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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명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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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8.13 15: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송 양 헌 목원대 생의약화학과 교수

영화 ‘명량’을 보다가 하마터면 박수를 칠 뻔했습니다. 영화관 같은 공공장소에선 시끄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배운 탓에 꾹 눌러 참았지만 가슴에선 뜨거운 무언가가 폭발했습니다. 인터넷에서 감상평을 찾아봤더니 박수를 치려다 가까스로 참았다는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더군요. 어느 영화관에선 ‘마치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골을 넣은 것처럼’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쳤답니다. ‘명량’은 가슴을 뜨겁게 달구다 터뜨려버리는 ‘폭발력’ 강한 영화였습니다.

관객이 1000만 명을 넘어서 ‘아바타’의 흥행기록(1350만 명)을 넘어설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영화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구의 함선에 맞서 싸워 승리한 내용을 담고 있지요. 이미 역사책을 통해 널리 알려진 스토리에 결과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왜들 ‘명량’을 보러 몰려가는 걸까요.

장군의 애국심과 담대한 리더십이 감동이라고들 합니다. 새카맣게 몰려오는 왜구의 함선들 앞으로, 다른 장수들이 두려움에 주저주저 하는 사이, 홀로 나아가는 대장선의 장면은 가슴 저릿한 감동으로 뇌리에 새겨져 있습니다. 김한민 감독은 장군이 ‘죽기를 각오하고’가 아니라 아예 ‘죽을’ 마음으로 명량에 섰다고 들려주는 듯합니다. 대장선의 외로운 진군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려는’ 의지의 실천인 동시에 ‘죽을 각오로 싸우면 반드시 살 것이요, 살 궁리를 하면 반드시 죽을 것’이란 경구를 몸으로 쓰는 장면이기도 하지요.

‘명량’을 보러가는 이유?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정치권과 공직사회, 검경의 무능하고 무기력한 모습에 실망했지요. 그런 우리에게, 모두가 실의에 빠져 포기할 때, 위기를 기회의 역사로 인식하는 리더십, 황무지에서 희망을 그려내는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뿐일까요? 1년 사이 관객 1000만 명을 동원한 영화를 돌아봅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나 ‘변호인’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있습니다. 백성 즉 국민 그리고 원칙이지요.

가짜 광해는 마지막 조정회의에서 신하들에게 일갈하지요. “부끄러운 줄 아시오. 그깟 사대의 명분이 무엇이오. 대체 뭐길래 2만의 백성을 사지로 내몰라는 것이오. 임금이라면, 백성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의 백성이 열갑절 백갑절은 더 소중하오.”

‘변호인’의 송우석 변호사는 재판정에서 인권에 대해 외칩니다. 특히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인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와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외침은 가슴을 뻥 뚫어 줍니다.

이순신 장군도 그랬습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장군은 다시 통제사로 임명되었을 때 남은 12척의 배를 접수하러 바다로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육지로 갔습니다. 열흘 넘게 전라도 땅을 돌았습니다. 그때 숨어 있던 군사와 군량미를 모으고 무엇보다 민심을 돌렸습니다. 그런 뒤에야 바다로 가서 배를 챙겼답니다.

장군은 단순히 전함으로 싸운 게 아닙니다. 그 배를 타는 사람, 그들이 먹고살 양식, 부하들의 가족에 대한 안위까지 염두에 두었습니다. 장군의 궁극적인 무기는 화포가 아니라 백성들의 ‘마음’이었던 겁니다.

그런 장군이기에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말이 더욱 와 마음에 닿습니다. 물론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란 말을 덧붙여야 하겠죠.

내 백성의 목숨이 더 귀하고, 국가란 국민이고, 충직함은 백성에게 향해야 한다는 영화 속 대사를 들으려 ‘명량’을 보러갑니다. 국민 알기를 ‘개떡’ 쯤으로 아는, 기본을 상실한 정치권에 대한 실망스러움과 배신감을 영화를 통해 치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순신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면 우리는 지금 명량에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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