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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빠르게' 가 아닌 '바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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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6.18 19: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송 양 헌 목원대 생의약화학과 교수

최근에 한 국무총리 후보자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게으른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던 과거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실 그 분의 발언의 핵심요지는 그런 일부의 국민성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민족이 잘 극복하고 노력하여 우리나라가 이 만큼의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음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국민성에 대한 그러한 일방적인 평가는 많은 국민들을 불쾌하게 만든 면도 없지 않다.

역사적으로 각 민족마다 고유하고 특징적인 국민성이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플라톤도 자신의 책 ‘공화국’에서 국가는 국민의 성격으로 만들어진다고 하였다. 세월호 참사에서 모두가 느낀 뼈저린 교훈중의 하나는 우리 사회 모든 계층들이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감이 매우 적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성과 시민의식은 원래부터 우리가 가진 것은 아니었다.

특히 해방이후부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많은 정치의 부패와 무능을 목도하였고 경제의 고속 성장의 그늘아래 ‘바르게’보다는 무엇이든 ‘빠르게’를 외치며 달려왔다. 또한, 시민의 마음속에서 공익과 공공의 선, 보편적 가치추구는 뒷전이고 오로지 최고의 목표인 권력과 돈에 자신만이 ‘빠르게’ 도달하려는 사회 속에서 살아 왔다. 지금도 여전히 나만을 생각하는 사회, 타자와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갖지 못하는 사회 속에 산다면 바람직한 국민성이나 밝은 미래의 사회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국민성은 영원히 변치 않는 것도 아니며 자연의 법칙도 아닌 것이다. 국민성은 역사의 배경과 함께 살아가며 느끼는 공동의식, 그리고 공동체 사람들 사이의 ‘서로 모방하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국민성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겐 희망적이다. 이젠 누구를 비난하거나 무관심하거나 책임을 따지는 일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이 ‘바르게’ 살고, 남을 배려하며 스스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만이 우리 사회를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드는 첩경이다.

이를 위해서사회적 윤리와 책임, 공공의 선을 위한 시민교육과 어려서부터 건전한 시민이 되기 위한 학교교육은 분명하고 희망적인 장기투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머리로는 ‘바르게’를 알지만 정서와 행동은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교육의 방법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반복에 따른 ‘습관’의 형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뇌와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오래된 뇌, 중간 뇌, 새로운 뇌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래된 뇌는 행동을 담당하고 중간 뇌가 감정을, 새로운 뇌는 합리적인 사유를 담당하고 있단다. 지층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합리적 사유도 시간이 지나면 정서나 행동의 영역으로 이행한다. 습관을 설명하는 현대 뇌과학의 방식인 셈이다.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절을 배우며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배워야 한다. 초·중·고교와 대학에서는 사회적 윤리, 공공가치, 시민의 책무에 대해서 배우고 실제적인 교육을 받음으로써 건강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훈련과 습관이 필요하다.

이는 건전한 시민으로서 행복한 삶을 사는 국민은 물론이고 고위 공직자들도 함께 직업윤리와 규범에 대해 반복적인 사회교육, 시민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바르게’ 배운 사유의 영역에서 이러한 교육과 훈련이 내면화되어 오래된 뇌의 행동영역으로 습관으로서 이행된다면 우리는 별다른 저항감 없이 매사 좀 더 ‘바르게’ 행동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오늘 나부터 좀 더 ‘바르게’ 사는 습관을 가지려 한다. 어려서 배웠던 기본 사회질서와 사회규범을 자연스럽게 더 지키는 작은 노력부터 해볼 참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고,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않으며, 운전은 차선과 법규를 지키고, 세금은 철저히 납부하며,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내가 다른 이를 비난하는 것은 쉽다. 그보다는 내 자신의 삶과 행동, 나의 내면을 더 치밀하게 성찰한다면 타인과 소통하며 공감하는 멋진 세상에 ‘빠르게’가 아닌 ‘바르게’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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