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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어린 게 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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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9.24 17:3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묘 선 보육전문가. 전 충남육아종합지원센터장

본란에 실었던 첫 내용에서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을 받아들여주면 아이들은 부모의 이런 관심에 반응을 하고 세계를 확장시켜 나갈 것이며 창의적인 사람으로 자라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들은 현실에서 얼마나 아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자녀와의 대화 즉, 눈, 표정, 언어, 그 외 셀 수 없는 비언어적인 방법을 통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지 한번 되짚어보자.

이와 같은 행동들은 어찌 보면 자녀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발달의 적기성과 기초성에 감안해 본다면 어린 시절일수록 발달은 빠르고 자녀들과의 소통은 더욱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애착형성에 관한 이론은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많이 대두되고 있는데 어렸을 적의 애착형성에 따라 한 아이가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영국의 심리학자 보울비의 애착이론은 최근 우리사회에 심리학과 교육학의 기본근간을 이루며 어릴 때의 애착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꽤 많은 시간동안 영유아기의 자녀가 어린이집에 와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며 사회화가 되어 가는 것을 봐왔다. 애착형성이라고 함은 곧 신뢰감형성이다. 얼마나 아이의 애착이 잘 형성되어 신뢰감이 안정적으로 발달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신뢰감이 바탕이 되었을 때 아이는 온순한 아이로 기질이 형성되며 이것은 타인과 다른 사물, 즉 사람간의 관계(낯선 성인, 또래, 부모, 친척 등)와 사물에 대한 태도 상황에 대한 접근과 적응 등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일찍이 심리학자 에릭슨도 평생에 걸쳐 이루어진다는 성격발달의 8단계를 정리하였다. 그중에 첫째는 영아기 때의 양육자와의 경험이 성격발달에 영향을 준다고 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주 양육자와 형성되는 신뢰감이다. 이시기에 신뢰감을 획득하지 못하면 아이는 불신감을 갖게 되고, 이렇게 득(得)한 신뢰감과 불신감은 이후 아이가 성인으로 자라더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였다. 일반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피아제도 영아기(0-2세)를 감각운동기로 보고, 이시기에는 아이들이 오감을 통해 민감하게 흡수하고 받아들이는 때로 이는 인지적인 것에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한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또한 피아제는 생후 8~9개월이면 애착이 확정된다고 할 정도로 영아기 타인과의 관계 형성과 시기를 매우 중요하게 바라보았다.

이처럼 많은 심리학자들의 주장을 굳이 구구절절 적어놓은 것은 이유가 있다. 교육학의 근간이 되는 이론들의 시작은 심리학에서 나왔으며 심리학과 교육학의 발달이론과 기저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에 하나의 성인으로 완성되기까지 우리들은 반드시 영유아기를 거친다. 인생의 한번뿐인 결정적시기가 영유아기 단계이다. 특히 영아기(태어나서 24개월쯤)에는 사람이라는 모습을 갖고 태어나 세상을 익혀가는 첫 시기로 이때의 경험이 평생에 걸쳐 영향을 끼친다고 많은 연구들은 보고하고 있다. 정부가 영유아기 무상보육을 실시하며 보육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하는 것도 다른 맥락이라고 볼 수 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인성(人性)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부모를 살인하기도 하고, 이웃주민에게 폭행을 하며 자식과 부모 간에 이웃 간에 신뢰감이 깨어지고 불신감과 불안감들이 만연해있다. 아동학대가 연일 보도되고 부모가 교사를 믿지 못하며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믿지 못한다. 슬프다. 사회가 불안하다. 우리사회는 온통 CCTV천국이 되어 버렸다.

어릴 때 애착형성을 하는 단계를 놓친 것은 아닐까? 부모들이 어린아이를 떼놓고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고 돈을 벌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워지는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의 미래도 이렇게 각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작금의 현실이 힘들어도 이와 같은 고리를 끊어내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지치고 피곤한 회사일을 뒤로 하고 가정에 돌아와서는 반드시 아이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사랑으로 대해주어야 한다. 아이 콘택트(eye contact)을 하며 이야기를 하고 피부접촉 즉, 스킨십(skinship)을 통해 아이와의 관계를 형성해 주는 것 즉, 가정이 건강하야 사회 가 건강하다는 것은 진리다.

어른들은 입버릇처럼 “어린 게 뭘 알아”라고 쉽게 단정 지어 말한다. 그런데 필자는 감히 단정할 수 있다. ‘어린 게 젤 잘 안다’ 이땐 동물적인 감각이 가장 살아있으며 있는 그대로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니까 말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어린 시절에 경험하는 가족의 환경을 아름답게 가꾸어주자. 어린시기에 형성되지 못한 애착, 그리고 신뢰감은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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