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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생태계 교란식물 ‘가시박’을 보며

“외래식물인 ‘가시박’이 우리나라 토종식물에 걸치고, 얹혀 살면서 기존 식물을 괴롭히고, 햇빛을 못 보게 하여 고사시키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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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10.01 17:2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 영 식 대전팝스오케스트라 ccd

아이를 낳은 산모의 몸 회복에 좋다는 우리 토종 가물치와 잉어가 외국으로 가 ‘보는 족족 잡아 없애야 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가물치를 ‘뱀 대가리’라 부르며 무서워 하는데, 육상으로 올라와 애완 동물이나 아이들을 해치기도 한다는 소문까지 무성할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란다.

2002년 미국의 한 연못에서 가물치 한 마리가 발견되자 연못의 물을 모두 뺄 정도로 가물치는 미국을 비롯한 일본과 캐나다 등지에선 골칫덩어리인데, 여기에 우리 토종 가물치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잉어도 미국에선 잉어의 수를 줄이고자 한 해에 60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할 정도로 미국과 유럽에선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골칫덩어리 고기다.(박종현 ‘담수생물`s 노트’)

우리도 마찬가지다. ‘낙동강 일대에 수달이 급증하고 있다.’ 한때 이런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아니다. 수달하고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집이 보다 통통한 ‘뉴트리아’였다. 80년대 중반 모피를 얻기 위해 처음 도입됐으나 사육농가에서 일부가 탈출, 낙동강 수계에서 그 개체수를 급격히 늘리며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최근에는 낙동강 하구인 을숙도까지 서식지가 넓어져 철새도래지를 황폐화시킬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뉴트리아처럼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을 ‘생태계 교란생물’이라 한다. 그 중 동물은 황소개구리, 블루길, 큰입배스, 붉은귀거북, 뉴트리아, 꽃매미 등 6종이 있고, 식물은 가시박,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미국쑥부쟁이, 서양금혼초, 애기수영, 양미역취, 가시상추 등 12종이 있다.

이들의 도입 경로는 농산물, 물품, 기계강비, 선박, 비행기, 여행자 등 다양해서, 앞으로 개체가 더 늘어날 추세이다. 이들은 서식처의 물리적 변화, 과다생장으로 인한 고유종의 생장저해 등 생태계를 위해하게 변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며칠 전,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지인과 함께 하천의 제방을 걷다가, 위해식물 중 ‘가시박’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가시박은 북아메리카 원산지로 국내에는 1980년대 후반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일년생 덩굴식물로 덩굴손을 이용하여 주변의 물체를 타고 올라가 성장한다고 한다. 생육지는 하천의 제방, 철도변, 나지, 숲의 가장자리 등 다양하고, 도입 초기에는 미미했지만, 요즘은 거의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요즘에는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도 ‘호모 심비우스(공생형 인간)’ 개념으로 다른 객체인 동물 및 식물들과 더불어 사는 삶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이다.

하물며, 외래식물인 ‘가시박’이 우리나라 토종식물에 걸치고, 무임승차하고, 얹혀 살면서, 기존 식물을 괴롭히고, 심지어는 햇빛을 못 보게 하여 그 식물을 고사시키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상생이 아닌 생존경쟁이다. 이러한 연유로, 전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에 있어서 생태계 교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인위적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듣다가, 문득 나에게 어리석은 우문을 던졌다. 그는 ‘가시박’이고, 나는 SNS 아이디가 ‘마도로스 박’이다. 가시박은 생태계를 교란시켜 문제시 되고 있다는 데, 마도로스 박은 SNS를 교란시키는 것은 아닌지? 마도로스박은 인간세상을 교란시키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그러한 자연’은 다양한 변화 속에서 생명력을 이어왔다. 어떤 힘 있는 거, 뛰어난 거 하나로의 획일을 허용하지 않고 어우러지고 서로를 인정한다. 다양한 개체가 어우러지며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힘, 자연으로부터 우리 인간이 배우고 따라야 할 게 그 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 것에 기대어 밀어내는 외래종은 밉다.

자연에게 배우면서, 우문에 현답을 스스로에게 던져 본다.

마도로스 박은 인생의 먼 항로를 남을 괴롭히지 말고, 무임승차 하지 말고, 지혜롭게 헤쳐 나가 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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