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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仁者樂山 知者樂水(인자요산 지자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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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6.11 17: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 영 식 대전팝스오케스트라 ccd

“최근의 복잡다단하고, 아련하고 먹먹한 마음들을 계룡산 심우정사와 큰배재를 오르내리면서 조금 풀었습니다. 산은 너그럽습니다. 자연은 우리 모두를 용서합니다.”

최근 여러 가지 국가적인 큰 사건들로 인하여 우리네 마음들이 편하지 않습니다.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라 했던가요?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자 내가 좋아하는 인근 계룡산 자락을 이곳저곳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오래간만에 ‘심우정사’로 향했습니다. 처사(處士) 세 명과 보살 한명이 마음의 짐을 벗고자 뭉쳤습니다. 그 중 힘센 처사가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던 지라 40㎏의 무거운 지게 짐을 지고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내용물은 암자에 설치할 생활용품 변기(便器)였습니다. 나는 혼자 웃어 보네요. 변기로 공덕 쌓으려고, 인생 짐 벗으려고, 지게 짐 지고 땀을 흘리고 있으니까요. 올라가며 잠시 ‘심우정사’(尋牛靜舍)에 대한 상념에 빠져 들었습니다.

아득한 천여 년의 고찰로서, 고승대덕 큰스님이자 지계청정 큰스님이신, 경허대선사/만공대선사가 도량(度量)을 닦던 곳, 그리고 최근까지 계룡산 괴짜 목초스님과 두충차가 생각나는 곳, 또 신도들과 하던 말씀 두루두루 생각났습니다. 그 중에 ‘머리에 불을 끄는 심정으로’ 탐욕을 버리라는 ‘여구두연’(如救頭煙) 등등. 목초는 살아있을 때나 열반한 지금이나 평가가 양분되고 있습니다. 다섯 자로 ‘술주정뱅이’와 ‘참 훌륭한 분’입니다. 난 또 웃어 보네요. 나랑 자못 비슷하다고요.

암자 이름 ‘심우(尋牛)’는 소를 타고 소를 찾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나도 잃고 소도 잃는 경지에 이르고 사람의 본성을 찾는다는 불교의 교훈을 음미해 봅니다.

드디어 땀과 짐지게와 함께 심우정사에 도착하니, 절벽바위 아래 정갈스럽게 있는 조그마한 암자가 있었습니다. 목초스님에 이어 암자를 지키는 법수스님이, 요사채에서 나와 반갑게 맞이하고, 목초의 두충차는 아니지만, 법수의 시원한 산수(山水)로 우리는 온 몸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우리 넷은 법당에 들어가, 번뇌를 벗어 내려는 절을 하고 나오니, 법수스님이 백팔기도 절에 대한 예찬이 순수하고 구수하게 이어지고, 인체건강에 좋고, 어쩌구저쩌구…. 다시 온다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하산합니다. 짐을 내려 놓으니 사람의 본성을 찾은 듯, 몸이 가볍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부처의 큰 공덕을 노래하며 잘 쌓여진 돌탑에서 탑돌이 하면서 소원을 빌어 봅니다.

신심(信心)이 깊은 불자는 아니더라도 목초나 선지자(先知者)가 말씀한 ‘어디서라도 어떠한 경우라도 내안의 주인’으로 살자는 ‘수처작주’(隨處作主)가 뇌리를 스칩니다. 그렇게 살기로 다짐해 봅니다.

그 다음 주말의 산행은 ‘큰배재’로 정했습니다. 비가 올 듯 거뭇거뭇한 날씨에, 이른 아침 친구와 함께 젊어서부터 가장 친근한 코스로 가볍게 등반하기로 합니다.

그동안 있었던 이런저런 얘기를 두런두런하다가 중간에 두어 번 쉬고, 막바지 너덜 길에서 땀을 흘립니다. 이윽고 큰배재 나무계단길이 나오고, 힘이 들어도 마음을 정리하면서 쉼 없이 연속으로 오릅니다. 땀도 흘리고 비도 내립니다. 우중필주(雨中必酒)라 했던가요? 맘속으로 등기해둔 자연석 삼첩반상에 먹거리를 핍니다. 삼첩은 막걸리, 일회용 종이 탁사발, 과자부스러기로 너무 조촐하고 청빈하지만, 자연스레 맛 있었습니다.

오르면 내려가야죠, 비도 제법 옵니다. 잠시 나뭇잎 우산 삼아 쉬다가, 막걸리 한잔에 흥겨워 “저기 보이는 큰 돌 노트에 누가 시비(是非) 걸지 않으면 나의 시비(詩碑)를 쓰고 싶구나” 하고 유전자 속의 풍류(風流)가 요동치기도 했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가 “내가 다음에 와서 써줄게”라고 합니다. 말이라도 너무 고맙습니다.

최근의 복잡다단하고, 아련하고 먹먹한 마음들을 계룡산의 심우정사와 큰배재를 오르내리면서 조금 풀었습니다. 산은 너그럽습니다. 자연은 우리 모두를 용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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