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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명품 도시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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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9.18 17: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등 모 대전기독교연합회 회장·영락교회 담임목사

중국의 경영 컨설턴트 왕중추가 쓴 ‘디테일의 힘’이라는 책이 국내에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게 2005년 말이었다. 수학에서 100-1은 얼마일까? 그리고 100+1은? 정답은 99와 101이다.

하지만 왕중추에 의하면 100-1=0이다. 100가지를 다 잘했어도 1가지를 잘못하면 모든 것이 허사라는 말이다. 그의 책에 디테일에 실패해 큰 손해를 본 한 회사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중국 저장성에서 냉동새우를 판매하는 한 회사가 유럽의 수입업체로 부터 공급한 제품에 대한 수입을 거부당했다. 수입업체는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유럽의 현지 검역소에서 이 회사가 수출한 1000톤의 냉동새우를 검사한 결과 항생물질의 일종인 클로람페니콜 0,2g 발견돼 통관 불허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총 수출량의 50억 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새우껍질을 벗기는 일을 하던 일부 직원들이 손에 습진이 생기자 클로람페니콜이 함유된 소독약을 바르고 일을 하다가 새우에 그 성분이 묻게 된 것이다.

2000년대 초 중국정부가 대대적인 세무감사에 나서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100-1=0’이라는 것이었다. 100건 가운데 1건만 잘못돼도 전부 잘못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세무공무원의 비장한 결의를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즉 백번 잘 하다가도 단 한 번의 잘못으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0-1=0’ 이라는 공식을 언급하여 중국 정가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비록 공식 보도가 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 고위 간부들이 돌려보는 홍두문건(紅頭文件)에 담겨있어서 간부들이 학습해야 할 사항으로 회람되고 있다고 한다.

시진핑이 말한 ‘100-1=0’의 뜻 역시 잘못 처리한 안건 하나가 잘 처리한 안건 99개가 쌓아놓은 좋은 이미지를 일시에 무너뜨린다는 의미이다. 법을 집행하면서 1만분의 1의 실수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당사자인 백성에게는 100분의 100의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 하찮을 정도로 시시하게 보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1969년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Philip G. Zimbardo) 교수는 매우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우선 치안이 비교적 허술한 골목을 고르고, 거기에 보존 상태가 동일한 두 대의 자동차를 1주일간 방치해 두었다. 다만 그 중 한 대는 보닛만 열어 놓고, 다른 한 대는 고의적으로 창문을 조금 깬 상태로 놓았는데, 약간의 차이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주일 후, 두 자동차에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보닛만 열어둔 자동차는 1주일간 특별히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보닛을 열어 놓고 차의 유리창을 깬 상태로 놓아둔 자동차는 방치된 지 겨우 10분 만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연이어 타이어도 전부 없어지고 계속해서 낙서나 투기, 파괴가 일어나 1주일 후에는 완전히 고철 상태가 돼버렸던 것이다.

단지 유리창을 조금 파손시켜 놓은 것뿐인데도 약탈이 일어나고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이 실험에서 사용된 ‘깨진 유리창’이론이 생겨났다.

이러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나중에 세계 유수의 범죄 도시 뉴욕의 치안 대책에도 사용됐다. 1980년대, 뉴욕에서는 연간 60만 건 이상의 중범죄 사건이 일어났었다.

럿거스 대학의 범죄심리학 교수였던 조지 L. 켈링은 이 ‘깨진 유리창’ 법칙에 근거해서 뉴욕시의 지하철 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낙서를 철저하게 지우는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낙서 지우기를 하고 나서 계속해서 증가하던 지하철에서의 흉악 범죄 발생률이 완만하게 되었고, 2년 후부터는 중범죄 건수가 감소하기 시작하였으며, 94년에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뉴욕의 지하철 중범죄 사건은 75%나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우리 도시에 깨진 유리창은 무엇인가? 개인의 발전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반드시 깨진 유리창을 갈아 끼워야 한다.

유리창을 갈아 끼우는 일은 대단하고 복잡스러운 일이 아니며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충 경제적이라고 생각되는 강력 접착제나 투명 테이프로 붙여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우선은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깨진 유리창을 새 유리로 갈아 끼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우리들의 삶에 그리고 우리 도시에 멋진 값비싼 유리는 없을지라도 깨진 유리창만큼은 갈아 끼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갈아 끼운 유리가 깨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그때에만 비로소 우리가 꿈꾸는 명품 도시가 되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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