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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하선] 한 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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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6.03 18:16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스윙보트(Swing vote)’는 선거에서 한 표의 위력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시스템 착오로 집계되지 않은 투표용지 한 장이 발견된다. 마지막 한 표의 주인공은 시골 사는 중년 홀아비. 그에게 10일 이내에 재투표할 권리가 주어지는데, 그의 선택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되게 되었으니. 언론과 권력의 이목이 집중되고, 당락이 걸린 양당은 그의 대수롭지 않은 말 한마디에 줄곧 고수해오던 정책까지 확 바꿔버리는 ‘생쇼’를 벌인다.

▷1839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지사 선거에선 영화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다. 현직 주지사였던 에드워드 에버렛 후보는 투표 당일까지 선거운동을 하느라 자신이 투표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뒤늦게 투표소로 달려갔지만 5분을 지각해 투표하지 못했고, 개표결과 딱 1표 차로 졌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02년 충북 충주시의원 선거에서 곽호종 후보는 한 표 차이로 낙선했지만 4년 뒤 선거에선 한 표 차이로 당선돼 ‘한 표’로 울고 웃는 진기록을 남겼다.

▷한 표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사례는 많다. 청교도 혁명으로 궁지에 몰린 영국 왕 찰스 1세는 의회의 투표 결과 한 표 차이로 단두대에서 처형되고 있다. 1776년 단 한 표 차이로 미국의 국어는 독일어가 아닌 영어가 됐다. 그 한 표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독일어 열공’에 빠져야 했을지 모른다. 1923년 히틀러는 한 표 차로 나치당의 당수가 됐고, 1954년 이승만 자유당 정권에 독재의 길을 열어준 사사오입 개헌도 의결정족수인 136표에서 한 표가 모자라 빚어진 일이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투표권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절대 권력과의 처절한 투쟁 끝에 얻어낸 피 묻은 권리다. 보통선거는 영국에서 시작됐지만 모든 성인에게 공평하게 1표씩이 주어진 건 1950년의 일. 여성 투표권은 1893년 뉴질랜드가 세계 최초로 인정했지만 세계 각국이 받아들인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스위스 중에 여성 투표권을 먼저 인정한 나라는? 정답은 우리나라다. 오늘은 이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날이다. 내 한 표가 세상을 바꿀지 모른다.

안순택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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