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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하선] 박태환의 금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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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9.28 18:19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새천년 들어 이 땅엔 별난 소녀, 소년이 출현했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수영의 박태환이다. 스케이팅 중에서 피겨, 수영에서 자유형은 김치와 된장을 먹는 한국인에겐 전혀 가망이 없다는 종목이었다. 그런데 소녀와 소년은 보란 듯이 세계를 평정해 버렸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 남자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인으로 1936년 베를린올림픽 남자자유형 1500m에서 일본 데라다 노보루의 금메달 이후 72년 만이다.

▷중국의 쑨양은 그런 박태환을 우상으로 생각한다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말했다. 박태환의 선전이 한·중·일의 어린 수영 선수들에게 던진 희망의 크기는 그만큼 컸다. 26일 박태환이 이번 아시안게임의 모든 경기를 끝냈을 때 쑨양이 박수를 보내고, 생일을 맞은 박태환에게 큼지막한 케이크를 깜짝 선물한 것도 존경의 표시였다. 이날 박태환은 혼계영 4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인 선수론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20번째 메달을 목에 거는 금자탑을 쌓았다.

▷축하보다 마음이 짠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수영스타, 하지만 이번 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고달프고 외로운 싸움이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수영에서 뛰어난 선수가 되려면 6만㎞를 헤엄쳐야 한단다. 지구 한 바퀴 반에 가까운 거리요, 하루 1만m씩 16년4개월간 수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태환은 한동안 하루 1만5000m씩, 길이 50m 수영장을 150번씩 왕복했다고 한다. ‘마린 보이’란 별명도 괜히 붙은 게 아니다. 70대 노인의 어깨가 된 것도 그런 노력 때문일 터다.

▷높은 기대치와 메달에 대한 부담감, 따라주지 않는 컨디션, 주 종목이 아닌 단체 종목까지 소화해야했던 어려움 속에서도 누구를 원망하지도, 책임을 피하지도 않았다. 묵묵히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 박태환의 성숙한 미소는 오히려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그의 망가진 어깨는 우리가, 한국 수영이 그의 어깨에 지운 부담이 얼마나 컸는지를 말해준다. 그의 어깨를 다독이고 힘을 불어넣어야 할 몫은 이제 우리 것이다. 박태환, 장하고 고맙다. 그의 금자탑은 우리들 가슴에 있다.

안순택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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