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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인사청문회의 통과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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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6.29 17:2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 경 수 법무법인 둔산 대표 변호사

문창극 총리후보자가 후보자로 지명된지 꼭 2주만에 자진사퇴하였다.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에 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과거에 후보자가 작성한 칼럼의 내용도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KBS 보도로 인하여 논란이 된 후보자의 온누리 교회 강연 동영상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문 후보자는 그 강연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은 것과 남북분단이 된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발언함으로써 다수 국민들로부터 정서적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문 후보자 측은 KBS가 특정 내용만을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보도하였다고 억울해하고 있지만 “우리 민족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 “이조 5백년 허송세월을 보낸 민족”이라는 발언은 우리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내용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 후보자의 전체 강연의 취지를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일부 발언 내용만을 끄집어 내어서 문 후보자를 친일·반민족적인 사람으로까지 몰아간 일부 세력들 때문에 국민들의 여론이 오도된 점도 있어 보인다. 문 후보자의 총리후보자직 자진사퇴는 우리의 인사청문회 제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박근혜 정부들어서 벌써 총리후보자만 3명이나 인사청문회조차 치루어보지 못하고 사퇴하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에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공직후보자로 지명되었다가 낙마하는 후보자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인사청문 대상이 점차 확대된 점이나 대통령이 적절한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한 점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지만 여야간의 정쟁이 격화되면서 통과기준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후보자들의 주된 낙마이유는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전관예우, 비리의혹, 위장전입, 자녀 이중국적 등이었는데 이번 문 후보자의 낙마로 인하여 후보자 검증의 범위가 교회에서의 발언내용까지로 넓어진 셈이다.

이렇게 후보자 검증의 범위가 넓어지고 기준 또한 지나치게 엄격해지다 보니 이제는 공직 후보자로 지명되면 후보자의 가족들이 결사반대하고 나선다는 웃지못할 이야기가 나올 정도가 되었다.

건국때부터 시행되어 227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인사청문회에 비하여 14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진 우리 인사청문회 제도이기에 아직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고는 생각되지만 그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 제도를 다시 수술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인사청문회와 관련하여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인사청문회 운영과정에서 후보자에 대한 정책검증보다는 도덕성 자질논란에 지나치게 치중되었다는 점과 인사청문위원회의 활동기간이 15일로서 너무 짧은데다 정부에서 제출된 자료가 부실하여 내실있는 청문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FBI, 국세청, 정부윤리실 등이 총동원돼 철저한 사전검증을 펼쳐 문제가 될 후보자는 사전에 걸러내는 미국의 청문시스템을 본 받아 사전검증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청문회를 투 트랙으로 나누어서 1차 비공개 청문회에서 후보자 도덕성을 검증하고, 2차 공개 청문회에서 업무 능력이나 자질을 검증하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후보자의 도덕성을 비공개로 검증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직후보자의 사생활 보호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반론 또한 만만치 않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절차적인 개선방안 못지않게 실체적인 개선방안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즉 후보자의 인생역정을 개인적인 사생활 영역, 사회적 활동 영역, 전문적인 직업 영역으로 구분한 다음 각 영역에서의 공직후보자의 적합성을 따지기 위한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평가기준이 마련된다면 인사청문회가 그 평가기준을 중심으로 보다 객관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장차 공직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그 평가기준을 자신의 삶의 기본적인 준칙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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