닌가.
그동안 각 후보들은 다양한 공약을 내놓으며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이 선거운동 과정을 통해 과연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가 됐기를 시민들은 바랄 것이다.
누가 당선이 돼도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이들과 지지자들을 함께 포용하고, 이들이 말하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를 지키려는 자세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자신의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만 갇혀 사는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는 껍데기만 남은 알맹이 없는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