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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빗나간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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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8.07 19:10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 안 순 택 편집부국장

노래방에 가보면 알지만 우리 민족은 춤과 노래를 즐긴다. 예로부터 그랬다. 후한서(後漢書)에 밤낮 노래를 불렀다고 전하니 DNA에 새겨졌음직하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으로 불렸으니 예절도 반듯했다. 예와 악이 나란한 우리는 지금도 K-POP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울린다.

고대 성현들은 음악의 효용을 알았다. 음악으로 교육하고 질서를 바로 잡았다. 음악에서 어우러짐(화·和)을 가르쳤던 거다.

공자(孔子)는 “시(詩)로서 일으키고 예(禮)로 세우고 악(樂)으로 완성한다”고 했다. 시로서 마음을 일으키고 예로서 몸을 세우며 음악으로 품성을 이룬다는 뜻이다. 음악으로 욕망을 절제하고 감정의 발동을 순화시키며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조화롭게 했던 것이다. 화(和)란 마음의 평안, 사람 사이의 화합에서 나라와 세계의 평화, 나아가 우주의 조화까지를 뜻한다.

정부가 각급 학교에 악기를 보급하는 이유도 음악을 통해 어우러짐을 가르치자는 뜻일 터다. 적어도 아이들의 정서를 순화시키는데 도움을 주자는 뜻일 터다. 그러나 그런 취지를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악기 구입에 잡음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악기 구입을 놓고 학교들의 입찰비리가 점입가경이다. 한 학교에서 제보로 시작된 줄기를 당겼더니 7~8개 학교가 ‘우리도 그렇소’하고 딸려온다. 악기 보급이 시작된 2011년까지 거슬러 올라야 할 형국이다.

그럼에도 누가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일선 학교는 교육청 지시를 받았다고 하고, 교육청은 학교장 재량으로 이뤄지는 일이라고 미룬다. 학교장은 다시 악기선정위가 정한 대로 하는 거라고 떠넘긴다.

만약 내 돈으로 악기를 하나 구입하려 한다면 어떻게 할까. 인터넷을 뒤지고 발품을 팔아서라도 같은 값이면 더 좋은 물건을 구하려고 할 거다.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으면 더 좋다. 입찰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이런저런 사양의 물건을 구하니 내놔들 보시오. 그 중 값에 맞는 걸 고르겠소 하는 게 입찰이다. 그런데 사양 대신 ‘이 제품’ 주쇼 하고 떡하니 상품명을 내놓는다. 특정사만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악기사는 입찰에 끼지 못하도록 못박는 셈이다. 게다가 입찰에 참가한 업체가 누가 되도 좋은, 본인 것에 부인 것, 처남 것 3곳뿐이라면…. 누가 봐도 검은 거래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니 하한가를 정해놓은 ‘제한적 최저입찰제’라 해도 예정가격에 준하는 금액으로 낙찰이 이뤄져 업자 배는 불리고 국민의 혈세는 줄줄이 새나가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이런 입찰 문제를 학교나 교육청이나 주관 부서인 안전행정부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 알고 있음에도 누구 하나 고치려 드는 사람이 없으니 문제다.

학교 입찰비리는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가 된지 오래다. 교육 기자재나 체육용품을 시중가보다 비싸게 구입하는 것에서 시설공사를 하면서 업체와의 유착, 급식 입찰 비리에 이르기까지 지적되지 않은 게 드물 정도다. 그 때마다 뒷돈이 오갔느니, 납품업체 담합이니 목소리만 클 뿐 그걸로 그뿐이다.

안행부가 악기 입찰 비리와 관련해 감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말 감사에 나설진 모르겠으되 하겠다면 검은 거래가 있었는지부터 밝혀내야 한다. 감사를 벌이고 있는 대전교육청도 마찬가지다. 검은 거래가 여부가 드러나야 의혹도 풀린다. 입찰과 계약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도 속속들이 조사해 고칠 것은 고쳐야 할 것이다.

교육 비리 척결의 지름길은 일회성 이벤트나 단기대책이 아닌 스스로 뼈를 깎는 실천이다. 그 첫 단추는 학교 안팎에서 돌고 있는 각종 입찰 비리와 특혜 의혹을 교육청이 먼저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밝히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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